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이 21일부터 23일까지 벌인 찬반투표에서 84% 참여 82% 찬성으로 전면 파업을 가결했습니다. 상당히 높은 참여율과 찬성률을 보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최상재 위원장이 결정하는 대로 △YTN 낙하산 구본홍 반대와 공정방송 사수 △지상파 방송 장악하려는 방송법 시행령 개악 반대를 위해 파업을 벌여야 하게 됐습니다.

이밖에도 △조중동 방송을 위한 신문·방송 겸영 허용 반대 △지역신문 다 죽이는 신문 관련 법안 개악 반대 △지역·종교방송 말살하는 민영 미디어렙 도입 반대가 더 있습니다.

▲ 지난 7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치른 언론노조 경고파업 전진대회. ⓒ김훤주

1. 우리는 그들의 비웃음거리일 뿐이다?

언론노조 전면 파업, 굉장한 사건입니다. KBS는 사실상 탈퇴가 돼 있으니 그렇다 쳐도 MBC·SBS·EBS·CBS· YTN만 파업을 해도 대단할 것입니다. 여기에 한겨레·경향신문·서울신문·헤럴드미디어·한국일보 등이 더해지면 더 엄청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세상에서는 전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론노조 찬반투표를 했는지 어떤지조차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왜 이럴까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언론노조가 전면파업을 실행하리라 보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정이 이렇게 된 까닭은 바로 우리에게 있습니다. 우리 조직력이 전면파업을 할만큼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가 지금처럼 거세차게 우리를 몰아치는데 아무 대응도 않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크든작든 파업을 해야 합니다. 만약 이번에도 우리가 지난날 했던 것처럼 말로만 파업을 하고 간부 몇몇만 서울에 모여서 집회시위를 벌이는 것으로 마무리한다면 우리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저이들의 비웃음거리만 되는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2. 언론노조가 가만있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지금 상황은 조중동을 뺀 대다수 신문·방송은 죄다 죽거나 다치게 생겼습니다. 재벌의 방송 진입 하한선 축소, 신문·방송 겸영 금지 철폐,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고사와 민영 방송광고업체 난립 같은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정책이 이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안팎에서 우리 언론노조의 전면 파업 찬반 투표 가결을 실행으로 옮겨질 일로 보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투쟁 형태가 반드시 전면 파업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효과 면에서 뛰어나면서도 우리 의지가 굳건함을 보여줄 수만 있으면 그만입니다.

어쨌거나 우리 언론노조 소속 모든 지부와 본부가 하나같이 투쟁에 나서는 일은 누구도 생각지 못하거나 또는 안 합니다. 어떤 지부·본부는 할 것이고 어떤 지부·본부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조직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긴 말이 아무 필요가 없습니다.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와 본부 사무처 성원들은 본부·지부 조직들을 만나서 파업할 수 있는 의지력과 조직력을 갖추도록 다그쳐야 합니다. 지부장·본부장을 비롯한 집행간부들은 조합원들을 추슬러야 합니다.

아울러 투쟁의 내용과 형식을 준비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교육 선전할 콘텐츠를 챙겨야 합니다. 서울에서 한 번 모이자는 식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이미 지난 7월 23일에 그런 수준에서 경고 파업을 한 차례 한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경고파업과 다를 바 없는 본 파업이 무슨 보람이 있겠습니까! (게다가 우리 경고파업은 이미 실패로 판명이 났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 경고를 무시했습니다. 경고파업 이후로도 저이들은 자기 정책을 거의 바꾸지 않고 밀어붙였습니다.)

3. 양치기 소년이 되면 절대 안 되는 까닭

이쯤에서 10월 24일 오후 열린 자유언론실천선언 34주년 기념식 생각이 나는군요. 이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정동익 위원장이 이렇게 말씀했다지요. 우리가 양치기 소년이 되면 안 되는 가장 분명한 이유를 저는 여기에서 봅니다.

“언론 자유를 지켜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하기 이전에 모든 언론인이 연대하여 가열찬 투쟁을 벌여야만 언론 자유는 지켜낼 수 있고 그렇게 할 때라야만 반드시 국민들이 함께 할 것이다.” 여기서 ‘모든 언론인’은, ‘모든 언론노조 조합원’으로 바꿔 읽어도 무방할 것입니다.

저는 1963년 8월 경남 창녕에서 났습니다. 함양과 창녕과 부산과 대구와 서울을 돌며 자랐고 1986년 경남 마산과 창원에 발 붙였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는 1999년 들어왔습니다. 대학 다닐 때는 학생운동을 했고 졸업한 뒤에는 노동조합운동과 진보정당운동을 일삼아 했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발바닥만큼은 뜨거웠던, '직업적' 실업자 시절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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