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포털 '다음','네이버'의 게시글 무더기 삭제를 보여주는 통계를 공개한 가운데, 임시삭제 조치가 대기업과 국회의원 등 권력집단의 '보호막'으로 악용되는 사례들이 23일치 <한겨레>에 소개됐다.

▲ 한겨레신문 10월23일자 2면

첫번째 사례로 제시된 전아무개씨는 롯데리아의 신제품 햄버거가 광고와 실물이 크게 다르자, 다음 아고라에 글과 사진을 올렸다. 롯데리아는 다음 쪽에 권리침해 신고를 해, 해당 글을 삭제토록 했다. 이에 전씨는 롯데리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과대광고'로 신고하고, 아고라에도 '청원'을 올려 계속해서 부당함을 알렸다. 22일 롯데리아 쪽은 신제품 햄버거의 광고사진이 과장되었음을 인정하고 새 광고 제작방침을 밝혔다고 한다.

두번째는 블로거 '외계인 마틴'이 동원에프앤비가 참치캔에 이물질이 들어간 것을 사과하고 리콜을 한다고 밝힌 알림을 첨부해 업체와 당국을 비판하는 글을 다음 블로그에 올렸다. 동원에프앤비는 다음 쪽에 명예훼손이라는 주장을 펴 해당 글을 '임시삭제'하게 하였다. 그러나 동원에프앤비가 임시삭제 기간인 30일 안에 명예훼손 입증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자, 해당 포스트는 복원되었다. 23일 동원에프앤비는 "고객상담실 쪽에서 누리꾼의 글에 대해 권리침해 신고를 한 것은 잘못됐다"고 인정했다고 한다.

세번째는, 지난 14일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의 신고로 다음 게시판에 이정일씨가 작성한 글이 임시삭제된 사례다. 게시물은 '촛불은 천민민주주의, 고대녀는 학생 아니다'라는 주 의원의 방송토론 발언을 비꼰 지난 6월21일치 <한겨레> 그림판을 옮겨와 '대구에서 드신 술이 아직 덜 깬 듯'이라는 제목을 단 것이 전부다. 주 의원은 정작 한겨레 그림판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아무개씨가 주 의원의 싸이월드 홈페이지 링크에 제목을 새로 붙여 올린 게시물에도 명예훼손이라며 삭제 요청을 받았다. 주 의원 쪽은 "악성 댓글과 모욕·욕설 등 수백건의 게시물에 대해 명예훼손 신고를 했다"며 "악의적 게시자는 법적 대응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포털의 '임시삭제' 조치는 '포털이 게시글의 권리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다툼이 예상될 때 접근을 임시차단하는 조처를 30일 안에서 할 수 있다'는 정보통신망법에 조항에 근거해 이뤄진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물어보지만 권리침해 신고가 접수된 글 대부분은 임시삭제를 한다"고 밝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7월까지 명예훼손 신고로 '다음'은 9544건, '네이버'는 4만1389건의 임시삭제 조치를 취했다.

'언론이냐 아니냐'의 문제를 차치하고, 포털은 많은 네티즌의 활발한 참여와 정당한 비판 그리고 소비자 권리 찾기 등 사회적 순기능을 일정부분 담당하고 있는 '여론수렴의 장'이자 '신문고'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권력집단과 포털의 '임시삭제 조치 악용'과 정부의 일련의 '인터넷 통제 정책'으로 인해 '순기능'은 갈수록 약화되어 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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