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슌지의 리즈 시절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남겨진 <러브레터>가 국내에서 드라마로 리메이크가 된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두 번 개봉이 되기도 했던 이 작품은 감수성이 폭발하는 내용으로 인해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걸작 중 하나입니다. 대중들의 만족도가 큰 만큼 리메이크에 대한 우려는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겡끼데스까가 문제다;
가장 완벽한 조화를 이룬 로맨스 영화 러브레터, 리메이크에 대한 우려

나카야마 미호가 연기한 와타나베 히로코와 후지이 이츠키는 여전히 많은 남성들의 마음을 자극하는 기재로 존재합니다. 1995년 제작된 이 영화 속에 등장한 묘한 모습의 미호가 보여준 두 명의 여주인공 연기가 상상을 초월하는 감성 폭발로 이어지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20년 전에 제작되었던 영화가 드라마로 리메이크가 된다는 소식에 관심이 커지는 것은 그만큼 <러브레터>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감동이 여전히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러브레터> 세대들에게 이 작품은 단순한 하나의 영화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리메이크가 달갑게 다가올 수는 없습니다.

추억은 당시의 문화와 함께 합니다. <러브레터>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일본 문화가 현재처럼 자유롭게 전해지지 못하던 시절 이 작품은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불법으로 들어온 작품을 보기 위해 수많은 기현상들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나타났고 그 열풍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일본 문화에 대한 부분 개방과 함께 치열하게 공방이 이어지던 시절 <러브레터>가 던진 파급력은 대단했습니다.

정식으로 수입될 수 없었던 <러브레터>는 당시 전국적으로 퍼져있던 시네마떼끄를 통해 상영이 되었고 그 열풍은 어떤 영화와 견줘도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열광으로 이어졌습니다. 한 번이 아닌 여러 번 감상하는 이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러브레터>의 마력은 어떤 영화와도 비교가 불가능했습니다.

숨진 애인의 추모식을 다녀온 후 그 기억을 잊지 못하고 그의 고향에 편지를 보냅니다. 답장을 기다린 편지가 아닌 먹먹함과 아련함을 붙잡기 위해 보낸 편지에 답장이 오면서 모든 것은 시작되었습니다. 와타나베의 죽은 애인인 이츠키와 중학교 동창이면서 동명이인이었던 후지이 이츠키가 보낸 답장은 이들의 과거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이츠키라는 존재가 후지이 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편배달부가 전달한 편지로 시작된 과거의 기억들은 아련한 첫 사랑의 기억과 가치를 던져주고 있다는 점에서 연애 감정을 자극하기도 했었습니다. 영화를 본 솔로들에게 그 헛헛함이란 지독함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잔인함으로 파고들었기 때문입니다.

애인을 떠나보낸 와타나베가 자신의 사랑을 추억하기 위해 보낸 편지는 그녀와 닮은 후지이의 기억을 흔들기 시작합니다. 잊고 살았던 동명이인이었던 동창생 이츠키. 학창 시절 자신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이 남자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가기 시작하며 퍼즐처럼 놓여 있던 첫 사랑은 하나의 완벽함을 찾기 시작합니다. 도서관 대출 카드 뒤에 그려진 그림이 던지는 무한한 감동은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강렬함으로 남겨져 있습니다.

이와이 슌지 특유의 영상 감각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음악까지 하나가 된 이 작품은 비교 불가의 명작임이 분명합니다. 레미디오스가 만들어낸 음악은 여전히 영상과 하나가 되어 당시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와타나베가 이츠키가 살았던 고향을 찾아 자신과 닮은 이츠키와 우연히 지나치는 장면에서 <러브레터>의 진가는 드러났습니다.

안타깝게도 와타나베를 사랑한 이츠키가 사랑한 이는 와타나베가 아닌 자신과 동명이인이며 첫 사랑이었던 이츠키와 닮은 그녀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성을 자극하는 이 영화가 리메이크 된다는 사실은 당연히 화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드라마로 리메이크가 된다는 사실은 반가우면서도 우려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원작이 가지는 위대함이 이번 리메이크로 인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 그 이유입니다. 영원히 아름다운 첫 사랑에 대한 기억을 반추하게 해주는 <러브레터>가 드라마로 리메이크되면서 망가지는 것을 볼 수 없다는 팬심이 발동하는 것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일본 원작 드라마를 리메이크해서 성공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제법 다양한 일본 원작이 드라마와 영화로 리메이크 되기는 했지만 성공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은 쉽게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적은 게 사실입니다. 그나마 가장 최근작인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정도가 있을 것입니다. 노희경 작가의 힘이 제대로 드러났던 이 작품의 성공과 함께 일본 소설 원작인 <연애시대>의 성공이 일본 원작의 성공으로 기억될 정도입니다.

성공이 실패보다 많은 상황에서 마니아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러브레터>의 리메이크는 당연히 우려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에 치맥 열풍을 몰고 왔던 <별에서 온 그대>를 만든 HB 엔터테인먼트가 리메이크를 주도한다는 점은 기대를 키우고 있습니다. 단순히 이 작품 하나가 아니라 꾸준하게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은 작품들을 만들어왔던 제작사라는 점 때문입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리메이크를 했던 일본의 아뮤즈도 이번 작품을 함께 하게 되었다는 점 역시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일본 파트너를 통해 원작이 가지는 가치를 분석하고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드라마 제작사의 감각이 하나가 된다면 분명 실망보다는 만족에 가까운 작품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노희경 작가의 힘이 이런 상황마저 반전으로 이끌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떤 작가가 <러브레터>의 리메이크에 참여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가 됩니다. 1인 2역으로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주었던 나카야마 미호의 연기를 국내 여배우 중 누가 할지에 대한 우려와 기대감도 크기는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작가의 능력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작가와 배우들이 함께 한다고 해도 과연 눈밭에서 먼저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며 외치던 "오겡끼데스까"를 제대로 재현해낼지 의문입니다. 남자 친구가 등산을 하다 죽은 산을 향해 힘껏 외치던 여자 주인공의 모습은 <러브레터>를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오겡끼데스까"에 이은 "와따시와 겡끼데스"의 대사도 직역이든 의역이든 제대로 전달이 될지 그게 궁금해집니다. 그럼에도 리메이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는 다시 한 번 <러브레터>가 던졌던 감성의 폭풍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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