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해군이 30일 행정대집행을 강행해 제주 강정마을 내 군관사 공사장 앞 주민들의 농성장을 철거에 나섰다. 이날 농성장 철거를 위해 용역 100여명을 비롯한 1000여명의 경찰 병력이 동원됐고 이로 인해 마을주민과 활동가 15명이 연행됐고 24여명이 부상당했다. 이날 방송뉴스는 해당 소식을 비중있게 다뤘으나, 역시나 초점은 ‘충돌이 벌어졌다’는 점에 맞춰졌다. 마을주민들이 ‘군관사 공사’를 왜 반대하는지 그리고 농성장 철거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찾아볼 수 없었다.

KBS·MBC, ‘충돌’…관행에 충실한 보도

KBS <뉴스9>는 “군 당국이 제주 해군기지의 군 관사 공사를 막고 있는 농성 천막 등을 철거하기 위해서 강제 집행에 나섰다”며 “철거업체 직원과 주민들이 충돌했다”고 전했다.

KBS는 “오전 7시 반쯤 제주 해군기지 군 관사 공사현장 정문 앞 반대 농성 시설물 철거를 위한 해군의 행정대집행이 시작됐다”면서 “용역업체 직원 백여 명과 경찰 등 850명이 투입됐고, 주민과 활동가 등 백여 명이 이에 맞서 대치했다”고 설명했다. KBS 뉴스가 해당 소식을 전달하는 과정은 행정대집행의 당위에 맞춰져 있었다.

▲ 1월 31일자 KBS '뉴스9'
KBS는 해군의 “무단 설치물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실시함을 알려드립니다”라는 경고문을 그대로 전한다. 그러면서 마을 주민들의 경우, “농토를 강탈하지 않겠다더니 농토를 강탈하고, 강정 주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군 관사 안 짓겠다고 그러더니…”라는 발언을 배치한다. 마을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왜 관 군사 공사를 반대하는지 그 속에서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KBS 뉴스의 군 관사 공사는 이렇다. “해군은 지난해 10월 서귀포시 강정마을 9천 4백여 제곱미터 부지에 72가구 규모의 군 관사 건립 공사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마을 측은 주민 동의를 받지 않았다며 농성 천막 등을 설치해 공사를 막았고, 해군은 최소한의 인원이 거주할 관사를 오는 12월 해군기지 완공 시점에 맞춰 건립해야 한다고 맞섰다. 해군은 국방부 장관 명의로 강정마을회에 5차례에 걸쳐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보내 지난 29일까지 철거를 요구했고 마을회가 응하지 않자 오늘 행정대집행을 강행했다”. 해군의 농성장 철거에 당위를 주는 리포트다. 이 과정에서 7M 망루 위에 올라간 마을주민들과 활동가들이 자신의 몸에 쇠사슬을 묶은 모습은 폭력적인 모습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MBC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MBC <뉴스데스크>는 “해군은 지난해 10월 제주해군기지 안에 72가구 규모의 관사를 짓는 공사를 시작했는데 주민들은 이에 반발하며 공사장 입구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여왔다”며 “농성장 철거는 대부분 마무리됐지만 7미터 높이의 망루 위에는 조경철 마을회장을 비롯한 주민 일부가 쇠사슬로 몸을 묶은 채 버티고 있어 여전히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고 전했다.

SBS, 뉴스의 주체를 바꾸다…그러나 한계는 ‘여전’

SBS는 KBS·MBC와 달리 뉴스의 주체를 ‘군’이 아닌 ‘마을 주민’으로 바꾸면서 차이를 드러냈다. SBS <8뉴스>는 “해군기지 관사 건설에 반대하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의 천막과 차량들을 국방부가 강제 철거하기 시작했다”며 “강력히 저항하는 주민들과 충돌이 빚어져서 마을 주민과 용역업체 직원 10여 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뉴스 리포트에서 역시 '강제철거'라는 말이 포함됐다.

▲ 1월 31일자 SBS '8뉴스' 보도
SBS는 “제주 해군기지 군 관사 부지 앞으로 용역 직원 100여 명이 밀고 들어온다. 군 관사 공사를 막기 위해 강정마을회가 공사장 입구 앞에 설치한 천막과 차량을 철거하기 위해서”라면서 “군 관사 공사 저지 투쟁 99일 만에 강제 철거가 시작되자 주민과 용역 직원들 간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천막과 차량 철거를 반대하는 주민과 활동가들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망루 위로 올라가 저항하면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주민과 경찰 등 10여 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덧붙였다.

뉴스의 주체가 바뀌는 순간 그곳에서 발생한 물리적 충돌 또한 다르게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을 그나마 보여준 사례로 보인다. 그렇지만 SBS 뉴스 또한 마을주민들이 군 관사 공사에 왜 반대하는지 등 근본적인 모습에는 다가가지 못했다.

‘대체부지’ 언급조차 없는 지상파뉴스

이날 군 관사 공사와 마을주민들의 충돌과 관련해 KBS와 MBC, SBS 뉴스에서 등장하지 않은 말은 ‘대체부지’라는 말이다. 이미 제주도 측에서는 해군 측에 군 관사 공사를 할 수 있는 대체부지를 제시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군이 이에 대한 타당성 검토 등을 거치지 않고 공사를 밀어붙이자, 마을주민들의 농성이 시작된 것이었다. 또한 마을 주민들의 동의도 얻지 않았다. 이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결정 과정에서 도마 위에 올랐던 내용이지만, 군 관사 공사에서 역시 밀어붙이기는 계속됐다. 그러나 이는 지상파 뉴스를 통해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노동당은 성명을 통해 “지 지역 국회의원들도 군 관사 공사에 반대하고 있다”면서 “제주자치도는 대체부지도 제공해준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군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민 동의가 당연히 선행되어야 하지만 해군은 아랑곳하지 않고 ‘군바리 정신’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농성장 철거과정의 ‘반인권’적인 횡포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국방부의 야만적인 강제 철거 과정에서 강정주민 등 3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합법적인 체포 권한도 없는 용역 직원들이 80세의 노인들을 비롯한 주민들을 강제로 끌고 가는 행태도 곳곳에서 목격됐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생리적 현상마저 가로막혔다고도 덧붙였다. ‘충돌’이 이미 예상돼 있었기 때문에 이날 현장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직원들이 함께 했다. 그리고 이들은 군과 용역 직원들의 반 인권 횡포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 또한 방송뉴스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 제주 강정마을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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