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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복지축소' 두고 손발 안 맞는 정부·여당보수언론, 새로운 국면 시작됐다면서도 박근혜 정권 비판
김민하 기자 | 승인 2015.02.05 11:59

여당이 ‘증세없는 복지’ 철회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 내부에서도 이와 관련한 균열이 감지되고 있어 이후 상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5일 1면 기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금기어’였던 증세와 복지 논의에 물꼬가 트이면서 백가쟁명식 의견이 쏟아진다”면서 “다만 ‘복지 축소냐 증세냐’를 두고 의견이 나뉘고, 청와대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조율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비박 투톱’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는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부터가 각자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국가 재정건전성 유지가 제일 중요하다는 인식을 같이 하며 새로운 복지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면서 ‘복지 축소’에 힘을 싣고 있지만 유승민 원내대표는 ‘증세론자’에 가까운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 경향신문 5일자 1면 기사.

경제정책의 사령탑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공식 입장을 내놓으면서 정부 및 여당 내의 이러한 분열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지하경제 양성화, 세출구조조정 등으로 (복지 재원을) 확보하고 그래도 안되면 국민 공감을 얻어 증세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는데, 이는 결국 박근혜 정부가 애초 ‘증세없는 복지’를 천명할 때 내놓았던 입장과 동일한 것이다. 즉, ‘입장불변’이라는 뜻. <경향신문>은 이어지는 3면에서 이렇듯 나눠지는 여권의 다양한 입장을 소개했다.

<한겨레>도 이날 3면에서 새누리당 지도부가 복지축소냐 증세냐를 두고 두 갈래로 갈렸다고 보도했다. 김무성 대표 등 비박계 지도부 일부가 복지축소를 외치고 있으나 유승민 원내대표의 생각은 증세에 기울어있다는 게 <한겨레>의 분석이다. <한겨레>는 4면에 유승민 원내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에 대한 기사를 실었는데 여기서 유승민 원내대표는 “현재 수준의 복지만 유지하려 해도 증세를 하거나 국채 발행이 필요하다”면서 “증세를 한다면 사회정의나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가난한 그룹이 억울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법인세도 성역으로 둘 수는 없다”고 발언했다.

   
▲ 한겨레 5일자 3면 기사.

<한국일보>도 4면에서 증세와 복지제도 축소에 대한 정치권 내외의 충돌을 다루고 있다. 무상복지 시리즈의 축소를 두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과 청와대는 증세 문제를 둘러싸고 충돌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기사에서 친박계 핵심의원들은 “정권교체 상황도 아닌데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정책도 다 자기들 마음대로 바꾼다는 게 말이 되느냐. 계속 이런 행태를 보인다면 많은 의원들이 가만이 있지 않을 것”, “복지·세금 문제는 박 대통령의 통치철학에 대한 문제인 만큼 당 지도부가 좀 더 신중해야 한다”면서 비박계 지도부의 입장에 반발했다.

보수언론들은 이렇게 여권 내부가 분열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찌됐건 새누리당 지도부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중앙일보>는 이날 1면에 유승민 원내대표가 증세에 대해 논하면서 “법인세도 성역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을 헤드라인에 반영했다. <중앙일보> 기사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는 “근로소득세는 늘리면서 법인세는 건드릴 수 없다고 하면 정치권이 어떻게 봉급생활자들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면서 “여야가 내년 총선 공약을 만들기 전에 증세냐, 복지 감축이냐에 대한 합의를 먼저 도출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 중앙일보 5일자 1면.

<중앙일보> 역시 4면에 유승민 원내대표 인터뷰를 실었는데 여기서 유승민 원내대표는 “복지감축보다 증세에 무게를 두느냐”라는 질문에 “‘저부담-저복지’에서 ‘중부담-중복지’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려면 단기적으로 증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세금 때문에 난리가 난 상황이다. ‘중부담-중복지’로 갈지, 그냥 지금처럼 있을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또, 유승민 원내대표는 “무턱대고 내년 총선에서 또 무상공약을 내놓을 수 없게 됐다”면서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라는 고집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본인이 인정하듯 애초의 ‘중부담-중복지’를 관철시키겠다는 구상에서 한 발짝 후퇴한 것이다. 또, “법인세도 성역이 아니다”라는 발언 역시 법인세를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기 보다는 소득세 등 다른 세목에 손을 대기 위해서는 ‘법인세는 건드릴 수 없다’는 여당의 기본 입장이 철회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것에 가깝다. 이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당선되기 전부터 밝혀 온 바다. 때문에 유승민 원내대표의 “법인세도 성역이 아니다”라는 발언이 5일자 신문 헤드라인에 뽑힐 만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

<조선일보>는 이날 1면에 한국형 복지를 다시 설계하자며 공격적인 제안을 내놓고 있다. <조선일보>는 “한국은 복지 확대가 필요한 국가지만 그동안 ‘정치 복지’가 사회를 지배했다”면서 “복지 초점이 저소득층보다는 표를 얻기 위해 노인과 학부모에게 치중됐다”고 지적했다. 그간 온갖 논리를 들어 ‘무상복지’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내더니 이젠 ‘정치 복지’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낸 셈이다.

   
▲ 조선일보 5일자 3면 기사.

<조선일보>는 이어지는 3면 기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범국민조세개혁특위’ 설치를 제안한 바를 들어 무상복지 축소와 증세 등을 논의하는 틀이 갖춰져 다음 총선까지 ‘14개월의 전쟁’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러한 내용을 보도하면서 우측 하단 기자수첩을 통해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판하기도 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2011년 전당대회에서 무상급식 등에 대한 찬성 입장을 공격적으로 밝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무상보육 등이 반영되는 결과를 낳은 것인데, 이제와서 “무상보육은 돈을 많이 쓰면서 문제가 발생해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솔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경고를 날렸다. <조선일보>는 김무성 대표나 유승민 원내대표의 복지정책 및 증세에 대한 발언과 인적쇄신 요구 등을 언급하며 “여당 지도부의 요구는 한마디로 박 대통령에게 핵심 국정 기조와 인사의 실패를 인정하고 방향을 바꾸라는 것”이라면서 “대통령은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여당 지도부부터 만나 함께 머리를 맞대고 쟁점 현안들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또다른 사설에서 “현재의 정치제도가 투표권을 가진 세대의 이익을 대변하게 돼있다”면서 “복지제도를 확충하면서 혜택은 지금 세대가 누리고, 비용은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는 일이 흔히 벌어진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즉, 여당의 쇄신 요구를 애초 1면에서 제기한 ‘정치 복지’ 문제의 해소로 간주하고 이를 논의하기 위해 나서라는 훈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 동아일보 5일자 3면 기사.

이슈를 선도하기 위해 이러한 노력을 감행한 <조선일보>에 비해 <동아일보>는 다소 투박하다. <동아일보>는 이날 1면에 최경환 부총리가 사실상 ‘증세없는 복지’를 포기했고 여야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처럼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어지는 3면에서는 최경환 부총리의 발언을 ‘증세없는 복지’ 포기 수순을 밟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하면서 이제 복지정책의 궤도가 수정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 최경환 부총리의 발언 맥락은 ‘입장불변’에 가깝다.

<동아일보>도 그걸 아는 모양인지 이날 사설에서는 좀 ‘까칠’한 목소리를 냈다. <동아일보>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국민 앞에 실천 불가능한 약속을 내세웠던 것을 먼저 사과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복지 축소에 따른 수혜층의 반발과 증세에 따른 부담을 지려 하지 않고 국회에 ‘폭탄’을 떠넘기려 한다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분노했다. 1면에서 주장하듯 최경환 부총리가 ‘증세없는 복지’를 이미 포기했다면 <동아일보>로서는 특별히 화를 낼 일이 없는 대목이다. 이런 혼란은 보수언론들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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