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던 김제동의 토크쇼 ‘톡투유’가 전파를 탔다. 결론부터 빨리 말하자면 엄청 재미있었다. 결론부터 빨리 말하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김제동의 진가는 이처럼 말을 많이 할 때 드러난다. 보통의 경우라면 말을 많이 하면 밑천이 들통이 나겠지만 김제동의 입은 대본도 없이 날개를 단 것처럼 대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기대 반 우려 반이었던 정치적 색깔은 전혀 없었다.

설날 많은 특집들이 준비됐지만 개인적 취향으로는 김제동의 토크쇼를 최고로 뽑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유일한 불만이라면 방송시간이 짧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사실 토크쇼를 1시간가량 했다면 짧다고는 할 수 없는데 얼마나 재미가 있었는지 체감으로는 한 30분 정도 하다가 만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말장난과 어록의 경계를 오가는 김제동의 막힘없는 말주변이 최고이자 최선의 감상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쉼 없이 객석의 관객들과 대화하며 소통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통의 토크쇼 패널들과의 대화보다 더 재미를 느끼게 했다. 아마도 김제동이 재야 아닌 재야 예능인으로 살아야 했던 긴 세월 동안 티비 밖에서 전개했던 토크쇼의 관성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패널이라고 해야 할지, 보조 진행이라고 해야 할지 다소 애매하지만 어쨌든 김제동 주변에 지원사격을 위해 등장한 만화가 강풀과 인기 강사 최진기 그리고 가수 요조의 조합도 다른 토크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신선하고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했다. 만화가 강풀은 따로 소개한다는 것이 결례일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꾼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만화가 아닌 방송에서의 그의 입담은 그다지 유려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의 만화가 그렇듯이 꼭 필요한 때에 만화적 재치를 발휘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연애라는 문제를 사회과학적 측면으로 풀면서도 조금도 지루하지도 않고, 딱딱하지도 않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능력을 보인 최진기의 가세도 매우 흥미로웠다. 그러면서 오히려 김제동이 의외로 자제한 사회적 발언을 대신해주는 방패역할을 해준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었다. 뭔가 김제동과 겹치는 것 같으면서도 다른 색깔을 내는 흥미로운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런가 하면 노래만 할 것으로 생각했던 요조의 짧지만 촌철살인 같은 토크 참여 역시 감칠맛을 더해주었다. 느닷없는 김제동의 질문에 어눌한 듯 침착한 듯 혹은 신비한 듯 조화롭게 받아내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김제동, 강풀, 최진기 그리고 요조까지 무대에 선 네 명의 조화를 놓고 본다면 정말 누가 의도했는지 환상의 팀플을 보일 거라 기대감에 부풀게 했다.

무엇보다 심각하게 말하지 않고, 모두를 웃게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웃고 넘기지 못할 따끔한 질타가 있음이 좋다. 요즘 살기 힘들다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런 때라도 분명 웃음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웃고 난 후에 허탈해지는 가짜웃음이 아니라 웃은 후에 따뜻해지는 힐링이 있다. 김제동이란 인물이, 그가 가진 진짜 속내가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힐링은 별 것 아니었다. 김제동은 자신의 상미 같은 토크쇼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상미라는 사람은 김제동의 코디네이터다. 김제동이 음식물 분리수거로 조금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에 조용히 들어주고, 다 듣고 난 뒤에는 자신의 일처럼 화내고 분해하던 상미 씨를 통해서 화가 다 풀리는 경험을 했다면서 톡투유도 방청객 혹은 시청자의 고민과 분노를 해결해주는 못해도 진심으로 들어주고 공감하고 싶다는 의미였다.

자기의 이야기를 해도 모자랄 것 같은 오랜 침묵의 시간을 보낸 김제동이 정말 오랜만에 자신의 이름을 단 토크쇼의 중심에 서서 거꾸로 이야기를 들어주겠다고 한다. 그것이 김제동의 토크쇼가 다른 이유일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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