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2주년을 맞은 박근혜 정부는 그야말로 축복받은 게 아닐까 싶다. ‘불통’, ‘인사실패’, ‘복지공약 축소’, ‘비선실세 파문’, ‘대선개입 논란’ 등 열거하기도 힘는 국정 난맥으로 지지율은 역대 최악의 수준에 이르렀지만, 공영방송 MBC 뉴스는 철저한 침묵을 택했다. 오히려 MBC는 박 대통령이 직원들로부터 박수를 받는 장면을 부각해 노출했다. KBS 뉴스는 평가를 하긴 했지만 정작 비판해야 할 내용은 애써 피했다. 공약이행율 점검 같은 수준 높은 주제는 KBS와 MBC 뉴스에서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MBC, 박수와 환호받는 박근혜 대통령

MBC <뉴스데스크>는 박근혜 정부 취임 2주년을 맞은 25일 <취임 2주년 새로운 각오 다져>, <“문화콘텐츠 국가 브랜드 높인다”>, <새누리 “정책 주도하겠다”> 리포트를 배치했다. MBC는 “오늘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이 되는 날”이라며 “박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들과 함께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이 700여 명의 청와대 직원들로부터 박수와 환호를 받는 장면이 그대로 뉴스에 노출됐고, 박수치는 장면은 이후에도 4차례나 등장했다.

▲ 2월 25일 MBC '뉴스데스크'
MBC는 청와대의 말을 빌려 “지난 2년간 경제 재도약의 틀을 만들었고, 경제성장률도 개선됐으며 창조경제의 성과도 가시화됐다”고 평하며, “중국 등 5개국 FTA 체결에 따른 경제영토 확장과, 드레스덴 선언 등 통일을 위한 실질적 준비도 성과”로 설명했다. 아직 나아지지 않고 있는 과제는 서민 체감 경기, 청년 일자리 문제, 가계부채, 안전관리 사각지대 등을 그냥 나열만 했다. ‘청와대의 평가’를 그대로 전달한 것이다.

MBC는 <“문화콘텐츠 국가 브랜드 높인다”> 리포트에서 또한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 콘텐츠 산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면서 치켜세웠다. MBC는 “‘문화가 있는 날’ 행사에 참여한 문화시설은 전국적으로 1천4백여 곳”이며 “시행 1년을 넘어서면서 참여 공연장과 전시관은 60%, 관람객 수는 2배 이상 늘었다. 요금을 할인하는 고궁에 사람이 몰리고, 영화관 관람객도 평일보다 80% 이상 늘었다. 집권 3년째, 국정기조인 문화융성의 토대가 자리를 잡고 있다”고 청와대의 말을 그대로 읊었다. 한 마디로 국정 브리핑 같았던 MBC 뉴스였다.

KBS, 뻔하고 추상적인 평가들만

KBS는 <취임 2주년…“새 각오로 경제 혁신”>, <경제 성적표와 과제는?>, <외교 순항…남북 관계 제자리걸음> 리포트를 배치했다. ‘평가’에 나서긴 했지만 핵심은 피해가는 모습이었다. KBS는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를 시작으로 연설 때마다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 가운데 하나가 바로 경제”라면서 “지난 2년간의 경제성적표와 과제를 살펴봤다”고 뉴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KBS에서 ‘경제성적표’는 ‘숫자’에 맞춰졌다.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2년 간 경제성장률은 3%와 3.3%로 출범 전년도보다 이렇게 높아졌죠. 수출은 수출액과 무역흑자, 무역규모가 모두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2년 연속 달성했고, 캐나다, 중국, 호주 등과의 FTA 타결로 우리 경제 영토는 전 세계의 74% 정도로 넓어졌습니다” <KBS 뉴스 중>

KBS는 “고용률, 특히 OECD 기준 고용률은 사상 처음으로 65%를 넘었다”며 “하지만 동시에 실업률이 3.5%로 높아졌고,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인 9%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가계빚은 1000조 원을 넘어 서민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고 전했다. KBS는 이어 “(박근혜 정부의)남은 3년 경제의 체질을 바꿔 돈이 돌도록 하는 게 중요하단 얘기”라고 덧붙였다. KBS는 그 대책으로 △공공부문과 금융, 노동, 교육 등 4대 분야 구조개혁, △공무원연금 및 건강보험 등 공적연금 개혁을 제시했다. 평가는 수치를 들어 꼼꼼하게 했지만, 향후 대책은 구체성 없는 추상적인 내용만 언급했다. 더욱이 ‘경제’를 점검한다면서 박근혜 정부 내내 논란이 된 ‘부자감세’, ‘법인세 인하’, ‘경제민주화’ 등의 문제는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 2월 25일 KBS '뉴스9'

그러며 KBS는 <외교 순항…남북 관계 제자리걸음> 리포트를 별도 배치했다. ‘외교’와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였는데, 결론은 “미국, 중국 등과의 외교는 대체로 순항중인 반면, 남북관계는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뻔한 내용이었다. 흉내를 내긴 했지만, 과연 KBS가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 의지가 있었는지 아니면 KBS의 실력이 이 정도인지 의구심이 드는 구성이었다.

SBS, “지지율 반토막…깜깜이 인사 및 검증부실…9명 낙마”

SBS는 <박 대통령의 지난 2년…지지도 ‘반토막’> 영상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국정지지율 추이를 먼저 점검했다. SBS는 박근혜 정부가 '74.2%'의 높은 지지도로 출발했음을 상기하며, △장관 후보자 잇단 낙마,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채동욱 전 감찰총장 사태, △세월호 참사, △비선 개입 의혹 등을 거치면서 "지지율이 반토막 났다"고 설명했다. 뉴스에 등장한 이찬복 TNS 이사는 박 정부의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세월호 이슈에서도 50%를 유지했었는데 문제가 해결 안 되고 누적 되다보니 조금씩 빠지는 것 같다“는 분석을 보탰다.

▲ 2월 25일 SBS '8뉴스'

SBS는 <“폐쇄적 인사와 불통이 개혁 발목”> 리포트에서 “지난 2년을 돌아보면, 고비 때마다 인사실패와 소통 부족이 국정의 발목을 잡아왔다는 데 큰 이견이 없다”며 “남은 임기동안 국정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방위사업청장 내정 발표 하루 전 새누리당 차명진 전 의원에게 청장 자리를 맡아달라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전화를 대표적 ‘인사시스템 부실’이라고 꼬집었다. SBS는 또한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놓고 수첩인사, 깜깜이 인사라는 지적이 많다”며 “철통보안을 강조하다 보니 검증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지난 2년간 3명의 총리후보를 비롯해 인사청문회 대상자 9명이 중도 낙마했다”고 비판했다.

SBS는 <아직도 갈 길 먼 ‘경제활성화’> 리포트에서도 “고용률 70% 달성과 경제구조 혁신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며 “또 취업자 수는 다소 늘었지만, 비정규직 양산으로 일자리 질은 후퇴했고 청년 취업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지상파 뉴스 가운데서는 체면치레를 한 정도였다.

공영방송은 왜?…종편 JTBC의 정교한 비판

공영방송 KBS와 MBC가 국정 브리핑 수준의 보도를 하고, SBS가 상대적으론 낫지만 절대 평가에선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든 보도를 한 반면, JTBC <뉴스룸>의 뉴스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정교했다.

▲ 2월 25일 JTBC '뉴스룸'과 '뉴스타파'

JTBC <뉴스룸>은 박근혜 정부 2년에 맞춰 3일에 걸쳐 분야별 대통령 공약 이행 점검을 내보내고 있다. 25일에는 앵커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정부 두 돌 생일, 여론의 밥상에는 국수가 올랐다. 대통령이 언급한 ‘퉁퉁 불은 국수론’이 그것”이라며 “퉁퉁 불은 국수든, 면발이 선 국수든 잔칫상에 올려놓고 축하하기엔 함께 상 위에 펼쳐진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대 대통령들의 3년차 1분기 지지율을 정리해 “가장 낮은 수치”라고 비판했다. <뉴스타파>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 201개를 대상으로 분석해 “공약점수 42점”이라고 평가했다. 또, 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설치기사들의 고공농성장을 찾아 그들의 요구와 박 대통령의 공약을 비교했다. 설치기사들의 요구가 사실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 다 들어 있는 내용이라는 점을 폭로했다. 박 대통령이 당초 공약을 지켰다면, 최소한 노동자들이 극한 농성은 피했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었다.

최근 JTBC의 뉴스를 보면, 지상파들이 왜 그토록 종편의 출범을 반대했던 것인지에 대한 역설적인 생각마저 든다. JTBC의 뉴스가 절대적으로 탁월하다고 말하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뉴스라는 행위의 의미와 저널리즘의 사회적 책임에 훨씬 더 탁월하게 복무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반면, 지상파 뉴스의 경우 존재 의의를 잃어가고, 이슈 주도력 마저 종편의 저질 뉴스들에게 빼앗기며 왜 방송되어야 하는지 그 기본적 의의조차 찾기 어려운 지경이다.

최근 국경없는기자회(RSF)는 한국의 세계언론자유지수를 60위로 발표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계속된 ‘언론장악’의 여파 탓이 크다. 하지만 과연 그것만 탓할 수 있는 문제인지 회의적이다.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가장 기본적인 감시기능도 수행하지 못하는 공영방송의 뉴스는 정말 언론장악에 의한 것일까. 아니면 그냥 이제는 못해도 그만이라는 '낙인효과'에 길들여진 지상파 보도국 구성원들의 안이함이 더해진 참사일까. 박근혜 정부 2주년, 최대 성과는 아마도 공영방송의 국정 브리핑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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