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방송에 주려는 ‘광고 총량제’가 도입되면 지상파 방송의 TV광고비가 최소 217억 원에서 최대 638억 원까지 늘어날 것이란 정부 연구 결과가 나왔다. '광고 총량제‘로 지상파 방송의 수익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은 많았지만, 정부 차원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보통신연구원(원장 김도환, 이하 KISDI)는 30일 <지상파TV 방송광고 편성규제 변화로 인한 방송광고비 변동 효과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지상파 방송에 광고총량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며, 그 효과는 비공개했다. 이에 대해 종편을 보유한 신문사들은 지상파 광고총량제를 도입할 경우, 지상파 방송이 연 1000억 원의 광고 증가효과를 볼 것이라고 주장, 광고 총량제를 지상파 방송에 주는 무분별한 특혜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광고 증가액이 150억 원~200억 원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예측치에 대한 분석이 엇갈렸다.

지상파TV 광고총량제 도입 시, 최소 217억 원~최대 614억 원 광고증가

KISDI의 <지상파TV 방송광고 편성규제 변화로 인한 방송광고비 변동 효과 분석> 보고서는 ‘총량제 도입 시 증가된 프로그램 광고시간이 실제로 광고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현재 방송광고가 완판 되는 프로그램으로 한정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2가지 방법으로 광고총량제 도입 효과를 분석했다.

▲ (자료=KISDI보고서)
KISDI는 “총량제 도입으로 프로그램 광고의 최대 허용량이 늘어날 경우 인기 프로그램의 경우, 추가 매출을 기대하는 게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지상파3사 방송광고 평균 실판매율은 45.9%인 상황에서 광고주의 초과수요가 존재하는 방송프로그램은 광고가 완판 되고 있는 일부 인기 프로그램에 한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MBC 예능의 경우, <무한도전>과 <라디오스타> 정도가 광고가 완판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KISDI 분석 결과, 지상파 TV 광고비가 최대로 증가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최소 383억 원에서 최대 638억 원이 증가될 것으로 예측됐다.(추가재원×SA급 프로그램광고 실판매율의 경우) 반면, 최소로 증가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최소 217억 원에서 최대 279억 원이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기존 재원×정기물 초과 청약률) 액수 분석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인해 지상파TV의 광고비는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단 얘기다.

▲ (자료=KISDI보고서)
▲ (자료=KISDI보고서)
KISDI는 또한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인한 ‘방송광고 단가 인상 효과’와 관련해 “토막·자막광고 시간이 프로그램광고 시간으로 전환됨에 따라 광고단가 인상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패키지 판매 증대’ 역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인기 프로그램에 편성 가능한 광고시간 증가로 패키지 판매는 증대할 것이다. 하지만 확대는 제한적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패키지 판매란, 광고가 완판되는 인기 프로그램에 광고를 싣고자 하는 광고주가 비인기 프로그램과 묶어서 함께 구매해야하는 관행을 의미한다. KISDI는 “총량제 도입 이후 광고 혼잡도가 증가하고 광고 주목도 저하 등 광고 효율이 낮아질 경우, 해당 프로그램이 포함된 패키지에 대한 광고주의 구매 및 지불의사가 감소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KISDI는 광고총량제 도입시 지상파 광고 매출액 증가 제약 요소로 ‘혼잡도 증가’와 ‘내부이전’을 꼽았다. 이들은 “총량제 도입 이후 인기 프로그램에 편성되는 광고 개수가 증가할 경우, 혼잡도가 높아지고 광고 주목도가 낮아져 광고시청률이 하락하는 등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인기 프로그램 광고 증가분 상당수는 여타 프로그램에 투입되고 있던 광고비가 이전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고주들 설문조사 결과, 지상파3사 444억 원 증가 될 것으로 예측

이 같은 분석은 실제 광고를 집행하는 광고주들의 설문조사와도 어느 정도 일치했다. KISDI가 국내 400대 광고주(지상파, 신문, 라디오) 중 지상파 광고 집행 실적이 있는 281개사의 광고담당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19%(26개사)만이 광고총량제 도입 시 지상파TV 광고를 늘릴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76%(102개사)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답했고 5%(7개사)는 오히려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광고주들은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도입될 경우, 지상파TV 전체 광고비 444억 원이 증가(줄이겠다는 응답 포함, 비 포함 시 614억)될 것으로 예측했다.

▲ (자료=KISDI보고서)
‘현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응답한 이들은 그 이유로 ‘추가예산 지출 유인이 높지 않다’(29.4%), ‘추가 투입 예산이 없다’(27.5%), ‘여타 비인기 지상파 방송 광고비를 줄이기 때문에’(19.6%), ‘혼잡도 증가 등으로 광고효율 저하’(14.7%) 등을 꼽았다. ‘줄인다’는 응답자들 역시 ‘인기 프로그램 광고 기회 증가 시 여타 지상파방송 광고비 감소’(86%), ‘광고혼잡도’(14%)를 이유로 설명했다.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 시 ‘지상파TV 광고비를 늘릴 것’이라고 응답한 19%(26개사)는 증액 방법으로 ‘신규예산 집행’(12%), ‘신규+여타 매체 광고비 조정’(15%), ‘전액 타매체 광고예산 조정’(73%)을 선택했다. 결국 증가분의 경우 타 매체로 들어가던 광고비가 줄어든다는 결과다.

결론적으로 KISDI는 “총량제 도입 효과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관측이 불가능하거나 그 변동양상 예측이 쉽지 않아 효과가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상파방송 광고비 증분 추정치 최대값(638억 원)이 실현된다고 해도 그 규모가 크지 않아 지상파방송 광고 시장 활성화 효과가 제한적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KISDI는 “설문 결과 지상파 광고비 증가액 중 상당부분은 종편 등 유료방송 광고비 조정을 통해서 마련될 가능성이 상당해, 광고시장에서의 유료방송과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비대칭 규제 원칙 유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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