전지훈련이라는 이름으로 축구를 떠올리긴 아직 쉽지 않은 듯합니다. 스프링캠프라는 이름으로 야구와 연관된 여러 취재와 프로그램들과 비교할 때, 축구의 그것은 분명 여러 가지 접점에서 낯선 느낌이 먼저 찾아옵니다.

축구캠프는 그 이름부터가 스프링이라는 표현보다 ‘프리시즌 캠프’ 같은 설명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또, 대부분의 구단들이 겹치는 야구와 비교해 전 세계 각지에서 훈련을 펼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요.

프로축구만이 지닌 캠프의 특징을 정리해 봤습니다. 그 다름의 기준은 무엇보다 ‘스포츠 PD’의 관점에서, 야구와 축구를 오가며 확실히 볼 수 있었는데요. 확실하게 다른 몇 가지 특징들은 ‘축구’란 종목이 주는 특징이라 여겨집니다. 크게 다르다고 하기 힘들지 모를 부분들까지 이르면 거기는 제작자의 마음도 상당히 포함됐습니다.

1. 드넓은 지역, 엄청난 선택의 폭!

▲ 올 시즌 대구FC의 캠프는 그 이름조차 생소한 ‘키프로스’, 훈련환경은 좋습니다.
K리그 구단들의 전지훈련지는 일반적으로 한동안 겹치는 특징이 많았습니다. 터키 안탈리아가 한때 유행이었고, 최근에는 일본 남단이나 태국으로 가는 경향을 보이는데요. 하지만, 특정 지역에서 K리그 구단들이 만난다고 하기 힘들 만큼 다양성을 띄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대구FC의 키프로스는 올 시즌 리그에서 유일했던 지역, 2부 챌린지에선 유일한 유럽 전훈입니다. 신생구단 E랜드가 미국으로 향한 것부터 K리그 클래식 정상의 팀 전북은 두바이, 수원은 스페인으로 향했는데요. 브라질까지 향했던 여러 팀들이 있던 K리그 전지훈련지의 다양함은 정말, 엄청나다 할 정도죠!

2. 훈련시간과 하루의 일과, 분위기도 다르다

▲ 브라질 전지훈련은 먼 거리의 힘겨움이 있지만, 연습경기와 환경에서 탁월함 있습니다.
쉽지 않은 종목, 축구. 사실 시간표만 보면 어쩌면 너무 널널하다 느낄지도 모릅니다. 오전과 오후, 많아야 2시간 정도의 훈련이 하루 2회 정도 진행되는 것이 보통의 일상입니다. 연습경기라도 잡히면 그날은 그 경기로 대부분의 일정이 맞춰져 다른 일정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취재진에게 주어진 시간부터가 다른, 축구 전지훈련. 하지만 이런 일정은 어쩔 수 없습니다.

시간과 관계없이 순간적으로 엄청난 속도와 빠름을 요하는 대부분의 축구의 훈련,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30분 정도만 지나도 선수들은 땀범벅, 거친 숨소리를 내뱉습니다. 훈련 총량의 크기는 따지기 힘들지만, 그 시간과 일과를 떠나 엄청난 힘겨움을 동반하고 있죠.

또, 취재진이나 일반팬들이 찾는 경우도 많지 않다는 점에서 축구캠프의 분위기는 분명 다릅니다.

3. 우리 구단들끼리의 만남, 경기는 거의 찾기 힘들다

다른 종목의 전지훈련, -야구로 대표되겠죠.- 여타 캠프들과 다른 분위기는 연습경기의 상대들입니다. 프로야구의 경우 일본팀은 물론 우리 팀끼리의 매치업도 자주 펼쳐집니다만, 축구에서 이런 풍경은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최소한 같은 리그에서 뛰는 팀끼리 만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어쩌면 종목의 특징인지도 모르는데요. 연습경기라는 기회와 평가의 시간에 걱정되는 건 바로 부상. 또 육체적 충돌이 많은 걸 감안한 조치이기에 낯선 팀과의 만남이 많아집니다.

▲ 리투아니아, 아르메니아와 같은 낯선 나라의 팀과의 경기가 더 많은 축구캠프!
취재기자로서, 또 제작PD로서 축구 전지훈련을 해마다 가며 느끼는 힘겨움은 사소하게 여럿 있습니다. 팀의 스쿼드가 자주 바뀌는 시민구단의 특징과, 선수들의 움직임이 많고 번호가 아니면 식별하기 힘든 순간도 많죠.

또, 막상 내용을 뽑다보면 별다른 결정적 순간을 잡아내기 힘들다는 종목적 특징도 있습니다. 고민만큼 결과물이 재미없게 나오는 건 선수들의 수줍음, 미디어와의 접점이 드물었다는 경험적 특성도 있을 터.

하지만, 무엇보다 어려운 건 바로 사람들의 관심과 호응에 대한 부분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K리그에게 깔린 전체적 분위기 ‘무관심’. 그 틀을 깨기 위해 해마다 이들의 캠프를 취재하고 특집도 만들어봅니다만, 다른 여러 특집이나 취재들에 비해 반응도 관심도 호응도 없는 건 제작진을 힘들게 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선수들에게도 가장 큰 아쉬움이자 서운함이 이런 부분에 있을 듯한데요. 다가오는 축구의 봄, 그 개막 즈음한 여러 기사와 특집들에 조금은 더 큰 관심이 함께하길 기대해봅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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