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증세’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증세와 복지축소를 둘러싼 논란이 거듭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현행 복지제도의 구조조정 가능성을 언급해 여야의 합의에 따라 조세 및 복지제도 개혁의 구체적 내용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수언론들은 이를 두고도 제각기 서로 다른 입장을 내보였다.

▲ 한겨레 6일자 3면 기사.

<한겨레>는 6일 1면에 최근 증세와 복지축소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는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최근 복지-증세 논쟁이 전사회적으로 가열되고 있고 정치권도 이에 대한 논의기구 구성에 합의한 만큼, 이번 기회에 각자의 ‘복지-증세 로드맵’을 제시하고 실종된 ‘증세·복지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거짓말에 가까운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운 것에 대한 비판만큼이나,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구체적 대안 없이 ‘부자 감세 철회’라는 목소리만 높이고, 과장된 ‘세금폭탄론’으로 정치 공세에 나선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면서 “이번 만큼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강조했다.

현재 정치권의 논의는 증세냐, 복지축소냐의 양자택일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겨레>는 3면에서 복지예산의 구성과 무상급식,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의 현황을 따져봤을 때 사실상 복지를 더 축소할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복지예산의 70%가 4대공적연금과 주택 및 노동분야 기금으로 이는 사실상 전용하거나 줄일 수 없는 데다, 무상급식은 중앙정부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데다 지역마다 편차가 크고, 무상보육은 저출산 문제와 맞물려 있으며, 기초연금도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감안하면 늘려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 경향신문 6일자 3면 기사.

때문에 복지확대를 추진하면서 부족해진 재정 문제는 증세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된다. 제1야당 등이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 등이 대표적이다. <경향신문>은 이날 1면에서 여권의 친기업적 사고가 법인세 인상을 가로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현재도 장사가 안돼서 세금이 안 들어오는데 거기다 세금을 더 올리는 것은 곤란하다”고 발언하고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법인세는 전년도 영업실적에 따른 것인데 삼성전자, 현대차를 비롯해 주요 대기업의 실적이 좋지 않다. 법인세는 국제 경쟁을 감안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 등에서 이러한 점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이어지는 3면에서 미국과 일본의 경우 법인세를 내려도 최고세율이 37~39%에 이르는데 우리나라 법인세율 24%를 높다고 말하는 정부 여당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경향신문>은 “기업이 근로자에게 임금을 많이 주지 않다 보니, 법인세 대상이 되는 이득이 많아졌고, 개인사업자가 세율이 높은 소득세(최고 38%) 대신 법인세(최저 10%)를 내기 위해 법인사업자 등록을 많이 하다 보니 법인세수가 실제보다 과장돼 있다”는 지적을 지면에 싣기도 했다.

▲ 조선일보 6일자 사설.

그러나 여전히 ‘법인세 인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수하고 있는 언론도 있다. <조선일보>는 이날 1면에 최경환 부총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부는 법인세를 성역화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이어지는 3면에서 최경환 부총리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나성린 전 정책위수석부의장 등이 법인세 인상을 언급하고 있지만 당 내에 이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있어 법인세 인상이 현실화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을 “이 나라에 무상 복지의 광풍을 불러온 장본인”이라고 규정하며 “미·일은 물론 아시아 경쟁국들은 법인세 인하 쪽으로 가고 있다. 외국의 이런 추세와 달리 법인세를 올릴 경우 기업의 해외 이전만 늘어날 것이다. 세수가 오히려 줄어들 위험이 크다”고 주장해 법인세 인상 주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 한국일보 6일자 1면 기사.

정부 여당의 경우 법인세 인상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도 있지만 서로 손발이 맞지 않는 상황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일보>는 이날 1면에서 증세 및 복지축소 논란에 대해 “여야 간 기본 입장 차이와 당청 간 이견은 물론이고 여야 모두에서 초점이 다른 얘기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며 “특히 여권 지도부가 각기 다른 입장을 피력하며 정치세력 간 갈등의 파고도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복지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진다”면서 “이건희 회장 손자에게도 무상급식을 하자는 좌파정당과 달리 우리는 못사는 70% 국민 대상의 선별적 복지로 가자는 입장”이라고 발언한 뒤 법인세 인상에 대한 반대 입장도 재확인한 바 있지만 유승민 원내대표의 경우 “만약 세금을 올려야 한다면 법인세도 성역이 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라면서 “무상급식과 보육을 완전 폐기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는 이어지는 4면 기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등 기본적인 복지는 축소돼선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도 “다른 분야들의 선별적 복지에 찬성한다”며 분야에 따른 복지축소나 구조조정에 사실상 동의한 것을 두고도 야당 주요 인사들의 입장이 통일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동아일보 6일자 1면 기사.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오히려 여당이 야당이 말려들 수 있다고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아일보>는 오늘 1면에서 우윤근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새누리당이 주도한 보편적 복지 체제 개편에 일부 동조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대표적 ‘보편적 복지’ 항목들을 남겨둔 채 야권이 요구해온 법인세율 인상 등을 얻어내겠다는 카드로 풀이된다”면서 “여당이 야당의 페이스에 완전히 말려 무상복지의 제일 핵심은 그대로 놔두면서 법인세는 올려주는 최악의 방향으로 가고있다”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즉, 여야가 선별적 복지 전환과 법인세 인상에 합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야당이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에 대한 현재 정책을 포기할 의지가 없어 사실상 법인세만 인상하는 결과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3면에서도이와 같은 상황을 전하면서 ‘후폭풍’을 우려했고 사설에서는 우윤근 원내대표의 발언을 ‘말장난’으로 규정했다.

▲ 중앙일보 6일자 2면 기사.

하지만 <동아일보>의 우려와는 달리 ‘법인세 인상’을 받고 ‘선별적 복지’를 쟁취하자는 포지션을 취한 신문도 있었다. <중앙일보>는 이날 1면에 우윤근 원내대표의 발언을 들어 여야의 복지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가 ‘선별적 복지’로 모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2면 기사에서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꾼 이후 6조원 이상 늘어났고 최근 2년간 11조원이 늘었지만 같은 기간 법인세는 2조원이 늘어나는데 그쳐 “봉급생활자만 봉이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4면에서는 무상보육, 무상급식, 기초연금 재정의 30%만 줄여도 7조원이 절약될 수 있다고 분석했고 5면에서는 야당 지도부가 복지제도의 수위조절을 언급해 ‘무상시리즈’가 멈출 수 있다고도 보도했다. 결국 맥락을 해석해보자면 법인세를 일부 인상하고 소득세 비중은 낮추며 복지제도를 축소하는 식의 합의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보인 셈이다.

각 신문들의 이러한 보도 내용을 보면 증세와 복지 축소 문제는 미봉적 해결책만으로는 풀 수 없고 상당한 규모의 개혁이 전제하고 근본적 해결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런 와중에 보수언론의 ‘당혹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연말정산 대란’을 증세와 무상복지의 문제로 확대 연결시켜온 것 역시 보수언론 자신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바람대로 이번 논란이 무상복지의 ‘브레이크’가 될지, 아니면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충격적 결과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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