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합산규제'가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며 첫걸음을 뗐다. 출석한 의원 9명 중에 ‘반대’가 2표(권은희·서상기)뿐이었단 점에서 상임위 통과 또한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월 임시국회 통과가 유력해지고 있다. 하지만 법안심사소위 통과 이후에도 유료방송 합산규제법에 대한 논란은 끝나지 않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산하 법안심사소위(위원장 조해진)는 23일 회의를 열어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위한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수정 가결했다. ‘특수관계자’를 포함해 모든 유료방송의 경우 가입자 기준 1/3 이상의 점유를 제한하기로 했다. 다만, 여야는 ‘3년 일몰제’를 도입해 이후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규제 존속 여부를 재검토 하자는데 입장을 모았다. 또한 산간·도서·벽지의 경우, 위성방송의 점유율 규제(1/3)를 예외로 하기로 수정됐다. 해당 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3개월 후 효력을 갖는다. (▷관련기사 : 유료방송 합산규제법, 국회 미방위 법안심사소위 ‘통과’)

유료방송 합산규제법은 2012년에 발의됐지만, 사업자들의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처리가 지연되어 왔다. 법안 처리가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마자,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제각각 다른 입장을 밝히며 바로 충돌했다. 최대 피해가 예상되는 KT스카이라이프는 당장, 위헌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타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은 “KT가 억지주장을 중단해야한다”고 비판했다.

KT·KT스카이라이프 “플랫폼사업자에게는 블랙아웃과 같다…위헌소송 낼 것”

유료방송 합산규제법의 미방위 법안심사소위 통과에 가장 반발한 사업자는 역시 KT였다. KT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규제 취지에 있어서는 공감하지만 문제는 규제 방식”이라며 “점유율을 참고해서 점유율 자체를 규제하는 논리와 법률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청점유율 규제를 예로 들며 “점유율을 기준으로 의무로 지운다든지, 점유율 기준을 넘었을 경우 정부가 광고시장을 조정하고 인수합병(M&A) 같은 것을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KT 관계자는 “점유율이 높다고 해도 채널을 빼버리는 ‘블랙아웃’을 하지는 않는다. 합산규제는 점유율을 기준으로 영업을 못하게 하는 것인데 플랫폼사업자에게는 말 그대로 블랙아웃과 같다”고 말했다. “합산규제는 소비자 선택권도 침해하고 산업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게 KT 주장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합산규제가 국회를 통과할 경우 ‘위헌 소송’을 제기할 계획을 밝히며 반발했다. 스카이라이프는 법안심사소위 의결 직후 발표한 입장자료에서 위성방송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이를 합산규제라는 상업적 틀로 규제하는 것은 위성방송의 특수성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스카이라이프는 “더욱이 위성방송 종사 가족의 생존권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양방향성이 구현되지 않는 위성전용상품까지 합산하여 규제하는 것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스카이라이프는 국회 미방위 전체회의와 법사위에서 또 다른 안을 찾아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산규제가 입법화 될 경우에는, 위헌 소송 등의 법적 조치를 통해 시청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자유로운 시장 경쟁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케이블·IPTV 업계, “법처리 긍정적…KT 억지주장 중단해야”

케이블 업계와 타 IPTV업계는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3년 일몰제’ 도입과 이후 ‘재검토’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동일서비스로 볼 수 없다’는 KT의 주장에는 “사회적 합의와는 내용이 다르다”, “고객의 입장에서 같은 서비스이기 때문에 동일한 규제가 맞다”고 맞받았다.

케이블 방송 측 관계자는 “위성방송을 동일서비스에 포함시켜 묶은 것은 당연한 것이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다만, 국회가 ‘일몰’이라는 절충안을 만들려다보니 미래창조과학부의 안을 그대로 받은 것 같아 앞으로 논의가 더 중요해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3년 후, 1/3 규제가 사라지면 KT가 이를 넘어설텐데, 그럴 경우 법안 제정 취지가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위성방송은 동일서비스로 볼 수 없다’는 KT의 주장에 대해 “KT의 주장이지 사회적 합의와는 다르다”며 “<방송법> 테두리 내에서도 이미 위성방송은 동일서비스로 규정돼 있다. 또,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에서도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은 협의가 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위성방송이 현재 도서산간벽지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는 게 아니라 도심지역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이 이뤄지는 부분에 대해 동일규제로 묶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법 상 위반’ 지적에 대해서도 “방송은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30~33%의 점유율 규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방송법>은 공정거래법의 하위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IPTV업계 한 관계자는 “동일한 서비스에 대해 동일한 규제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었다”면서 “이번 통과한 법이 그동안 규제에서 제외돼 있던 KT의 ‘특수관계자’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고객의 입장에서 IPTV와 위성방송, 케이블방송은 형태만 다를 뿐 동일한 서비스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서비스라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어폐”라고 그는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케이블은 수혜 때문에 찬성하는 것’이라는 KT의 주장에 대해 “KT입장에서야 규제를 받게 되니까 사업적으로 안 좋아지는 게 맞다”며 “그렇지만 방송서비스라는 점에서 규제가 없으면 균형을 잃기 때문에 점유율 규제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KT의 억지주장”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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