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주택투기는 고질적인 문제다. 주택가격이 떨어지면 대출로 집을 사고, 임대사업을 하는 중산층이 무너지는 탓에 손대기가 만만찮다. 부동산이 가계부채 도화선인 만큼, 주택가격 인상을 어느 정도 통제하며 투기 요인을 낮추는 게 노무현 정부 이후 지금까지 정부의 주택정책이다.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투자’를 유도하고, 주택임대사업을 활성화하는 방향이다. 정부는 그 동안 실소유자 주택 임대와 매매를 촉진했고, MBS(주택담보부증권)를 확대해 ‘주택투기 연착륙’을 시도해 왔다.

그런데 선을 넘었다. 2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수익공유형 은행 모기지’는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1%대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고, 향후 가격이 올랐을 때 그 수익을 은행과 나누는 상품이다. 2000년대 미국 정부가 ‘서브프라임’ 층위에게 주택담보대출 창구를 연 것과 비슷하다. 이르면 3월 출시할 이 상품을 두고 ‘서민 주거 안정’ 기조를 흔들 정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소득자에게도 주택투자의 기회를 더 주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정책 이후 주택가격이 떨어지면 서민의 주거안정이 흔들리고, 중산층 임대사업자도 흔들릴 거란 분석도 나온다.

우선 정부가 정책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보자. 일단 이 모델은 초저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하고, 대출 만기 때 가격 상승분을 대출기관과 나눠 갖는다는 점에서 기존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한 ‘공유형 모기지’와 비슷하다. 그런데 다른 점은 “5년 이상 무주택자, 부부합산 연소득 6천만 원 이하(생애최초주택의 경우 7천만 원 이하) 등의 자격 요건을 없앴다”는 것과 대출 재원이 공적 자금이 아닌 ‘은행’ 돈이라는 점이다. 소득에 관계없이 무주택자나 처분 의향이 있는 1주택자라면 누구나 은행에서 집값의 70%(최대)까지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은행은 7년이 지나면 상승분 중 대출 평균잔액의 비율만큼 수익을 가져간다. 그리고 8년차에는 일반 주택담보대출로 전환된다. 국토교통부는 우선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 그리고 인구 50만 명 이상인 도시(창원·청주·전주천안·김해·포항시)에 있는 3천 가구로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해보고 평가 이후 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겨레 2015년 1월 29일자 3면 머리기사.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은행에는 리스크가 거의 없다. 한겨레는 29일자 3면 <‘서민 주거 안정’ 뒷전…가계빚 폭탄 키워 금융불안 우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주택가격(감정가) 상승 시 발생하는 수익 공유 뒤에도 남는 은행 손실은 대한주택보증이 일부를 보전하는 방식”이라며 “구체적으로 주택가격이 은행 역마진 이상 오르지 않으면 대한주택보증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주택가격이 정체되거나 되레 하락하면 ‘은행 역마진’ 상당분을 부담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나온 수익공유형 주택담보대출은 액면으로 보면 수도권 중산층 같은 고소득자를 타깃으로 한다. 고소득자 중 무주택자나 1주택자에게 주택투자 문턱을 더 낮춰 매매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초저금리로 주택시장이 활성화하면 소득이 낮은 계층이 이 상품으로 갈아타 현 소득수준에 비해 비싼주택을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7년 이상의 장기 고정금리 대출상품이고, 그 운용 주체가 은행이라는 점에서 2008년 미국 금융위의 시발점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연상된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가 28일 “시민에게는 ‘미끼상품’으로 유인하고, 은행에게는 ‘약탈적 대출’을 조장하는 가계부채 폭탄”이라고 혹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금융센터는 “‘빚내서 집사라’는 일관된 정부 정책 하에 나온 새로운 주택대출정책이 집없는 서민을 미끼로 유인하여 은행의 대출 관련 규율을 왜곡하고, 나아가 한국 경제의 잠재적 시스템 위기 요인인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 입장을 냈다.

“정부가 내놓은 대출상품은 8년차 중간 정산 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중간정산시 주택 가격이 하락했다면 그 하락에 따른 손실은 온전히 대출자의 책임”이고 “이 경우 7년 동안 누린 초저금리 혜택을 훨씬 넘어서는 손실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의 지적이다. 센터는 “또한 7년 이후 일반 대출로 전환할 때, 가격이 하락한 주택은 담보 능력이 떨어져 있으므로 대출자는 은행으로부터 원금 일부 상환을 요구받거나 원금 일부의 신용대출전환을 요구받게 된다”며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경우에도 대출자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참여연대는 “국민경제의 입장에서도 이 대출의 확대는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은 더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시장의 가격 등락에 더 큰 영향을 받도록 경제구조를 몰아가는 것인데, 만에 하나 부동산시장이 폭락할 경우 금융시장, 나아가 국민경제의 거시건전성은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이 정책을 철회하고, 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주거복지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 이후 주택정책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거래를 활성화하려는 방향이다. 정부는 임대사업자를 육성하고, 개입사업자는 문턱이 낮은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해 주택투자를 하게 된다. 개인 및 기업, 기관투자자는 임대수익을 얻게 된다. 정부가 공적 자금으로 손실을 보전하면서까지 부동산경기를 부양하려는 목적은 임대사업 확대로 인한 서민 주거안정이 핵심이나, 주택투기 시절 ‘이익’을 임대사업자에게 이전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 확대나 리츠나 MBS 같은 ‘금융화’ 흐름은 금융자본의 이익도 보장한다.

지난해 ‘주택의 금융화’를 주제로 논문을 쓴 이지웅씨(고려대 사회학 석사)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서민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않으려는 상황에서 대출 조건을 완화, 문턱을 낮춰 주택 실소유자를 유인하는 정책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주택담보대출을 해준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근 정부가 기업형 임대사업 등 주택투자 정책을 추진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임대사업자를 육성하는 방식으로 주택 거래를 활성화해 리츠 같은 부동산 투자자의 수익을 보장하는 흐름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수익이 난다고 하더라도 ‘이 수익을 누가 가져가느냐’ 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주택임대사업의 수익성과 주택담보대출의 안정성이 결합하는 과정에서 이를 ‘증권화’해 금융자본의 이익을 보장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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