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야는 놔두고, 언론분야만 놓고 봐도 대한민국과 2MB 정권은 1987년 민주혁명 이전의 독재시절로 돌아갔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네티즌과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시를 송두리째 억압하고, 언론장악, 방송장악을 위해서라면 법도 국민여론도 아랑곳 않는다. 그래서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민간독재’가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10년 만에 정권을 잡은 세력의 입장에서는 뭐든지 마음대로 하고 싶을 것이다. 수구세력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 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족벌언론과 2MB 정권 핵심 인사들의 공통점이 몇가지 있다. 거짓말, 집요함과 뻔뻔함이 그것들이다. 하나 더 보탠다면, “내가 하면 절세, 남이 하면 탈세, 내가 하면 (부동산) 투자, 남이 하면 투기,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식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연주 사장 해임을 제청한 지난 8월 11일 김회선 국가정보원 2차장(국내담당)이 최시중 방송통제위원장,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등과 오찬모임을 가진 사실이 밝혀졌다.
민주당은 ‘시대착오적인 관계기관 대책회의의 부활’과 ‘국가정보기관이 개입한 전방위적인 언론장악 기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24일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회선 차장 등을 국가정보원법 위반혐의로 고발하기로 결정하고 구체적인 법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보도됐다.
잘 알려진 것처럼 국내 최대 법률그룹인 김앤장 소속의 김회선 변호사가 국가정보원 2차장에 발탁된 것은 지난 3월 10일이다. 당시 국정원 1차장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 출신의 전옥현 국정원 국장이, 3차장에는 국정원 8국 단장을 지낸 한기범 실장, 기획조정실장에는 김주성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발탁됐다. 김주성 사장의 경우에는 대기업인 코오롱그룹에서 부회장을 역임한 CEO 출신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동관 대변인은 당시 브리핑에서 “내부에서 두 명, 외부에서 두 명을 균형있게 발탁한 것은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을 기하는 한편 국정원 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또 “특히 외부인사 두 분을 법조인 출신 한 분과 민간 CEO 출신으로 기용한 것은 국정원 활동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뿐만 아니라 민간조직 못지 않은 업무 효율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회선 2차장의 8월 11일 ‘대책회의’ 참석으로, 국정원 활동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법조인 출신을 국정원 2차장에 기용했다는 이 대변인의 주장은 결과적으로 거짓임이 드러났다. 이동관 대변인은 강원도 철원 지역에 절대농지를 불법으로 소유해 강제 매각 명령을 받은 상태다. 논을 살 때 실제 지불한 가격보다 낮춰 신고하는 이른바 ‘다운계약’으로 인해 살 때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땅을 팔아도 경우에 따라 수천만원의 세금을 물어야 할 딜레마에 처해 있는 인물이다.
이날 대책회의 참석자 중의 한 사람인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약칭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다.
그는 1963년생으로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몇차례의 실패 끝에 사법고시에 합격, 서울행정법원 판사 등을 지내다 17대 때 국회의원이 됐다. 한나라당 대변인 시절 노무현 정권이 언론자유를 탄압한다는 성명과 논평을 자주 냈던 인물이다.
그는 이날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으로부터 부메랑을 맞았다. 김유정 대변인은 24일 논평을 통해 “나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으로서 기자실 통폐합 문제를 두고 언론자유의 조종이 울렸다고 표현했고, 언론말살 3적은 국민 앞에 사죄하라는 논평을 했던 장본인”이라면서 “그가 KBS 대책회의에 참여했다는 것은 자기 부정이며,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맹비판했다.
김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23일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자신이 참석한 이른바 ‘KBS 7인 대책회의’에 대해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해명한 것과 관련, “눈 가리고 아웅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김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두 달 전 일도 제대로 기억 못하는 분이 과연 의정활동은 잘 하실는지 의심스럽다”고 비꼬았다.
김 부대변인은 또 “나 의원은 그동안 불리한 사건만 터지면 ‘사실이 아니다, 기억이 잘 안난다, 불법인지 몰랐다’며 오락가락, 갈팡질팡 해명을 반복하며 국민을 우롱했었다”고 나 의원을 비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덜 예쁜 여자들은 서비스도 좋고’ 식의 이야기를 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서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발언이 있었던 것 같다’ 식으로 얼버무렸고, 이 대통령의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주장, 막무가내식 정치공세’라며 적반하장식 발뺌 대변을 한 바 있다”며 그동안 나 의원의 문제 발언들을 열거한 뒤, “정직하게 밝히고 사과하라”고 압박했다.
8월 11일 회의와 관련해, 나경원 의원은 “정기국회에 앞서 언론계 전반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을 뿐, KBS 대책회의는 아니었다고 해명을 했는데도,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고 MBC는 보도했다. 나 의원은 또, “만나서 안될 사람들이 만난 게 아니었다며, 아침식사만 한 거 갖고 언론장악이라 하는 야당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한나라당과 2MB 정권 참모들의 수준이 이 정도다.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해서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언론계 전반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을 뿐”이라고 나 의원은 주장했는데, 언론계 전반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가 바로 ‘대책회의’ 그 자체다.
감각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뻔뻔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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