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를 통해 유명세를 탄 문명진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콘서트를 가졌다. 문명진이 누구인가. 호소력 있는 음색으로 발라드를 부를 때면 애잔한 음색으로 객석을 초토화시키는 가수 아니던가. 그의 진가는 이번 단독 콘서트를 통해 관객에게 강렬하게 어필되었다.
콘서트를 할 때마다 다음 날의 콘서트를 위해 에너지를 아껴두어도 좋으련만, 문명진은 콘서트 초반에 엄살 아닌 엄살을 떤다. “어제 오버페이스를 했다. (하지만 오늘도 최선을 다할 것이기에) 막판에 다 죽었어. 하지만 막판에 못 하면 어떡하지? 미리 죄송합니다”라는 멘트로 관객에게 기대감을 높인 후 애교 섞인 협박과 사과로 객석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어제 콘서트에서 최선을 다했으니 오늘 콘서트는 슬슬 노래하는 게 아니라, 오늘도 열심히 노래 부르겠다는 열의가 객석에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불후의 명곡>에서 시청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핑클의 ‘당신은 모르실거야’를 열창할 때에는 편곡도 잘만 하면 원곡 못잖은 감동을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다는 걸 새삼 되새기게 만들어주었다. 원곡보다 템포를 늦추고 부른 노래는,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많은 사랑을 하고는 있지만 차마 고백할 수 없는 비탄한 심정을 심금 어린 노래로 토하고 있었다. 애잔하면서도 처연한 감성이 노랫말과 멜로디 하나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고나 할까. 간주 부분에서 폭발적으로 터지는 문명진의 가창에서는 피 끓는 애잔함을 200% 느낄 수 있었다.
문명진 하면 마이클 볼튼도 빼놓을 수 없다. 마이클 볼튼은 내한했을 당시 문명진이 소화한 자신의 노래 ‘하우 엠 아이 서포즈드 투 리브 위드 아웃 유’(How Am I Supposed To Live Without You)’에 대해 “전 세계 많은 아티스트들이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었지만 문명진이 부르는 노래가 내가 들은 것 중 가장 훌륭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살짝살짝 분위기를 반전시키면서도 열정적인 원곡의 재해석을 통해 ‘잘 빠진 노래’가 얼마만큼 관객을 황홀하게 만들 수 있는가를 입증해주는 섹시한 노래가 아닐 수 없었다.
문명진 콘서트 <나의 노래>에서는 게스트가 제공하는 묘미도 ‘이스터 에그’만큼이나 재미나고 쏠쏠했다. 이날 객석에 있다가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 <불후의 명곡> 유미는 문명진의 가창력에 뒤질세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엄정화의 '배반의 장미‘를 열창함으로 무대와 객석을 뜨겁게 달궜다.
“문명진이 나타난 뒤로 유미가 없어졌다”는 농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유미는 “하지만 문명진이 사랑받는 게 제가 사랑받는 것 같은 기쁨”이라고 멘트를 반전시킴으로 친구 문명진을 배려하는 유미의 심성이 돋보이게 만들었다. 유미는 문명진에 대해 “노래 연습을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 한다”면서 문명진의 성실함도 잊지 않고 칭찬했다.
그럼에도 케이윌은 문명진에 대해 서운한 게 아니라 돈독한 우정으로 맺어진 가수였다. 이전 콘서트에서 서로 디스했다고는 하지만, 서로를 아끼는 속마음과는 반대로 표현한 ‘훈훈한 디스’였다는 걸 모르는 관객은 없었을 것이다.
문명진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풍부한 원곡의 재해석 능력으로 편곡도 원곡 못지않은 훌륭한 노래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콘서트이자, 동시에 유미와 케이윌 같은 게스트를 통해 문명진의 인간미가 훈훈하게 발휘될 수 있었던 콘서트라고 평가하고 싶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