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는 패배했습니다. LTE가 대세입니다. 한국에서는 와이브로, 세계적으로는 모바일 와이맥스(Mobile WiMAX)라고 불리는 4G 기술은 LTE에 완전히 밀려 설 곳을 잃고 말았습니다. 한국에서 LTE보다 5년이나 빨리 상용화되었고, 전세계 90개국 195개 사업자가 사업을 시행하거나 준비중이던 와이브로/와이맥스는, 이제는 그 기세를 잃어 주요 사업자들이 대부분 TD-LTE로 전환하는 실정입니다. 과연 와이맥스 진영은 이렇게 힘없이 무너지고 말 것인가, 아니면 비록 패배했어도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인가. 앞으로의 와이브로/와이맥스의 전망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와이브로/와이맥스 위기론’은 LTE 상용화 이후 몇 년 간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기정사실이 되었습니다. 미국의 Clearwire(Sprint)와 러시아의 Yota 등 주요 와이맥스 사업자들이 대부분 TD-LTE로 전환하였고, 한국의 KT와 SKT, 그리고 일본의 UQ WiMAX 정도가 남은 주요 사업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뒤에 쓰겠지만, 사실 UQ WiMAX는 애매합니다.) 한국에서도 와이브로 가입자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100만명도 넘겼지만 지금은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86만여명입니다. 그에 반해 LTE 가입자는 나날이 증가해 3500만명을 돌파했지요. 숫자의 단위가 다릅니다.

게다가 무서운 기세로 최선단의 기술을 마구 도입하는 한국을 필두로 LTE-Advanced로의 발전도 계속 이행되고 있는 LTE 진영과 달리, 와이맥스 진영에서는 LTE-A와 더불어 IMT-Advanced 승인도 받은 유이한 차세대 표준인 와이맥스 2.0(와이브로-Advanced, IEEE 802.16m)을 도입하겠다는 사업자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도입하고 싶어도 도입할 장비가 없는 건 둘째 치고서라도요. 그야말로 와이맥스 진영의 완벽한 패배입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LTE는 전세계 3G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UMTS/WCDMA 표준을 제정하는 3GPP의 4G 표준이라는 것이 가장 대표적일 것이고, 그러다보니 단말기 및 장비 수급 등에서 LTE와 경쟁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 등도 있을 것입니다. 결국 4G의 헤게모니를 차지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2012년에는 표현명 당시 KT 사장이 직접 와이브로를 TD-LTE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었고, 최근엔 방통위도 기존의 와이브로를 TD-LTE (LTE-TDD)로 전환하는 것은 아직 불허하지만 기존 와이브로 대역이었던 2.5GHz 대역의 새 주파수 할당에는 TD-LTE를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와이맥스 진영도 이렇게 힘없이 무너질 수만은 없습니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충격과 공포의 결정을 내리는데, 바로 ‘TD-LTE를 와이맥스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WiMAX와 TD-LTE: 적과의 동침?

위기가 기정사실을 넘어 와이맥스 진영이 스스로 LTE에 백기를 든 것이고, 실제로 LTE-Advanced가 Release 10 이후로 11, 12, 13 등등 계속해서 발전하는 것과는 반대로, IEEE 802.16m (WiMAX Release 2.0) 이후의 와이맥스 자체적인 기술 발전은 중단되었습니다. 대신 WiMAX Release 2.1에서 “Extended Mode” 또는 “Additional Element (AE)”라는 이름으로 TD-LTE를 와이맥스의 일부로 포함하게 되었고, Release 2.2에서는 모바일 와이맥스와 TD-LTE간의 상호운용성 곧 두 기술 간의 핸드오버, 로드밸런싱 등의 협력통신을 지원하게 됩니다. ‘패배했다’고 하는 것이 결코 과장이 아닌 것입니다.

이건 적과의 동침이지 않은가, 너무도 직관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해결책이 아니라 자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보았듯 LTE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와이맥스는 더 이상 LTE와 경쟁할 수 없을 정도까지 이르렀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서로 동등함에도 불구하고, 기술 외적인 면, 즉 단말기/장비 수급, 마케팅, 그리고 무엇보다도 규모의 경제 면에서 LTE와 도저히 상대가 안 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와이맥스 진영은 기존의 와이맥스 사업자들과 신규로 와이맥스를 고려하는 사업자들에게 미래의 로드맵을 제시하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자들은 추가적인 투자에 불안감을 느끼게 될 테고, TD-LTE로의 이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그나마 있는 와이맥스의 기반조차 위험해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자들이 TD-LTE로 이왕 옮겨간다면, WiMAX Release 2.1 AE를 통해서 TD-LTE로 옮겨가기 위한 기반을 아예 와이맥스 진영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하여, TD-LTE로 전환하는 도중에도 동시에 기존 와이맥스를 완전히 버리는 것이 아니라 둘을 공존시킬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하겠다는 것입니다. TD-LTE를 와이맥스의 일부로 편입시키는 것이 기존 와이맥스 사용자들도 고려하면서 사업자들도 연착륙을 기대할 수 있는, 와이맥스 진영으로서는 가장 나은 선택지인 것입니다. 또한 바로 TD-LTE로 옮겨갈 생각이 없는 사업자들은 와이맥스가 완전히 사장될 것이라는 불안감 없이 추가 투자를 진행할 수도 있겠지요.

물론 와이맥스 2.1 AE는 3GPP의 LTE 표준 전체를 가져온 것은 아니고, 3GPP 표준의 일부, 곧 무선과 네트워크 표준만을 가져와서 TD-LTE와 호환성을 가지게 한 기술입니다. 일본의 UQ WiMAX에 따르면, 와이맥스 2.1 AE는 LTE에 들어가 있는 문자메시지나 음성 코덱 등의 서비스 규격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데이터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이 됩니다. 또한 LTE에 포함된 다른 표준들(보안, 시험, 관리, 서비스 등)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UQ WiMAX 2+: TD-LTE인 듯 TD-LTE 아닌 TD-LTE 같은 와이맥스

위에서 UQ WiMAX에 대해서 애매하다고 언급했습니다만, 그 이유가 바로 UQ WiMAX가 도입해 서비스 중인 “WiMAX 2+”도 역시 기존 와이맥스의 진화형인 WiMAX 2.0이 아니라 바로 이 TD-LTE와 호환되는 WiMAX 2.1 AE입니다. 이 정도면 사실상 이름만 와이맥스고 그냥 TD-LTE인데, 여기에는 일본의 2.5GHz 대역에서는 “LTE 서비스”는 허용되어 있지 않다는 규제-정치적 문제도 있습니다. (비슷한 예로, 일본 소프트뱅크의 AXGP도 사실상 TD-LTE이지만 이름은 기존 윌콤의 ‘XGP’ 기술의 발전형인 ‘AXGP’입니다.)

UQ WiMAX의 WiMAX 2+를 지원하는 단말기들은 그래서 실제로는 WiMAX 1.x(=와이브로)과 TD-LTE를 듀얼모드로 동시에 지원하는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기존의 와이맥스 1.x 단말기들은 새로운 WiMAX 2+ 기지국에 당연히 접속할 수 없지만, 새로운 WiMAX 2+ 지원 단말기들은 와이맥스 1.x를 동시에 지원하기 때문에 기존의 와이맥스 기지국에도 접속할 수 있습니다. 와이맥스 2.1 AE 표준은 일단은 1.x/2.0/2.1AE를 한 기지국에서 동시에 지원할 수 있게 합니다만, UQ WiMAX는 와이맥스 2.0(=차세대 와이맥스)은 아예 포기하고, 기존의 1.x 기지국에 와이맥스 2.1AE(=TD-LTE)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 같습니다.

일본 UQ WiMAX의 와이맥스2+ 서비스. WiMAX 2+ 단말기는 와이맥스 2+(TD-LTE)와 기존의 와이맥스에 모두 접속 가능합니다. 기존 와이맥스 기기가 TD-LTE에 연결하는 것은 물론 불가능합니다.

▲ 그림 출처: http://buzzap.jp/news/20130930-wimax2-plus/

UQ WiMAX의 WiMAX 2.1 AE 지원은 상당히 공격적이어서, 올해부터는 4x4MIMO, 곧 한 기기와 기지국에 각각 4개의 안테나를 사용해 기존의 2x2MIMO(단말기, 기지국 각각 2개 안테나)의 110Mbps 속도에서 두 배 빨라진 220Mbps를 지원하게 됩니다. 이전에 제가 4x4MIMO는 배터리 소모와 공간적인 측면에서 도입되기 힘들 거라고 했는데, UQ WiMAX는 배터리 시간을 희생해서 도입해 버렸습니다. 대신 2x2MIMO에 비해서 2시간 빨리 죽습니다. 또한 기존 와이맥스 1.x 대역폭 30MHz 중 20MHz를 떼어 와서 20MHz+20MHz 캐리어 어그리게이션으로 2.1AE의 속도를 두 배 더 올릴 예정이고, 최종적으로는 1Gbps 이상의 속도를 꿈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정리하면, 일본의 UQ WiMAX도 와이맥스/와이브로에서 ‘사실상’ TD-LTE로 전환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정치적 문제도 있고, 2.1AE도 아무리 TD-LTE라지만 어쨌든 이제는 와이맥스 표준의 일부이니 와이맥스는 와이맥스이고, 기존 와이맥스 서비스도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으니 와이맥스 사업자라고 부르는 것일 뿐입니다.

틈새 시장과 특화

물론 와이맥스 진영의 전략은 이것만은 아닙니다. 와이맥스 포럼은 최근 와이맥스를 특화한 시장 두 곳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공항에서의 지상 무선 통신 표준인 AeroMACS와, 전력의 효율적인 공급을 위한 네트워크 망, 곧 ‘스마트 그리드’ 솔루션인 WiGRID입니다. 특히 AeroMACS는 미국 연방항공청(FAA), 유럽의 항공 관제기구인 유로컨트롤(Eurocontrol)등이 차세대 항공 관제 솔루션으로 도입을 결정했고, 기존의 항공 관제 솔루션이 너무 낡은데다 더 이상 업그레이드할 수도 없고, 또한 LTE가 뛰어들지 않은 시장이기에 미래가 밝다고 보여집니다.

▲ 와이맥스 항공 워킹 그룹 로고와 WiGRID 로고

와이맥스 진영은 살아남기 위해서 이렇게 두 가지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첫째는 소비자 대상 모바일 네트워크 시장에선 LTE에 패배를 선언하고, TD-LTE를 와이맥스 표준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 그로써 사업자들에게 TD-LTE로의 전환을 부드럽게 할 수 있게 하여, 현재 존재하는 와이맥스에 대한 투자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것. 둘째는 와이맥스를 특화시켜 B2B 틈새 시장을 노리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헤게모니를 잃은 와이맥스 진영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생존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글에서 다루어질 것은 한국의 와이브로 시장입니다. 아무래도 와이브로 종주국의 타이틀을 달고 있는 만큼 TD-LTE로의 전환에는 심리적인 부담감도 크고 현실적인 문제도 있는데, 이 점을 살펴보면서 한국 와이브로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논의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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