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현장기사에 대해 월급 25만 원 인상안을 제시했다. 임금은 첨예한 쟁점이 아니다.” SK브로드밴드 하도급업체 교섭대표인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대책1팀장은 지난 3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세부내용을 협의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 접근을 이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회사가 월급을 대폭 올려주겠다는데 SK행복기사들은 왜 아직도 파업 중이고, 겨우내 노숙을 하고, 6일 고공농성까지 시작했을까.

▲ 6일 서울 한복판 명동 주변 전광판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한 강세웅 장연의씨 모습. (사진=미디어스)

SK브로드밴드 하도급업체 노사분규 사태가 점점 꼬이고 있다. 키는 역시 원청인 SK브로드밴드와 대주주 SK텔레콤이 쥐고 있다. 인터넷과 IPTV를 이동통신서비스와 묶어 결합판매하는 두 회사는 노동조합과 정치권의 압박에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해결이 불가능한 지경이다. 특히 핵심쟁점인 임금체계와 재하도급 문제에 대해 회사는 ‘양보 불가’의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홍보팀 정양기 차장은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시작한 6일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이날 노사교섭은 시작조차 못하고 또 어그러졌다. 이날 교섭에 참여한 희망연대노동조합 김하늬 공동위원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사측에서 고공농성과 관련해 ‘이런 분위기에서는 교섭할 수 없다’며 강하게 항의했고, 결국 교섭을 못했다”고 전했다. 아직 향후 일정도 정하지 못했다.

경총과 노동조합의 설명을 종합하면, 노사는 임금체계를 ‘고정급+변동급’으로 하는 데 의견 접근을 이뤘다. 문제는 고정급 비율인데, 회사는 최저임금 수준을 제시했다. 그리고 회사는 기본건수를 기준으로 ‘현장직 25만 원, 내근직 15만 원’ 인상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금액은 ‘허수’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그 동안 반은 노동자이고 반은 개인사업자인 속칭 ‘근로자영자’ 대우를 받던 SK브로드밴드 개통기사에 대한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회사는 기존 임금에 4대보험료를 부담시키고 임금을 인상한다는 계획이었다. 김하늬 위원장은 회사의 안에 대해 “회사가 부담해야 할 사회보험료를 노동자에게 부담하겠다는 것”이라며 “실제 계산하면 임금은 삭감된다”고 설명했다. 노동조합으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안이란 설명이다.

▲지난달 22일 서울시내에서 오체투지 행진을 한 SK브로드밴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모습. (사진=희망연대노동조합)

더구나 회사는 업무차량이나 차량유지비 10만 원을 지원해 달라는 노동조합 요구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김하늬 위원장은 “사측과 경총은 ‘노동조합이 과도한 요구를 한다’고 주장하는데, AS기사의 경우 노조보다 회사가 더 높은 수준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노조 주장대로라면, SK브로드밴드 측은 사회보험료와 차량유지비는 지원하지 않으면서 ‘25만 원 인상’으로 여론을 흔들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임금 및 단체협약 적용시점도 쟁점이다. 애초 노사는 ‘2014년 임단협’을 교섭했으나, SK브로드밴드 측은 체결시점부터 적용하자고 요구했다. 김하늬 위원장은 “이렇게 되면 회사가 시간을 끌어 해를 넘겨 임단협을 체결하면 협상년도에 대한 임금인상은 없는 게 된다”며 “노동조합은 2014년 분에 대해 일부 소급하고, 2015년 상승분도 반영하자는 취지로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회사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방송통신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재하도급’에 대해 회사의 입장변화가 없다. 노동조합은 재하도급은 원하청 계약에도 금지한 것이라며 이를 즉각 금지하고 업무를 회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재하도급은 ‘중간수수료 챙기기’에 지나지 않을 뿐더러, 업무효율과 이용자서비스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는 게 노동조합 주장이다. 그러나 회사는 기존 재하도급 업체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고,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 당장 재하도급을 정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 (사진=노동자연대 이미진 기자)

경총은 노동조합의 과도한 요구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미디어스>는 장정우 노사대책1팀장에게 교섭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장 팀장은 “회의 중이라 통화가 어렵다”고만 밝혔다. 그는 경총이 이날 출입기자단에게 배포한 보도 참고자료를 요청하는 <미디어스>에 “자료는 홍보팀에 문의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경총 홍보팀 최종진씨는 “<미디어스>가 경총에 대해 쓴 기사를 보니, 자료를 제공하기 부담스럽다”며 “자료는 출입기자들에게만 배포한 것이라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스>는 SK브로드밴드에도 ‘원청 차원의 대책’을 물으며 경총 자료를 요청했으나, 정양기 차장은 <미디어스>의 고공농성 관련 기사 제목(“LG구본무, SK최태원의 불법행위가 노동자 하나로 만들었다”)을 문제 삼으며 “저희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기사를 쓰면 모르겠는데 기사를 (SK에 부정적으로) 그렇게 써서 (경총이 작성한) 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며 “경총에 연락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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