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인터뷰 강하늘이 ‘미생’ 촬영하며 연극 ‘해롤드 & 모드’를 소화할 수 있었던 이유에서 이어집니다.

강하늘은 연극 <해롤드 & 모드> 외에 상반기에만 영화 개봉작이 세 편이다. 지금 개봉 중인 <쎄시봉>을 비롯하여 <스물>과 <순수의 시대>다. 그런데 모두 비슷한 캐릭터가 아니다. <쎄시봉>에서는 윤형주를 연기하지만, <순수의 시대>에서는 육두문자가 절로 나올 만큼의 ‘나쁜 남자’를 연기한다.

이는 그만큼 강하늘이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걸 보여준다. 이 배우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저력, 넓은 폭의 연기를 소화할 수 있는 강하늘만의 비법은 무엇일까. 해답은 아래 인터뷰 안에 있다.

- <미생>의 장백기 때보다 <해롤드 & 모드>에서 웃는 얼굴을 많이 볼 수 있어서 보기 좋다.

“연기하기 편하고 고민하기 편한 건 장백기 같은 인물이다. 장백기는 겉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내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인물이었다. 장백기가 그룹 안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보는 게 많았다면 연극 속 해롤드는 겉으로 표현을 많이 한다. 그래서 웃는 장면이 많이 않았을까. 외모상으로 보면 제가 해롤드와 비슷하다는 걸 안다.(웃음)”

▲ 연극 ‘해롤드 & 모드’강하늘 ⓒ샘컴퍼니
- 연기 신조를 들려 달라.

“작품이 먼저여야 하지, 역할이 먼저라는 생각을 하기 싫다. <미생>이든 <해롤드 &모드>든 좋은 역할이니까 연기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역할보다도 과연 이 작품이 좋은 작품인가를 먼저 생각해 본다. 연기자는 작품에 따라서 역할을 시작해야 한다. <미생>에서 장백기 캐릭터를 만들어갈 때 제가 구상한 헤어스타일이나 안경 스타일에 대해 ‘아저씨처럼 보인다’ ‘늙어 보인다’며 주위에서 반대가 많았다.

그럼에도 주위 사람들의 충고에 굴하지 않고 제가 착안한 스타일을 끝까지 고집했다. 주변에서 이야기하는 건 장백기를 위한 스타일이 아니라 강하늘을 이쁘게 보이기 위한 스타일이었다. 만일 주위의 권유대로 장백기 스타일을 수용했다가는 장백기라는 역할에 미안했을 것 같았다. 감독님도 처음에는 제가 주장하는 스타일에 반대하다가 인정해주셨다.

연기자가 보이기보다는 역할이 먼저 보이게 연기하고 싶다. 얼굴과 몸이 연기자의 것이니 역할이 먼저 보이게 만든다는 게 불가능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돋보이는 것보다는 배역에 집중하고 배역이 돋보이는 게 중요하다.”

- 책을 즐겨 읽는 배우로 알고 있다. 촬영하기도 바쁜데 어떻게 독서할 짬이 나는가.

“좋아하는 말 중에 ‘독서와 연애는 시간이 나서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는 건 억지다. 책을 읽으려면 화장실 가서도 조금씩 읽을 수 있다.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시간이 빌 때마다 책을 읽어야 한다. 그래서 시간이 빌 때마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고 책을 많이 읽는 게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을 때 책 속의 문장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 책만 읽어서는 책이 담고 있는 생각이나 사상을 100% 흡수하기 어렵다.”

▲ 연극 ‘해롤드 & 모드’ ⓒ샘컴퍼니
- 그동안 뮤지컬 작업을 많이 해서 감정을 노래로 토하던 걸 이번에는 연극을 해서 대사로 감정을 토로한다.

“‘치트 키’라는 표현이 있다. 게임을 할 때 편하게 만들어주는 키라는 표현이다. 뮤지컬은 게임할 때 치트 키처럼 요령이 있다. 음악이 나오고, 멜로디가 나오고, 가사가 나오면 관객의 마음이 열리기 쉽다. 노래에 감정을 싣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연극은 대사 안에 감정을 실어야만 한다. 배우가 뿜는 에너지 안에서 감정을 담아야 한다는 차이점이 뮤지컬과는 다르다.”

- ‘연기에 만족한 적이 없다’는 표현을 보면서 느낀 게 있다. 강하늘씨는 욕심꾸러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더 나은 연기인가를 고민하다 보니 연기에 만족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연기를 하고 나서 가끔은 ‘이 정도면 잘한 게 아닌가?’ 할 때가 있다. 이럴 때마다 ‘만족하면 안 돼’하는 생각이 든다. 좋은 걸 생각할 수는 있어도 만족하면 안 된다는 스스로의 생각이라고나 할까.”

- <해롤드 & 모드>를 하면서 연기 면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연기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는 신조를 배울 수 있었다. 공연이 시작했다고 해서 연기가 끝난 게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고, 한 공연이 시작되면서부터 배우가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연기를 책임져야 한다는 걸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알고 있던 걸 이번에 연극하면서 뼈저리게 되새기고 있다.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 디테일한 것까지 물고 늘어지는 걸 배우는 중이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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