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는 제값이 없다. 신문이 독자에게 받는 ‘구독료’를 빼면 고정 수입은 거의 없다. 뉴스의 시장가격은 플랫폼사업자와 언론의 협상으로 결정된다. 여기에는 미디어 환경 변화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는데, 한국의 경우 포털의 온라인-모바일 지배력이 크고 언론은 여기에 기생하는 상황이다. 연합뉴스가 전재계약금액을 스스로 인하하면서까지 ‘소매상’을 하고 있는데, 소매상을 직접 하지 않았더라도 전재료는 떨어졌을 것이다. 민영통신사들의 존재도 있고, 이제 뉴스는 주로 온라인에서 소비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뉴스는 공짜다. 메이저 언론은 몇 년 전부터 디지털뉴스본부를 별도로 만들고 “디지털 퍼스트”를 사훈마냥 강조하지만, 차별화한 저널리즘과 주목할 만한 탐사보도 콘텐츠를 내놓진 못하고 있다. 간간이 수개월을 들여 거대한 기획기사를 내놓고, 웹을 최대한 활용해 인터랙티브 콘텐츠도 만들고, 스마트폰으로 보기 편한 카드뉴스도 뚝딱뚝딱 생산해 ‘입소문’을 기대하지만, 어찌됐든 뉴스콘텐츠 소비는 대부분 포털에서 이루어진다.

▲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저작권 캠페인 홍보물

포털은 하루 수천만의 이용자가 드나드는 어장이다. 모든 언론사가 포털에 입점하길 바란다. 규모가 작은 언론사는 포털로부터 적지 않은 돈을 받을 수 있을뿐더러 영향력도 높일 수 있고, 메이저 언론도 포털과 검색이 없으면 온라인뉴스를 유통할 플랫폼이 마땅치 않다. 이용자들도 ‘단독 아닌 단독기사’가 판치는 포털에 피곤해하지만 포털을 떠나지 않고 클릭해준다. 포털은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뉴스를 읽을 수 있는 최적화된 모델을 꾸준히 만들어가고 있다.

물론 언론은 포털 없이 살아남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했다. 그러나 차별화한 저널리즘과 대안언론, 후원모델로 성공한 언론은 뉴스타파와 국민TV, 프레시안 정도뿐이다. 대다수 언론사가 생존모델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대표적인 게 ‘온라인뉴스 제값 받기’ 캠페인이다. 몇몇 언론은 유료화를 시도했는데 모두 실패했다. 조선일보의 ‘프리미엄뉴스’도 성과를 못 내고 결국 ‘로그인 후 이용가능’으로 바뀌었다.

포털이 온라인뉴스 유통을 장악하면서 ‘헐값 뉴스’ 논란은 계속 있었다.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신문협회는 포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여러 활동을 해왔다. 네이버 모바일에 뉴스를 공급하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을 지어 네이버에 입점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일보가 2월 1일자로 ‘네이버 모바일’에 입점한 것은 신문의 ‘제값 받기’ 캠페인이 일단락됐다는 것을 뜻한다.

집에 PC가 있거나 스마트폰이 있는 이용자는 이제 네이버에서만 21개 매체의 ‘면별보기’ 서비스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메이저 5개 신문뿐 아니라 경향신문 국민일보 디지털타임스 머니투데이 문화일보 서울경제 서울신문 세계일보 아시아경제 전자신문 파이낸셜뉴스 한겨레 한국일보 헤럴드경제 코리아타임스 코리아헤럴드의 기사도 면별로 볼 수 있다.

언론은 포털에서 받는 ‘저작권료’를 올릴 궁리만 하고 있다. 포털이 뉴스콘텐츠를 활용해 얻은 광고수익 일부를 언론에 나눠줘야 한다는 게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신문협회의 주장이다. 다음카카오의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인 ‘카카오토픽’과 포털 다음의 ‘뉴파트너십’, 구글의 ‘뉴스스탠드’에 참여하겠다는 언론사는 줄을 섰다.

곁가지로 방송사와 포털의 관계를 보자. 포털에서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의 리포트 또한 공짜로 볼 수 있다. 뉴스를 포털에 먼저 공급한 뒤에야 자사 홈페이지에 리포트를 업로드하는 방송사도 많다. 지상파와 종편, CJ 등 방송사연합은 지난해 12월부터는 프로그램 하이라이트나 명장면 같은 스팟영상을 네이버와 다음에만 공급 중이다.

다시 뉴스로 돌아가자. 네이버는 2013년 대문에 일부 언론의 뉴스를 무작위로 노출하는 ‘뉴스캐스트’에서 백화점 입점 방식의 ‘뉴스스탠드’로 뉴스서비스를 바꿨다. 언론사 온라인 트래픽은 폭락했다. “더 이상 네이버에 휘둘리면 뉴스의 미래는 없다”는 위기감이 전면에 등장했다. 그러나 언론은 다시 네이버를 찾기 시작했다. 1등신문 조선일보를 시작(2014년 10월)으로, 12월에 매일경제, 올해 1월 동아일보, 2월 중앙일보가 네이버 모바일에 기사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결국 네이버를 최대 ‘제값 받기’ 고객으로 삼고, 네이버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길을 택한 것. 물론 여기에는 ‘앞으로 최대 뉴스소비 플랫폼은 포털 모바일이 될 것’이라는 포털의 자신감이 있다. 네이버는 이용자들이 떠나는 PC버전 뉴스서비스에서는 각 언론사에 편집권을 줬지만, ‘모여드는’ 모바일에서는 편집권을 포기하지 않았다. 네이버는 앞으로도 뉴스서비스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 네이버 모바일 면별보기 서비스 화면

조중동의 타협으로 포털과 언론의 관계는 정리됐다. 네이버는 ‘전주[쩐주]’ 자리를 내려놓지 못했고, 언론은 스스로 ‘기생충’이 되길 바라고 있다. 네이버 입장에서야 몇몇 힘 있는 언론사에 푼돈을 주면 그만이고, 언론은 “돈을 더 내놓으라”며 아우성을 칠 것이다. 갈수록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갑질’ 기사는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뉴스는 여전히 필요하고,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 뉴스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노하우를 독자와 공유한다. 출퇴근길 스마트폰으로 네이버에 들러 21개 신문의 지면을 무료로 보시라(▷링크). 제목만 쭉 훑어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다. 언론사 홈페이지와 달리 광고가 아예 없어 읽기 편하다.

포털 뉴스에 만족을 못한다면 신뢰하는 매체와 블로그를 ‘즐겨찾기’하고 직접 방문하시라. 뉴스타파(▷링크), 뉴스페퍼민트(▷링크), 슬로우뉴스(▷링크), 미스핏츠(▷링크), 일다(▷링크), 시사IN(▷링크), 아이즈(▷링크), 미디어스(▷링크) 등을 추천한다. 손가락을 두 번 정도 움직이면 ‘바로가기’ 저장이 가능하다. 이 매체들의 SNS 계정을 팔로우하는 것은 필수다. 포털에서 수십 건의 기사를 볼 시간을 쪼개 방문하시라. 후회 않을 거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