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를 통해 유명세를 탄 문명진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콘서트를 가졌다. 문명진이 누구인가. 호소력 있는 음색으로 발라드를 부를 때면 애잔한 음색으로 객석을 초토화시키는 가수 아니던가. 그의 진가는 이번 단독 콘서트를 통해 관객에게 강렬하게 어필되었다.

콘서트를 할 때마다 다음 날의 콘서트를 위해 에너지를 아껴두어도 좋으련만, 문명진은 콘서트 초반에 엄살 아닌 엄살을 떤다. “어제 오버페이스를 했다. (하지만 오늘도 최선을 다할 것이기에) 막판에 다 죽었어. 하지만 막판에 못 하면 어떡하지? 미리 죄송합니다”라는 멘트로 관객에게 기대감을 높인 후 애교 섞인 협박과 사과로 객석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어제 콘서트에서 최선을 다했으니 오늘 콘서트는 슬슬 노래하는 게 아니라, 오늘도 열심히 노래 부르겠다는 열의가 객석에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 문명진 ⓒ쇼노트
<불후의 명곡>에서 시청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핑클의 ‘당신은 모르실거야’를 열창할 때에는 편곡도 잘만 하면 원곡 못잖은 감동을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다는 걸 새삼 되새기게 만들어주었다. 원곡보다 템포를 늦추고 부른 노래는,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많은 사랑을 하고는 있지만 차마 고백할 수 없는 비탄한 심정을 심금 어린 노래로 토하고 있었다. 애잔하면서도 처연한 감성이 노랫말과 멜로디 하나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고나 할까. 간주 부분에서 폭발적으로 터지는 문명진의 가창에서는 피 끓는 애잔함을 200% 느낄 수 있었다.

문명진 하면 마이클 볼튼도 빼놓을 수 없다. 마이클 볼튼은 내한했을 당시 문명진이 소화한 자신의 노래 ‘하우 엠 아이 서포즈드 투 리브 위드 아웃 유’(How Am I Supposed To Live Without You)’에 대해 “전 세계 많은 아티스트들이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었지만 문명진이 부르는 노래가 내가 들은 것 중 가장 훌륭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살짝살짝 분위기를 반전시키면서도 열정적인 원곡의 재해석을 통해 ‘잘 빠진 노래’가 얼마만큼 관객을 황홀하게 만들 수 있는가를 입증해주는 섹시한 노래가 아닐 수 없었다.

문명진 콘서트 <나의 노래>에서는 게스트가 제공하는 묘미도 ‘이스터 에그’만큼이나 재미나고 쏠쏠했다. 이날 객석에 있다가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 <불후의 명곡> 유미는 문명진의 가창력에 뒤질세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엄정화의 '배반의 장미‘를 열창함으로 무대와 객석을 뜨겁게 달궜다.

“문명진이 나타난 뒤로 유미가 없어졌다”는 농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유미는 “하지만 문명진이 사랑받는 게 제가 사랑받는 것 같은 기쁨”이라고 멘트를 반전시킴으로 친구 문명진을 배려하는 유미의 심성이 돋보이게 만들었다. 유미는 문명진에 대해 “노래 연습을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 한다”면서 문명진의 성실함도 잊지 않고 칭찬했다.

▲ 문명진 ⓒ쇼노트
문명진은 케이윌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문명진, 케이윌 노래 제일 쉬워’라는 자극적인 기사 제목을 접한 문명진과 케이윌은 함께 밥을 먹었다고 한다. 이때 케이윌이 기사 제목에 대해 투덜거렸다면 삐지지 않은 것이지만, 문명진을 만났을 때 케이윌은 ‘기사가 자극적이긴 하더라’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문명진이 보았을 때 이건 정말로 케이윌이 삐진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문명진이 케이윌을 팔아먹었을 것 같은 자극적인 헤드라인 때문에 문명진이 걱정했을 마음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케이윌은 문명진에 대해 서운한 게 아니라 돈독한 우정으로 맺어진 가수였다. 이전 콘서트에서 서로 디스했다고는 하지만, 서로를 아끼는 속마음과는 반대로 표현한 ‘훈훈한 디스’였다는 걸 모르는 관객은 없었을 것이다.

문명진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풍부한 원곡의 재해석 능력으로 편곡도 원곡 못지않은 훌륭한 노래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콘서트이자, 동시에 유미와 케이윌 같은 게스트를 통해 문명진의 인간미가 훈훈하게 발휘될 수 있었던 콘서트라고 평가하고 싶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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