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3일, 뉴스Y 보도로 인천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를 때리는 장면이 공개됐다. 해당 교사는 아이가 김치를 먹지 않아 때렸고 폭행을 상습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나, 국민적 공분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언론은 계속해서 어린이집 학대 사건과 관련된 기사를 쏟아내고 있지만 도리어 어린이집과 어린이집 교사에 대한 불신만 높아지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KBS·MBC·SBS 지상파 3사와 TV조선·채널A·JTBC·MBN 종편 4사가 지난 13일부터 20일까지 메인뉴스에서 보도한 관련 뉴스 132개를 분석해 27일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상파와 종편 모두 어린이집 학대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8일 동안 7개 방송사 모두 10건 이상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구체적으로는, KBS <뉴스9> 17건, MBC <뉴스데스크> 15건, SBS <8뉴스> 13건, TV조선 <뉴스쇼 판> 26건, 채널A <종합뉴스> 20건, JTBC <뉴스룸> 14건, MBN <뉴스8> 27건 등이다. 문제는 아이들이 폭행당하는 선정적인 장면 반복에 몰두하고 오히려 엄마들 간의 갈등을 부추기며 대책 검증에는 소홀했다는 점이다.

미디어운동본부는 방송보도의 문제점을 △CCTV 동영상 화면 반복 보도 △땜질 처방식 대책 검증 미흡 △전업주부 엄마와 워킹맘 간의 갈등 확대 재생산 등 3가지로 분석했다. 우선 폭행 장면이 지나치게 자주 등장한다는 문제를 짚었다.

미디어운동본부는 “언론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폭행 장면이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보도의 가장 큰 문제”라며 “어떻게 맞는지, 그 이후 아이의 행동은 어떤지 영상을 세세하게 설명하고 클로즈업해서 보여주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방송사들이 ‘자극적인 영상 사용 자제’를 말하면서도 이후 다른 폭행 사례를 보여주는 등 말뿐인 ‘자제’를 했다고 비판했다.

17일 SBS <8뉴스>는 “SBS는 참혹한 장면이 계속 방송되면서, 해당 어린이집 아이들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부모님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폭행 장면 사용은 자제하기로 했다”고 했고, 같은 날 KBS <뉴스9>도 “저희 KBS는 관련 사건을 철저하게 취재해 보도하되, 너무나 충격적인 유아 폭행 장면은 최대한 편집해 거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8뉴스>는 리포트 말미에 다른 아이가 맞는 장면을 넣었고, <뉴스9>에서도 아이가 교사 주먹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이 ‘편집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나갔다.

▲ SBS <8뉴스>는 17일 “SBS는 참혹한 장면이 계속 방송되면서, 해당 어린이집 아이들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부모님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폭행 장면 사용은 자제하기로 했다”고 말했지만, 또 다른 인천 어린이집 교사 구속 소식을 전하며 아이가 맞는 CCTV 영상 2개를 그대로 내보냈다.

MBN <뉴스8>은 16일 방송에서 “최대한 자제하는 영상을 사용하도록 하겠다”면서도 율동을 틀린 아이의 어깨를 내던지듯 바닥에 넘어뜨리는 장면 등이 담긴 폭행 영상을 보도했다. 미디어운동본부는 “이 같은 동영상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보게 될 때 폭행당한 아이와 그 부모뿐만 아니라 국민들 또한 충격을 받게 되며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이 증폭된다”며 “같은 또래의 자녀를 둔 부모를 비롯한 그 가족들은 ‘혹시 내 아이도…’ 하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게 되며 어린이집 교사를 색안경 쓰고 보게 되는 부작용을 낳는다. 불신은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엄마들 간의 갈등 확대 재생산, 대책 검증엔 소홀

또 방송사들의 보도가 전업주부인 엄마와 워킹맘의 갈등을 확대 재생산한다는 지적도 나왓다. 미디어운동본부는 “언론은 보육 질이 낮아지는 주요 원인으로 ‘무상보육제도’를 꼽았고, 무상보육제도 실시로 인해 전업주부들까지 어린이집에 어린이를 맡기게 되면서 어린이집이 우후죽순 생겨나 보육의 질이 낮아졌다고 보도했다”며 “전업주부에 대하 잘못된 인식을 드러내는 이런 보도는 엄마들 사이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뿐 보육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는 정부의 정책 실패는 묻히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 19일자 MBN <뉴스8> 보도. <뉴스8>은 "이런 폭행사태의 이면에는 무상보육 확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정부 지원금을 노린 '장삿속' 어린이집이 난립하면서 보육의 질이 떨어졌다는 평가"라고 보도했다.

정치권에서 앞다투어 내놓고 있는 대책을 충분한 검증 없이 보도하는 것도 문제점 중 하나로 꼽았다. 보건복지부와 새누리당은 CCTV 의무화, 보육교사 자격요건 강화 등을 제시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어린이집 매매를 통한 편법 운영 재개 방지, 보육교사 인성교육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언론은 이를 무비판적으로 전달하면서 개별 정책을 깊이 있게 분석하여 과연 실효성 있는 제안인지를 확인하거나 검증하는 데에는 소홀했다는 것이다.

미디어운동본부는 어린이집 평가 시스템의 부실함을 지적한 보도는 <폭행 어린이집 ‘우수 인증’…평가 ‘부실’>(MBN <뉴스8> 15일 보도), <1명이 200곳…어린이집 엉터리 인증>(TV조선 <뉴스쇼 판> 15일 보도) 정도였다는 점을 들어, “대부분의 방송은 보육교사 자격증의 부실만 지적해 (어린이집) 검증을 부실하게 한 정부에게 면죄부를 주었다”고 비판했다.

미디어운동본부는 “언론이 정말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을 바란다면, 정부 정책을 비판적으로 감시하고 좋은 정책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보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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