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찍을수록 적자다. 유료독자가 늘면, 광고비는 비례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신문에 ‘기업특집’ 지면이 등장하는 주기가 짧아지고 있고, 애드버토리얼(기사형 광고) 시대를 넘어 언론이 직접 광고기사(네이티브 광고)를 쓰는 시대가 됐다. 방송은 통폐합과 구조조정 속도를 높인다. 2013년 이후 광고시장에서 온라인 몫이 방송보다 커진 것은 상징적이다. ‘대세는 온라인’이라고 하지만 미미하다. 매체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쉽게 선택하는 방법이 협찬이다. 광고가 ‘양지’에 이루어진 영업이라면, 협찬과 후원은 정반대다. 광고는 지면에 드러나지만 협찬은 ‘음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건넸는지 조차 확인하기 힘들다. 물론, 이름도 걸지 않고 광고하며 언론에 정기적으로 돈을 건네는 경우도 한다. 기사의 톤 다운과 삭제를 대가로 협찬이 성사되는 경우도 그보다 더 비일비재할 것이다. 협찬은 쉽게 말해 ‘뒷돈’이다. 이 뒷 돈 없이 살아남을 언론은 많지 않다.

후원의 경우, 광고와 협찬 사이에 있다. 관계를 위해 작동하지만 적극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는 음성적인 협찬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로 후원의 방식으로 언론을 지원한다. <미디어스>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모든 광역·자치단체와 소속 공공기관에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언론사와 공동 주최·주관하거나 지자체가 언론사 행사를 후원한 내역을 종합해 지난 1월부터 총 15건의 기사로 보도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관(官)과 언(言)의 관계는 끈끈했다. 언론이 지방자치단체를 활용하는 방법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지자체들이 공개한 내역이 전부가 아닐텐데, 그것만 보더라도 짬짜미를 한 흔적이 역력한 행사가 즐비했다. 한 지역언론 기자는 지방자치단체는 “가장 만만한 물주”이고, 떨어지는 광고매출 탓에 언론은 “협찬영업팀”이 됐다고 말할 정도였다. 또 다른 지역언론 관계자는 “광고가 줄고 있는 탓에 지자체 협찬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음지가 아니라 ‘양지’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수 백건의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실제 여러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자체들은 주로 지역대표 일간지와 방송사를 주로 지원하고 있는데, 일 년에 수십 건의 행사를 하는 ‘행사대행업체’ 같은 언론도 여럿 있었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해야 할 공적 업무를 언론에 맡기고 언론에 돈을 지원하는 경우도 많았고, 관광상품 개발과 사진공모전에도 언론이 개입하고 지원금을 받는 일도 흔했다. 언론은 지역의 명소에 속속 자리를 잡고 경쟁적으로 걷기행사를 발명 중이기도 하다.

지자체와 언론이 협업해 할 수 있는 공익사업은 많다. 언론 기록을 활용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정리하고 분석할 수 있고, 언론이 발굴했거나 재조명한 사람·지역·문화에 대한 행사를 기획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디어스>가 확인한 지자체와 언론의 협업은 대부분 단순한 ‘음성적 협찬’ 행사에 불과했다. 최근 재정 적자가 심해진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관광지역화’를 추진하는 흐름에 편승하는 언론의 모습이 두드러졌다.

언론 입장에서는 지자체와 기업의 후원금으로 사회공헌사업을 하면 손해 볼 일이 없다. 지역언론의 경우, 지역 유지들이 운영하는 곳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언론은 지역사회 공헌 명분도 얻고 이익까지 남길 수 있다. 대형 전시회와 뮤지컬, 콘서트 같은 문화사업의 경우에도 기업과 지자체를 스폰서(후원자)로 끼고 진행하며, 광고를 받기 때문에 오히려 이익은 더 많아진다. 실제 부산지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언론은) 절대 깎아주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특정 언론사를 밀어주고, 지자체가 언론사 문화사업 적자를 보전해주고, 명소 걷기행사를 만들어 지원한다는 점에서 지역별 특징이라고 할 만한 것조차 없을 정도다. 지자체가 진행해야 할 어린이날·어버이날·송구영신 행사와 다문화사업, 특산물 홍보를 언론에 대행시키는 것도 대다수 지자체에서 발견됐다. 광주광역시 정도만 빼고 이 같은 모습은 서울에서 부산, 광역시에서 자치구와 군 단위까지 대부분 일치했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행사도 많았다. 언론사가 시민들에게 지역사회 돕기 성금을 모아 지자체에 전달하는 행사에도 연간 수천만 원을 지원하는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행사의 수혜 대상을 차례로 늘리면서 후원금을 더 받아내는 언론사도 있었다. 행사를 진행하다 중간에 일 년을 쉬면 어찌 된 일인지 후원금액이 껑충 뛰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세계기자대회를 홍보하며 시정을 홍보하는 곳도 있다. 부산은 서울에서 열린 마라톤대회를 후원하면서 후원 목적을 ‘부산 이미지 제고’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역별로 특이한 점을 보자면 △서울시 후원금의 60%를 중앙일보가 가져가고, 세종문화회관이 동아일보 뮤지컬 티켓을 ‘억대’ 구매했고 △남경필 현 도지사의 부친이 세우고 남 지사가 기자로 일했던 경인일보가 경기지역 지자체 후원금의 22%, 인천지역 후원금의 30% 정도를 쓸어담았고 △제주지역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하는 언론사는 동아일보이며 △충북 청주시는 매년 열 번의 걷기·마라톤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동아일보 마라톤대회에 대한 후원은 서울, 공주보다 경주가 압도적이고 △전북·전남지역에서는 MBC의 사업기획력이 돋보였고 △부산·울산·경남지역은 서울과 경기도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언론 후원금으로 쓰고 있고 △대구는 다른 지역과 달리 ‘창조경제’ 행사가 많고 △경북에는 ‘관광가이드’를 자처하는 언론이 몰리고 있고 △강원도는 스포츠의 성지라고 할 만큼 스포츠 관련 행사가 많은 점도 독특한 모습으로 꼽을 수 있다.

보통 언론은 광고영업 직원에게 광고, 협찬, 후원금액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주며 영업을 독려한다. 여러 지자체와 언론이 <지자체와 언론, ‘음지’의 거래> 연속보도에 관심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앙일보 점유율이 높다’는 취지의 <미디어스> 보도에 주요일간지 이름을 거론하며 “지금 그쪽에서 항의를 하고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는 “남경필 현 지사는 현재 경인일보와 큰 관계가 없다”며 수차례 “(남 지사 이름을) 제목에서 빼 달라”고 요구했다.

인천과 경기지역, 충청지역에 있는 기자 여럿은 지자체들이 누락한 행사를 알려주기도 했다. 한 지역언론 기자들은 “여기는 이해관계가 너무 얽혀 있어 이런 걸 보도하려고 해도 못한다”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몇몇 언론사는 자신들이 받은 금액은 보도 내용보다 적다고 주장하며 법적 조치를 운운했으나 이내 거둬들였다.

<미디어스>는 애초 지난해 이데일리의 ‘판교참사’를 계기로 지자체와 언론의 유착관계를 드러내고자 이 연속보도를 기획했다. 여러 지역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받아낸 행사내역을 일일이 기록하고, 수작업으로 확인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예상한 것보다 심각하다’는 것이었다. 지자체와 끈끈한 관계를 맺은 언론에 비판 보도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아니, 열댓 명이 일 년에 수십 건의 행사를 하면서 기사를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번 기획을 통해 본 언론의 민낯은 초라했다. 언론사는 거대한 광고·협찬 영업조직이 됐다.

키워드로 요약하자면 ‘지자체, 언론, 로맨틱, 성공적’이다.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는 사실상 ‘광고·지원금 직거래 장터’수준이고, 각종 걷기·달리기 행사는 세금을 빼먹는 단골메뉴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큰 선거가 없는 2015년, 언론의 구애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가 있는 2016년과 2017년 지자체는 더 많은 돈을 풀 것이다. 지자체와 언론의 로맨스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성공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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