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10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언론에 대한 외압 행사와 관련한 발언이 들어있는 녹취록을 추가로 폭로했다. 이 녹취록에 의하면 이완구 후보자는 언론인 출신 인사를 대학 총장 및 교수로 만들어 줬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가 하면 김영란법을 통과시켜야 겠다면서 기자들을 사실상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특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7일 이완구 후보자가 일부 언론 소속 기자들과 오찬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의하면 이완구 후보자는 “나도 대변인하면서 지금까지 산전수전 다겪고 살았고 지금도 너희 선배들 형제처럼 산다”면서 “내가 대학 총장도 만들어주고 40년 된 인연으로 이렇게 산다. 인간적으로 친하니까. 내 친구도 대학 만든 놈 있으니까 교수도 만들어 주고 총장도 만들어 주고…”라고 발언했다.

▲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간사(가운데)와 위원들이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언론회유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완구 후보자는 이날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이 “언론인 중에 교수나 총장을 만들어 준 사람이 있는가”라고 질문하자 “없다”고 발언한 것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거짓말’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경협 의원은 “총리 후보자가 언론인을 대학 총장이나 교수로 만들어줬다는 발언을 했는지, 김영란법 통과를 반대한 것이 언론 자유를 위한 것인지, 회유와 압박을 위한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 공개하게 됐다”며 녹취록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녹취록의 발언이 사실일 경우 이완구 후보자가 친분이 있는 대학 총장 등을 매개로 언론인 출신 인사에게 교수직 등을 주선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이완구 후보자는 15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창이던 지난 1996년 경기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로 임용된 뒤 2006년까지 단 한 차례도 강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또, 이완구 후보자는 지난 2010년 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우송대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정규수업 없이 6차례 특강하고 6천여만원에 이르는 급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황제특강’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손종국 당시 경기대 총장이 비리사학으로 수감생활을 한 경력이 있어 경찰 출신인 이완구 후보자와 연결고리가 있을 수 있고, 김성경 우송대 당시 총장 역시 이완구 후보자의 고등학교 동창인데다 이완구 후보자의 충남지사 시절 교육특보로 임명된 바 있어 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이들의 청문회 증인 채택을 요구해왔다.

이와 같은 사실을 고려하면 이완구 후보자가 언급한 ‘40년 된 인연’, ‘대학 만든 내 친구’ 등은 위의 맥락을 연상할 수밖에 없어 ‘정피아’ 문제로까지 사태가 확대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간 최근 기자들과 이 후보자가 사석에서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 음성 파일 공개 여부에 대한 공방이 오가자 눈을 감은 채 뒷목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이외에도 이완구 후보자가 ‘김영란법’을 들먹이며 기자들을 사실상 ‘협박’했다는 의혹 역시 드러나있다. 이완구 후보자는 이 녹취록에서 “김영란법 때문에 기자들이 초비상인데 통과시켜야지 안되겠다”라면서 “내가 욕먹어가면서 막고 있는데 통과되도록 가만히 있어야 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완구 후보자는 “여러분이 한 번도 보지 못한 시골에 있는 친척이 밥 먹은 것을 내가 어떻게 하느냐, 항변을 해보라. 당해보라. 검경에 불려다니면 막 소리지를 것”이라면서 “야당이 (김영란법을) 통과시키려 하는 걸 내가 공개적으로 막아줬는데 안 막아준다”고도 발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의혹이 사실일 경우 이완구 후보자의 언론관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최악의 수준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되고, 국무총리로서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도 지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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