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4년차 PD가 자사의 부끄러운 보도에 대해 반성하고, 예능 PD인데 비제작부서에 온 자신의 상황을 ‘유배생활’이라고 표현한 만화를 그렸다고 해고당했다. MBC가 오늘(30일) 권성민 PD에 대한 해고를 확정하자, 언론계에서는 “지금 이 만행은 오롯이 업보로 남게 될 것”이라는 규탄이 끊이지 않고 있다.

MBC는 28일 열린 인사위원회 재심에서 권성민 PD의 해고를 확정했고, 30일 통보했다. (▷ 관련기사 : <MBC, 권성민 PD 해고 확정 “수준 너무 잘 보여준 결과”>) 언론 현업인 및 언론단체·문화·예술·노동계 단체 39개가 뭉친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MBC 공대위)는 30일 성명에서 “MBC 경영진은 권력 향한 철없는 충성 경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권성민 PD가 자신의 SNS에 올린 <예능국 이야기> 웹툰 일부

MBC 공대위는 “언론인, 방송인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임과 사명을 내팽개치고 권력 앞에 줄을 서 자신들의 자리만을 챙기려는 MBC 경영진의 과열 충성 경쟁이 빚어낸 희극”이라며 “MBC 경영진은 지금이라도 본인들이 함께 만들어 온 MBC의 역사를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상식과 합리, 이성을 되찾도록 하라”고 충고했다.

방통위에게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 방송의 공적 책임, 시청자의 권익보호, 민주적 여론형성,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의 진흥과 공공복지 향상’ 등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 목적과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MBC에 대해 규제기관으로서 모든 권한과 역량을 동원해 바로잡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와 정치권에게는 “지금이라도 실질적인 공영언론 지배구조 개선 논의와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박근혜 정부에게는 “언론을 장악해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망상을 버려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 MBC와 언론 현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만행, 그 오욕의 역사는 오롯이 당신들의 업보로 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MBC노조 “역사에 남을 과오를 되돌릴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성주, 이하 MBC노조)도 같은 날 성명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야만적 폭력은 결국 확정됐다”며 “독선과 아집에 눈 먼 경영진은 역사에 남을 과오를 되돌릴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고 질타했다.

MBC노조는 “권 PD 해고는 이제 노사관계를 뛰어넘는 사건이 됐다. ‘표현의 자유’라는 토양 위에서 존재 가치를 찾아야 할 언론사에서 ‘표현’을 트집 잡아 해고의 칼날을 휘두르는 이 퇴행과 반동에 대해 양심 있는 언론인과 시민사회가 분노하고 있다”며 “그러나 사측은 끝까지 귀를 닫고 눈을 감았다”고 말했다.

“언론인으로써의 기능을 상실한 방송사의 예능은 마약일 뿐”이라는 권 PD의 2년 전 블로그 글을 놓고 사측이 ‘용납할 수 없는 모독’이라고 분개한 것에 대해 MBC노조는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거나 ‘제 발 저린’ 과민 반응”이라며 “‘진심어린 비판과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왔다’고 말하려면 ‘모독’ 운운하기 전에 언론 기능을 제대로 했는지 반성하는 게 순서”라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사측은 이번에도 ‘정파’와 ‘노영’ 프레임을 전가의 보도처럼 들이댔다. 그러나 사측이 ‘시청자와 동고동락하며 웃음과 감동을 전했다’고 평가한 지난 반세기와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노영방송과 특정정파의 가치를 추종하던 시절’이 어떻게 다른지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며 “만화 한번 그렸다고 일터에서 쫓아내는 이 광기에 대해 조합은 물러서지 않고 투쟁할 것이고 결국 바로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PD연합회 “만평을 그려서 해고된 ‘최초 사례’로 기록될 것”

한국PD연합회(회장 박건식) 또한 성명에서 “MBC 경영진이 끝내 권성민 PD 해고라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대한민국 언론사에서 만평을 그려서 '해고'된 최초의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PD연합회는 “우리는 MBC 경영진이 이처럼 비상식적인 '해고'를 결정한 것은 청와대를 향한 ‘충성경쟁’의 산물이라고 규정한다”며 “그동안 MBC 경영진은 자신들의 자리를 보전하는 대가로 끊임없이 희생양을 만들어냈다. 이번에는 입사 4년차 권성민 예능 PD가 새로운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청와대에 분명히 경고한다. 방송을 자신들의 전유물로 여기지마라. 민주주의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며 폭압을 행사하는 행위를 이제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재철 퇴진 및 공정방송 쟁취를 내걸고 진행된 2012년 170일 파업에 참여했다 해고된 최승호 PD는 “권성민 PD를 끝내 해고했네요. 참 지독한 인간들입니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젊은 친구를, 미래의 김태호가 될지도 모르는 인재를 무 자르듯이 목 자르다니...”라며 “그러나 권피디는 어쩌면 안광한, 이진숙과 같은 찌질이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더 자유로워졌는지도 모릅니다. 권피디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합니다”라고 말했다.

<뉴스타파> 최경영 기자 역시 “이명박근혜 정부 해바라기 권력의 개 MBC가 자신이 입사시킨 직원을 일도 제대로 시켜보지도 않고 잘라버리는 망발을 거듭하는군요. 권성민 PD가 재심에서도 해고됐습니다. 나이 어린 꽃봉오리, 아직 활짝 펴보지 못한 젊은 피디입니다. 너희는 언론자유의 파탄자들입니다”라며 MBC를 비판했다.

MBC “MBC가 마약제조판매회사라는 거냐”

하지만 MBC는 꼿꼿했다. 해고 결정이 난 직후 낸 보도자료에서 “반복적인 해사행위에 대한 회사의 입장은 분명하다”며 “정당한 징계조치에 대해 정치적 의도를 담아 악의적인 비방을 이어가는 이념 편향된 세력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또한 “언론인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방송사의 예능은 마약일 뿐”이라며 “좋은 예능 PD가 되기 위해 문화방송에 들어왔지, 마약제조업자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권성민 PD의 글을 언급하며 “최근 이념적 편향성이 분명한 한 인터넷 매체가 A씨를 두둔하며 이미 2년여 전에 올려놓은 블로그 글을 다시 공개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이념적 편향성이 분명한 한 인터넷 매체’는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다. <뉴스타파>는 23일 <“언론의 기능을 상실한 예능은 마약일 뿐…”>이라는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 23일자 <뉴스타파> 보도

MBC는 권성민 PD 발언을 두고 “대한민국 대표 예능을 이끄는 MBC와 예능PD들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모독”이라며 “그렇다면 A씨는 지금 이 시간에도 시청자들을 위해 애쓰고 있을 예능PD들이 마약을 제조하고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MBC가 마약제조판매회사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다음은 MBC 입장 전문.

[알려드립니다] 반복적인 해사행위에 대해 회사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1. 문화방송은 A씨에 대한 해고조치를 확정했습니다. 회사를 향한 반복적 해사행위에 대한 기본과 원칙에 입각한 조치입니다.

2. 회사는 A씨에 대해 정직 6개월의 징계기간을 통해 반성의 시간과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지만 A씨는 징계가 끝나자마자 오히려 인터넷에 카툰을 올리며 또다시 회사를 비방하고 해사행위를 했습니다. 공개된 공간에서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며 시청자를 멸시하고 회사에 대한 해사행위로 징계를 받은 직원이 같은 행위를 반복할 때 회사가 취해야 할 조치는 명백합니다. 문화방송은 또 A씨에 대한 정당한 징계조치에 대해 정치적 의도를 담아 악의적인 비방을 이어가는 이념 편향된 세력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합니다.

3. 최근 이념적 편향성이 분명한 한 인터넷 매체가 A씨를 두둔하며 이미 2년여 전에 올려놓은 블로그 글을 다시 공개했습니다. A씨는 블로그에서 “언론인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방송사의 예능은 마약일 뿐”이라며 “좋은 예능 PD가 되기 위해 문화방송에 들어왔지, 마약제조업자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4. A씨의 발언은 대한민국 대표 예능을 이끄는 문화방송과 예능PD들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모독입니다. 문화방송은 지난 반세기 동안 시청자들과 동고동락하며 웃음과 감동을 전해왔습니다. 문화방송 예능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대표 예능으로 우뚝 섰고 지금도 시청자들의 많은 격려와 사랑 속에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A씨는 2년여 전 밝혔던 것처럼 이후에도 계속 동료들을 폄훼하고 문화방송의 언론기능을 부정했습니다. 그렇다면 A씨는 지금 이 시간에도 시청자들을 위해 애쓰고 있을 예능PD들이 마약을 제조하고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까? 문화방송이 마약제조판매회사라는 것입니까?

5. A씨는 지난해 5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는 “문제는 분별없이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라며 시청자들을 비난했습니다. 동료들은 마약제조업자로, 동료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보는 소중한 고객인 시청자들은 분별없는 사람들로 비하한 것입니다. 그동안 문화방송 예능프로그램을 사랑하고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 준 시청자들이 마약을 복용해 왔다는 말인지요? 뉴스는 A씨가 추종하는 세력의 목소리를 자신들이 만족할 만큼 반영해야 하고 예능에는 자신들이 추종하는 정치적 코드를 곳곳에 꼬아 넣어야 올곧은 프로그램이 되는 것이며, 시청자들은 정파적 주장과 편향된 가치에 공감해야만 분별이 있다는 것인지요? 오히려 A씨와 A씨를 두둔하는 노조와 매체, 외부세력들이 문화방송을 정파성에 물든 사상적 마약공장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러울 뿐입니다.

6. A씨는 스스로를 바른 말하는 예능PD로 미화했고 일부 언론들도 A씨를 대한민국 대표 예능PD처럼 묘사하고 있습니다. 문화방송 입사와 동시에 예능PD가 된 것이라는 식의 생각은 착각이자 오만입니다. 예능PD는 시청자들을 위한 땀과 열정이 축적돼 성과를 이뤄야 얻을 수 있는 자격입니다. 입사 3년차에 불과한 여러 면에서 미숙한 방송초년병은 사람에 비유하면 갓 걸음마를 뗐을 뿐입니다. A씨는 예능PD라 할 수 없으며 그의 유명세는 정파적 주장을 반복하고 회사와 동료에 대한 비방으로 얻은 것일 뿐입니다. 2012년 문화방송 입사를 본인 스스로 ‘얻어 걸렸다’고 할 만큼 별다른 노력 없이 따낸 것이라면 남보다 더욱 진지하게 실무적 경험 축적과 직업소명의식 단련에 노력했어야 할 것입니다.

7. 문화방송은 외부는 물론 내부로부터의 진심어린 비판과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 왔고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다만 노영방송과 특정정파의 가치를 추종하던 시절로 복귀하려는 시도에 대해선 엄정하고 의연하게 대처해 나아갈 것입니다. 언론자유를 가장하며 문화방송을 시청자들로부터 빼앗아 정치세력화하려는 시도에 대해선 원칙과 기본을 지키며 분연히 맞서 나갈 것입니다.

2015. 1.30
㈜ 문화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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