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광한 현 MBC 사장과 김재철 전 MBC 사장

지난 13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업무상 배임 및 감사원법 위반으로 기소된 김재철 전 MBC 사장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인카드 부당사용 의혹 등으로 피고인의 재임기간 내내 MBC 내부의 갈등이 심화되고 이로써 공영방송으로서 MBC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게 되었다”는 형량 결정 이유 설명도 덧붙였다. 공영방송 MBC의 위상을 ‘흔든’ 김재철 사장은 징역형을 받았지만, ‘김재철의 사람들’은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안광한 MBC 사장은 26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문환, 이하 방문진) 회의에서 본사, 지역사, 자회사 임원 인사를 제출했다.

◈ 본사 임원
△보도본부장 김장겸 △편성제작본부장 김현종 △예능본부장 김엽

◈ 지역사 임원
△대전MBC 사장 이진숙 △원주MBC 사장 김철진 △전주MBC 사장 원만식
△제주MBC 사장 김창옥

◈ 자회사 임원
△MBC플러스미디어 사장 한윤희 △MBC C&I 사장 전영배 △MBC 미주법인 사장 윤동열
(모두 재선임)

◈ 자회사 이사
△MBC플러스미디어 이사 김정욱, 이형관 △MBC플레이비 오광택

안광한 사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직후 인사를 단행한 지 1년 만에 새로운 명단을 내놨다. 김장겸, 김현종, 이진숙, 김철진, 전영배 등 김재철 체제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던 인사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유임된 권재홍 부사장,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도 마찬가지다.

방문진 이사회에서도 김재철 체제의 인사들이 도로 귀환한 것에 대한 지적이 나왔으나 안광한 사장은 ‘나름대로 최선의 인사를 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이사는 “1년 만에 파격적으로 인사를 다시 한 배경이 있느냐, (인사 교체를 하는 건) 결국 작년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닌가 등의 질문이 나왔다”며 “명단 나오고 회전문 인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안광한 사장은 하다 보니까 인사가 이렇게 나왔다며 본인이 생각하기에 지금 상황에서 제일 맞다고(적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구성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이사는 “이진숙 보도본부장이 바뀌는 것에 대한 질의가 많은 편이었다. (지역사 사장으로 보내는 게) 이진숙 본부장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 아니냐 하는 얘기였다. 안광한 사장은 ‘경영 경험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말했다.

다른 이사 역시 “1년 만에 (임원을) 바꾼 것은 1년 전에 사장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니냐 하는 지적이 나왔다”며 “김장겸 국장을 보도본부장으로 한 것에 대해서는 그동안 MBC 보도를 잘못해 온 사람을 승진시킨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사장은) 조금이라도 더 잘해보기 잘해보기 위해 바꿨다는 식으로 말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사들 사이에서 ‘자리만 바뀌는 것 아니냐’,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다’ 등의 이야기가 나왔지만 결국 표결에 부쳤고 찬성 5표, 반대 4표가 나와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찬반 표결을 한 부문은 본사 임원인 김장겸 보도본부장, 김현종 편성제작본부장에 관한 것이었다. 본사 임원은 방문진 의결사항이지만 지역사, 자회사 등은 ‘협의사항’이다.

“뭐라고 얘기하기 힘들 정도로 뻔한 결과”

내부에서는 주요 인물들이 돌아가면서 자리만 바꾼, ‘도로 김재철’ 인사에 대해 ‘예상했다’며 역시나 전망이 밝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1년 전 인사와 마찬가지로 김재철 퇴진 및 공정방송 쟁취 파업에 나섰던 사원들에게 적대적이고, 회사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들이 주를 이루는 까닭이다. (▷ 관련기사 : <요직 꿰찬 '김재철 라인'…MBC 앞날은>)

▲ 왼쪽 위부터 이진숙 신임 대전MBC 사장, 김장겸 신임 보도본부장, 김철진 신임 원주MBC 사장, 김현종 신임 편성제작본부장, 권재홍 부사장,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

김장겸 신임 보도본부장은 김재철 체제에서만 국제부장, 정치부장 등 보도국 내에서 6번이나 부장 타이틀을 달았고, 김재철 떠난 후에도 보도국장에 임명되며 활약했다. MB 내곡동 사저 축소 보도, 안철수 논문 검증 보도 등을 지시한 이력으로, MBC기자회로부터 “MBC 뉴스 공정성을 가장 앞장서 훼손한 장본인”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또한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유족 비하 발언을 했다고 전해져 논란이 됐었다.

김현종 신임 편성제작본부장은 <예능국 이야기>란 웹툰을 올렸다는 올렸다는 해고된 권성민 PD가 속한 경인지사의 장이다. 그는 지난달 열린 MBC노조 파업 손해배상 공판에 출석해 권성민 PD가 불공정보도로 비판받는 MBC를 ‘엠병신’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너무 모욕적”이라며 “초년생인데 선배들이 이뤄놓은 일에 대해 엠병신이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시사교양 부장일 당시에는 “<PD수첩> 정치적 편향성이 심해 탈색이 필요하다”고 발언하거나 <PD수첩> PD들의 책상을 뒤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

MBC의 한 인사는 “본부장 등 임원 임기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1년 만에 바뀌는 것은 일반적인 게 아니다”라면서도 “뭐라고 얘기하기 힘들 정도로 뻔한 결과다. 새로울 건 없는 인사였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이번 여름에 방문진 이사들이 교체되는 것에 맞춰서 안광한 사장이 자기 판단에서 유리한 인사를 한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른 인사는 “이진숙 본부장이 지역사 사장이 된 것은 어떻게 보면 ‘깜짝 인사’라고 할 수 있다. 김재철 사장이 도드라져서 그렇지 지역사 사장이 본사 사장으로 오는 경우는 드문 케이스다. 그래서 사장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인사철에 본사를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재철 사장이 해임된 후 온 김종국 사장의 임기가 끝났을 때 이진숙 보도본부장은 MBC 신임 대표이사에 도전했다. 사장 공모 과정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이진숙 본부장은 최종 3인까지 들었으나 안광한 사장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여전히 차기사장 주요 후보로 점쳐지는 그가 본사에서 떠나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자리인 지역사 사장으로 간 것은 내부 알력다툼의 결과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마디로 보도본부장 자리를 놓고 대립했으나 김장겸 보도국장에게 밀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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