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의 5라운드가 끝나가고 있다. 이제 31일 KB스타즈와 KDB생명, 2월 1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경기만을 남기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지축을 흔들만한 대형 트레이드가 일어났다. 팀의 주축이자 플레잉코치로까지 임명되었던 신정자를 내보내고 신한은행의 조은주를 데려온 KDB생명이 변화를 위한 몸부림이 감지되는 트레이드였다. 그러나 농구는 혼자서 하는 경기가 아닌 이상 어떤 팀에 실질적인 플러스가 될지는 향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트레이드 이후 신한은행의 첫 경기는 부천 하나외환과의 원정이었다. 신정자는 출전경기수 조정 문제로 이날 경기에는 출장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무릎부상으로 지난 KB스타즈 경기부터 나오지 못했던 최윤아 역시 엔트리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이틀 전 KB스타즈를 가볍게 꺾고 기세가 오른 하나외환과 대결해야 하는 신한은행으로서는 부담이 적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하루밖에 쉬지 못한 하나외환 선수들의 체력관리가 우려되는 대목이었을 뿐이다.

▲ 신한은행 선수들 (연합뉴스DB)
그러나 이변은 두 번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신한은행은 달랐다. 신한은행은 하나외환을 상대로 63 대 59로 승리를 챙겼다. 다만 2위와 5위의 대결치고는 점수차가 크지 않았다. 물론 4쿼터 초반 한때 18점차까지 크게 벌어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4쿼터에 믿을 수 없는 졸전을 펼쳤다. 3쿼터에 점수를 크게 벌리지 못했더라면 신한은행도 KB스타즈처럼 하나외한에게 덜미를 잡힐 수 있었던 경기였다. 신한은행은 4쿼터에 겨우 5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사실 기록을 비교해보면 신한은행이 하나외환을 이겨야 할 대목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리바운드도 거의 같았고, 턴오버도 비슷했다. 특히 신한은행은 18개나 얻은 자유투에서 겨우 6개밖에 성공시키지 못했다. 용병 크리스마스만 4개 중에 4개를 모두 넣었을 뿐 국내선수들의 자유투 난조는 심각했다. 신한은행의 이날 자유투 성공률은 33%에 불과했다. 프로선수들의 기록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 인천 신한은행이 부천 하나외환을 물리치고 2연승을 거뒀다. ⓒ연합뉴스
대신 하은주의 투입은 성공적이었고, 결국은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중요한 변수였다. 하은주는 평소보다 긴 17분대의 출장시간을 보장받고 10득점, 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러나 하은주의 존재감은 기록보다 훨씬 컸다. 골밑 돌파에 부담을 느낀 하나외환 공격은 중장거리슛에 많이 의존했지만 휴식이 부족했던 탓인지 정확도가 떨어졌다. 하은주의 높이에 부담을 느꼈는지 토마스의 골밑 득점이 어려웠다. 반면 신한은행은 하은주, 곽주영 등 고공농구를 앞세워 쉽게 득점을 이어갔다.

그렇지만 신한은행의 팀컬러이자 장기인 속공이 전혀 없었던 점이 가장 의아했다. 아무래도 최윤아의 공백이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다가 신한은행 에이스 김단비의 움직임이 무겁고, 활기가 없어 보였다. 신한은행 공수의 핵인 김단비가 10득점과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분명 승리에 공헌했지만 평소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김단비의 장기인 리바운드도 평소보다는 저조했다.

경기 결과는 신한은행이 승리를 가져갔지만 이겼다는 기분은 크지 않은 이상한 경기였다. 아무래도 4쿼터 5득점이라는 막판 집중력의 실종이 컸다. 여자프로농구는 이제 거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시점이다. 신한은행 역시 대이변이 없는 한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지금부터 신한은행의 경기력은 플레이오프와 챔피온결정전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만일 이날 보였던 4쿼터의 모습이 또 나온다면 신한은행의 봄농구는 생각보다 따뜻하지 못할 수도 있다. 모처럼 잠잠하던 여자프로농구에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 신한은행이 그 열기를 포스트 시즌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당장의 급선무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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