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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과 회사는 설 쇠러 갔고, 우리는 여기에 있다”고공 농성 SK·LG 노동자, “가족과 명절 보내려 전광판 올랐다”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02.19 12:36

수십 명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부침개에 술잔을 부딪치고, 한편에서는 윷놀이가 한창이었다. 해질녘 아쉬움에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모습도 영락없는 ‘설’ 풍경이었다. 가족 대신 조합원이고, 뜨끈뜨끈한 아랫목이 아니라 차가운 대리석이었고, 단식 농성장이었지만 그들은 즐거워 보였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인터넷과 IPTV를 설치하고 수리하는 노동자 이야기다.

파업에 돌입한지 백일이 다 됐다. 이들은 애초 반은 노동자고 반은 자영업자인 ‘근로자영자’로 살았다. 그래서 지난해 3월 노동조합을 만들고 회사에 적정노동을 할 수 있도록 고정급 중심의 임금체계 등을 요구했다. 협상은 지지부진했고, 해를 넘겨서도 ‘무단협’ 상황이 이어졌다. 사실상 키를 쥐고 있는 원청 SK와 LG 또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사태는 더 꼬였다. 결국 고공농성과 단식농성까지 ‘마지막 단계’에 왔다.

연휴 직전인 15일에 있었던 교섭은 자리에 앉자마자 끝났다. 노동조합은 ‘노동자→자영업자 전환’ 비용을 회사와 노동자가 반반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회사는 정규직이 되는 비용은 노동자가 부담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SK와 LG의 협력사들의 교섭을 대리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5만~30만 원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다고 밝혔으나, 이 전환 비용을 감안하면 ‘임금 삭감’이라는 게 노조 주장이다. 여기에 회사가 유급이던 휴가를 무급으로 바꾸는 것과 ‘복지기금 지급 불가’ 입장도 협상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다.

   
 

18일 밤 서울중앙우체국 앞 고공·단식농성장에는 수십 명의 노동자가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잘 풀리려던 교섭에서 갑자기 경총과 회사가 입장을 바꿨다”며 “이런 상황에서 고향에 내려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 석 달이 넘어가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조합원들이 꽤 있고, 생활고 때문에 집에 내려가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같이 먹고 살자고 이야기하는데 노동자만 굶고 있다”며 “우리는 설 연휴에도 이곳에 있는데 경총과 회사는 설쇠러 갔다”고 말했다.

결국 원청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게 노동조합 입장이나, 최근 법원은 노동자들이 원청의 이름과 총수 일가에 대한 구호를 외치지 말라는 결정을 내렸다. “진짜사장을 찾지 말라”는 압박인 셈이다. 그러나 희망연대노동조합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의 김홍철 정책부장은 ‘노동조합으로서는 마지막 전술인 셈인데 조합원들이 불안해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불안해하는 조합원도 많고 설 연휴가 지나면 고비가 될 것”이라면서도 “오히려 ‘악’이 생긴 조합원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은 원청과 회사의 실적 압박에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사태 해결 전까지 요금 납부를 거부하겠다’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회사와 임금 협상을 해야 하는 노동조합으로서는 선택하기 어려운 길이다. 김홍철 정책부장은 “제대로 된 회사라면 오히려 고쳐야 할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며 “노동자를 불법에 이용하지 말라는 요구이면서 가입자의 권리와 노동자의 권리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계기가 아니면 언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겠냐”고 했다.

농성하는 노동자 중에는 ‘사장’도 많다. “실적 올리는 대로” 수입을 올리던 사람이 많다. 회사와 경총이 노리는 것도 바로 이 지점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홍철 정책부장은 “지금 대다수 조합원은 토요일에 쉬고, 적정노동을 할 수 있는 것을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재하도급 금지 문제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청과 센터(협력사) 계약은 1년인데 재하도급을 금지하는 유예기간으로 3년, 18개월을 달라는 것은 결국 그들끼리 ‘사전에 약속한 마진’을 챙기면서 그 밑에 있는 노동자들은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결국 노동자와 가입자에게 가는 피해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동조합은 재하도급 금지와 임금 인상 등 요구를 관철할 때까지 고공농성과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18일로 고공농성은 13일차, 단식농성은 9일이 됐다. 고공농성 중인 강세웅씨는 이날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절박한 마음에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이 없어 이곳에 올랐고,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은 가족들과 함께 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명절과 휴일에 가족들과 함께 있고 싶어 싸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강세웅씨는 “박근혜 정부는 다른 공약은 모두 폐기처분하면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공약만 실천하고 있다”며 “그런데 나온 대책을 보면 노동자를 필요할 때만 쓰고 버리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시민들도 이 문제가 한국의 비정상적인 고용문제라는 것을 알고 함께 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하면서 “비정규직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도 가정과 일터에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공농성자인 장연의씨는 “원래 있던 ‘당뇨’와 바람에 전광판이 흔들리는 탓에 현기증이 때때로 일어나지만 몸상태는 괜찮은 편”이라며 “아래 있는 조합원들이 정말 고맙다. 끝까지 함께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노모와 함께 살고 있고, 어머니도 고공농성 사실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어제는 생일이었는데 어머니가 미역국을 끓여 올려주셨고, 오늘은 전을 부쳐서 보내셨다”고 말했다. 강세웅씨는 “광주에 사시는 부모님은 아들이 파업하러 간 줄 알고, 아직 제가 이곳에 올라온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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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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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ika0324 2015-02-23 00: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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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국 어 디 든 섹 가 능 합 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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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4114 2015-02-21 02: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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