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을 제기한 보도를 담당 기자와 협의도 없이 홈페이지에서 삭제해 논란을 빚고 있다. 공정방송위원회의 문제제기 과정에서는 기사삭제 이면에 이 후보자 측의 ‘강경대응’ 압력이 있었단 점도 드러났다. 이 후보자의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을 직접 쫓았던 기자는 자세한 상황을 '취재후'를 통해 공개했다.

KBS 이하경 기자는 4일 ‘취재후’ <투기 의혹에 총리 후보자 해명 ‘오락가락’>(▷링크)를 통해 이완구 후보의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을 단독으로 보도하게 된 경위와 그 과정에서 벌어진 후보 측의 오락가락 해명, 회사의 일방적 삭제에 대한 소견을 밝혔다. 이 기자는 이 후보 측에 “기자는 취재원이 불러주는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받아쓰기 요원이 아니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 (사진=KBS)
KBS가 이완구 후보의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을 가진 까닭은?

KBS 이하경 기자가 이완구 후보의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을 가진 것은 이 후보 측이 배포한 해명자료에서 시작됐다. 2003년 당시 10억 원대에 웃돌던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6억 2천 만원에 매입한 것을 두고 투기 논란이 벌어지자 이 후보 측은 ‘2003년 1월 11억 7980만원에 구입해 그 해 10월 16억 4000만원에 팔았다’고 해명했다. 6억 2000만원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합한 금액이고, 잔금 부분은 관보에 싣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KBS 이하경 기자가 주목한 것은 ‘매입 9개월 만에 팔았을 때의 적정한 양도소득세 금액’이었다. 이 기자는 “이완구 후보자 측은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흘렸다”며 “9개월 만에 4억6000만원, 양도소득세 9736만원과 취등록세 약 5000만원을 빼도 3억 원이 넘는 차익을 얻었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이라면서 “KBS는 시세 차익에 집중하기보다는 이 후보자가 낸 양도소득세가 적법한 액수였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도소득세 탈루는 그동안 고위공직자들의 청문과정에서 고질적으로 논란이 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KBS가 5명의 세무사들에게 의뢰한 결과, 매입 후 1년 미만의 단기 매매의 경우 단일 세율 36%를 적용하고 세액 공제 10%를 감안하면 이완구 후보자가 냈어야 할 양도소득세는 1억3000여만 원이라는 답을 얻었다. 결국, 이 후보가 해명한 대로라면 이 후보는 양도소득세를 3400여만원을 탈루한 셈이 되는 것이다. 분명한 보도가치가 있었다. KBS 취재진들은 ‘양도소득세 신고액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연락을 했고 그 때부터 이 후보 측의 ‘오락가락’ 해명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완구 후보 측은 타워팰리스를 사고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2003년 당시 기준으로 ‘1세대 1주택’비과세‘ 혜택은 서울의 경우 ‘3년 보유 1년 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이 후보자 측의 설명은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 취재진은 복수의 세무사들에게서 확인한 자료를 근거로 이 후보자 측에 재차 확인을 요구했다. 확인을 미뤄오던 이 후보자 측은 취재진이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1월 30일 오후 5시에 딱 맞춰 전화로 해명을 해 왔다. 알고 보니 이 후보자 측이 밝혔던 매입가격이 틀렸다는 것이었다” <이완구 후보의 1차 해명>

“이완구 후보자 측은 실무자 착오로 매입 계약서에 잔금 8880만 원이 있는 것을 빠뜨렸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이 후보자가 타워팰리스를 살 때 지불한 돈은 12억 6868만 원이 된다. 그러면서, 부동산 매매 수수료 등으로 1800만 원이 들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이걸 토대로 계산을 해 보면, 세율 36%를 적용할 때 이 후보자가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는 9700여만 원으로 딱 떨어졌다. 그러나, 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매매 계약서는 청문회에 가서 공개하겠다는 것이 이 후보자 측의 입장이었다” <이완구 후보의 2차 설명>

“설득 끝에 취재진은 이완구 후보자 측이 그토록 감추고 싶어 했던 계약서 사본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후보자 측이 ‘촬영 불가’를 조건으로 보여준 계약서에는 2003년 매입 당시 8억 9868만 원짜리 분양권의 잔금 8880만 원을 이 후보자 측이 건설사 측에 대납하는 조건으로 프리미엄 3억 7000만 원을 얹어서 샀다는 사실이 나와 있었다. 결국 실무자 착오로 잔금 부분을 못 봐서 애초에 매입 가격을 잘못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가 타워팰리스를 매도한 계약서에도 당시 매도 가격은 16억 4000만 원으로 기재돼 있었다. 양도소득세는 매매 거래로 인해 당사자가 얼마의 시세 차익을 얻었는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이 경우 이면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 한 이 후보자는 양도소득세를 제대로 신고한 셈이된다” <이완구 후보의 3차 해명>

실세 정치인의 공영방송 압력과 KBS 공정성 논란으로

KBS는 지난달 31일 <뉴스9>를 통해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측의 당초 주장과 취재진의 검증 결과와 오락가락하는 해명의 전 과정, 그리고 매매 계약서 공개 거부까지의 내용이 담아 보도했다. 그리고 2일 이 후보자 측의 반론을 전했다. 정상적인 언론보도 과정이 이뤄진 셈이다. KBS 이하경 기자는 이완구 후보의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과 관련해 “싱거운 결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오히려 더 많은 문제들이 드러났다. 실제 정치인 이 후보가 공영방송에 다짜고짜 삭제를 요청했고 보도본부장 등 보도국 간부들은 담당 기자와 협의도 없이 그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보도 공정성 논란이 발발한 것이다.

▲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을 다룬 지난달 31일자 KBS <뉴스9> 보도
이완구 후보 측은 “명백한 오보이며 악의적인 왜곡”이라며 “문제가 있는 기사가 인터넷에 계속 유통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일단 기사를 인터넷에서 삭제하라”고 요청했다. 또한 ‘기사 삭제’를 전제로 “KBS에만 계약서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KBS 담당 기자에게 연락해 “일요일 아침 10시까지 ‘혈혈단신으로 나오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KBS 이하경 기자는 ‘취재후’를 통해 “기자는 취재원이 불러주는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받아쓰기 요원이 아니다”라며 “총리 후보자의 주장이 타당한지 여부를 검증해 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보도 자료’와 ‘기사’의 차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취재팀은 이 후보자 측의 주장을 토대로 가능한 검증 과정을 모두 거쳤고, 끝내 매매 계약서는 공개할 수 없다는 이 후보자 측의 오락가락하는 해명을 전적으로 신뢰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고, 기사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이하경 기자는 “보는 사람에 따라서 이 후보자가 타워팰리스를 9개월 만에 사고파는 과정에서 2억여 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을 ‘현명한 투자’로 볼 수도 있을 것이고, ‘투기’로 보는 시선도 있을 것”이라면서 “또, 이완구 후보자가 속칭 ‘딱지’인 분양권을 전매하는 과정에서 3억 7000만 원의 프리미엄과 건설사에 내야 하는 잔금 8880만 원을 떠안으면서, 분양가의 절반에 가까운 돈을 더 주고 타워팰리스를 산 것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러고는 “아마도 이완구 후보자가 타워팰리스 분양권 전매의 전말을 처음부터 소상히 밝히지 못한 이유도 이런 시선을 고려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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