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 한국갤럽이 3~5일 전국 성인 남녀 1003명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수행도를 조사한 결과(휴대전화 RDD 표본 무작위 추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 표본오차 ±3.1%포인트에 95% 신뢰수준, 응답률18%) 긍정평가는 전주와 동일한 29%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부정평가가 전주보다 1% 줄어들긴 했지만 60세 이상 에서도 부정평가가 36%에서 43%로 상승하고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부정평가도 48%에서 50%로 소폭 상승하는 등 민심이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한때 지난주 바닥을 친 지지율이 이번주부터는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이러한 전망에는 사실상 아무 근거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니, 근거가 없었다기 보다는 뭘 해도 생각대로 안 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처지가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의 중심을 잡아줬어야 할 사람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부터 ‘준비된 총리후보’로 불리며 정국의 반전을 위한 카드로 여겨져 왔다. 원내대표를 맡아 세월호특별법 제정 등 험난한 과정을 거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충청도 출신이라는 지역적 이점에 무게감 있어 보이는 개인적 특성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다.

이 덕분에 이완구 후보자가 국무총리가 되면 상당한 권한을 보장해 ‘이완구 총리 체제’로 비주류 출신 김무성 대표가 버티고 있는 여당을 통제하면서 주도적으로 국정을 이끌게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까지 제출됐었다. 단 하나의 걸림돌은 국회에서 의결을 해야 국무총리의 자리에 최종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것인데 이완구 후보자는 정치인 출신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검증’에서 자유롭다고 여겨져 이 부분에 대해서도 큰 문제가 발생할 거라는 예상은 없었다.

▲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연수원 집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이완구 후보자는 지명 초기 50년 된 엑스레이 사진을 꺼내 보이며 ‘검증’에 대한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정치권과 언론 역시 이완구 후보자에 대해서는 쉽게 국무총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가 다수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청문위원을 고사하는 인사들이 속출할 정도였다. 이완구 후보자는 차남 병역면제 의혹에 대해서도 공개검증을 제안하며 이런 분위기에 쐐기를 박았다. 실제 진행된 공개검증에서 이완구 후보자의 차남의 무릎은 병역면제를 받을만한 상태였다는 점이 실제로 드러났다.

그러나 일부 언론이 이완구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태는 전혀 생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후 차남에게 증여한 성남시 분당구 일대 토지를 매입한 것에 대해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여기에 이완구 후보자가 신반포 2·3차 아파트, 압구정 현대아파트, 도곡동 타워팰리스, 대림아크로빌로 이어지는 시기별 투기지역의 아파트 매매로 자산을 불려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심각해졌다. ‘검증을 할 것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검증거리가 산더미 같은 사람’으로 비쳐지게 된 것이다.

이후 이런 저런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이완구 후보자가 젊은 시절 삼청교육대 입소자를 다루는 부서에 근무했다는 의혹, 대학에서 석좌교수를 맡았음에도 6차례 특강만으로 6천만원의 수입을 올렸다는 의혹,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 처남이 교수로 재직 중인 대학에 조교수로 10년 동안 재직하면서 강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 등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마침내 상황은 애초의 병역면제 의혹까지 돌아왔다. 이완구 후보자가 자신의 병역면제 사유에 대해 중학생 때부터 부주상증후군(평발)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1971년 최초 신검에서는 갑종(1급) 현역 판결이 나왔었다는 것이다. 이후 이완구 후보자는 행정고시 합격 이후인 1975년 7월 재검 진정을 넣어 ‘3을종’(4급·방위) 판정을 받았다. 이 의혹을 제기한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 측은 “행시 합격자에 대한 특혜성 현역병 면제였는지의 의혹을 추가로 밝히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이완구 후보자의 삶 자체가 이상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모범적인 공직자의 삶이라기 보다는 속물적인 투기꾼의 그것으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청문회를 통과하고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처리더라도 ‘이완구 국무총리’는 정치적으로 ‘만신창이’인 상황에서 업무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강부자 내각’이란 비판이 언론을 통해 제기된 것과 유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국무총리의 탄생을 통해 정권에 대한 새로운 지지 의사를 밝히는 게 쉽지 않다. 이완구 후보자가 안대희, 문창극 전 후보자에 이어 정홍원 총리 이후 3번째 총리 후보자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실망은 배가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고질적인 인사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완구 국무총리’를 통해 여당과 국회를 통제해 국정운영동력의 유실을 방지하겠다는 구상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특히 유승민 원내대표가 탄생해 새누리당 지도부가 비박계 일색이 된 상황에서는 여당을 통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주로 청와대와의 ‘직통라인’을 담당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비박계 조해진 의원이 맡는 것으로 정리되면서 상황은 더 암담해졌다.

이러니 이완구 후보자 지명 이후 속도감있게 진행될 것으로 여겨졌던 개각과 청와대 인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심지어 일부 언론을 통해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김기춘 비서실장의 유임론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국회와 수사기관에 대한 장악력이 강한 김기춘 비서실장이 당분간 영향력을 계속 발휘해야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왼쪽)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기는 증세와 복지 축소를 둘러싼 논란에서 이미 분출되고 있다. 언론은 ‘증세론자’에 가까운 유승민 원내대표의 입장과 ‘복지 축소’에 방점을 둔 김무성 대표, ‘증세 불가’를 강조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입장을 각각 다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부랴부랴 이 문제에 대한 당론 형성을 위한 절차에 들어간다고 하지만 ‘증세 없는 복지’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을 뒤집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은 확정적일 수밖에 없다. 당청관계의 조율이 원활해 이 과정에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다면 그나마 나은 것이겠으나 언론 보도 등을 보면 유승민 원내대표의 당선 이후 청와대와 당의 소통은 사실상 단절된 상태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6일 서청원 최고위원이 “우리가 모두 새누리당 정권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당·정·청은 칸막이 없는 한배다. 물이 새도 한쪽만 살겠다고 피할 곳도, 피할 방법도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이로인한 위기감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배에 물이 새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라는 것이다. 피할 곳도, 피할 방법도 없지만 그 물을 퍼낼 방법을 생각해내지 않으면 공멸은 시간문제다. 그러나 앞서 계속 서술했듯 지금까지 박근혜 정권이 해온 일들 때문에 밀려드는 물을 퍼낼 방법이 사실상 없다. 이제 무질서한 탈출만 남은 것인가? 이들이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위기를 반전시킬 마지막 ‘지혜’를 발휘해낼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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