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 칼럼을 맡기다니… 처음에 그런 생각 했어요. <중앙일보> 진짜 용감하다! (저의) 한국어 이런 수준인데… 다음 질문이 그거였어요. 제가 (칼럼을) 한국어로 써야 될까요?”

JTBC에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비정상회담> 패널 장위안에 말에 방청객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27일 저녁 7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롤링홀에 모인 200여명의 ‘젊은이들’은 <비정상회담> 패널들이 들려주는 신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인디밴드의 공연을 조용히 감상하다가, <중앙일보>에 대한 칭찬과 돌직구를 기자들에게 직접 날리는가 하면, 신나는 음악에 맞춰 점프를 하고 몸을 흔들기도 했다. <중앙일보>가 2030세대를 위해 마련한 <신문콘서트> 현장의 모습이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4월부터 ‘청춘리포트’ 팀을 꾸려 매주 수요일 ‘젊어진 수요일’이라는 이름의 지면을 내고 있다. 막내급 기자부터 팀장까지 모두 20~30대 기자들로 꾸려진 청춘리포트팀은 대학생의 성 의식, 담뱃값 인상 때문에 금연을 결심한 이들의 사연, 요즘 소개팅 풍경 등 2030 세대들이 관심 가질 만한 흥미로운 소재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전하고 있다. ‘어렵다 어렵다’ 하는 취업시장을 다룰 때 지원 직종에 따라 의상부터 분위기까지 달라지는 취업용 사진을 한눈에 보여주고, 각자 마지막으로 태웠던 담배를 모아 금연 이유와 함께 싣는 식이다.

▲ 지난 14일 <중앙일보> '스무 개의 꽁초를 남기고 떠난 사랑'

27일 열린 <신문콘서트>도 청춘리포트팀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10월 맛배기로 선보였던 <신문콘서트>를 창립 50주년을 맞는 올해에는 월간 행사로 꾸려 보자는 제안이 나왔고, <중앙일보>는 1월부터 8월까지 월간 <신문콘서트>를 열기로 했다.

올해 첫 <신문콘서트> 1부에는 JTBC <비정상회담> 외국인 패널 다니엘(독일), 알베르토(이탈리아), 장위안(중국)이 출연했다. 각국 신문의 특징에서부터, 자신의 ‘신문 읽기 경험’까지 신문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나왔다.

Q : 각각 독일, 이탈리아, 중국의 신문 이야기를 듣고 싶다.

다니엘 “14살 이상 국민으로 봤을 때 2/3 정도 신문을 규칙적으로 본다. <프랑크프루트 암 마인 자이퉁>은 조금 보수적인 편이지만 정보를 중립적으로 보도하는 편이라 저도 자주 본다. <쥐트도이체 자이퉁>은 약간 진보적인 신문인데 정치면 다음에 바로 문화면이 나오는 게 특징이다. <슈피겔>은 종합잡지인데 판매율이 높아서 슈피겔TV도 있다. 기사는 별로 중립적이지 못한 것 같다. (기자들의) 자기 의견이 많이 나와서. (…) <빌츠 자이퉁>은 판매율이 가장 높지만 제목 자체가 굉장히 자극적이고 기사도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있어 별로 좋게 보지 않는다. 독일 사람들이 좀 더 고급적인 신문을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알베르토 “이탈리아에는 중요한 신문이 140개 정도 있는데 전국 일간지는 20개고 나머지는 다 지방신문이다. 지역마다 아직도 사투리를 많이 쓰고 과거에 도시국가여서 지역신문을 많이 보는 편이다. (…) 요즘은 거의 온라인으로 뉴스를 본다. 하지만 저는 온라인 신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끝까지 안 보게 된다. 일단 빨리빨리 제목만 보고 끝까지 안 보니까. 이태리 있을 때는 신문 자주 사는 편이었는데 한국 와서 놀란 게 신문 파는 데가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이탈리아도 신문, 주간지, 매거진 판매하는 곳 있는데 아쉽게도 조금씩 없어지고 있다”

장위안 “<인민일보>, <환구시보>가 유명한데 공산당이 만든 신문이라 나오는 뉴스가 거의 다 국가 정세에 관한 것이다. 너무 심심해하거나 할 일이 없을 때 나이 드신 분들이 주로 본다. 일반에서 판매하지 않고 기관지처럼 발행한다. 젊은 사람들은 온라인 신문을 많이 보는데, 저는 <중앙일보> 중국판도 많이 보고 있다. 중국 온라인 신문 중에는 한류 ‘전문판’이 있다. 거의 다 한국 아니면 일본 연예인 뉴스가 나온다. (…) 알베르토도 말했지만 저도 온라인 뉴스는 별로다. 대충 대충 보거나 연예인 뉴스만 보기 때문이다. 제게는 패스트푸드 같은 것이다. 진짜 자세하게 배우고 싶으면 종이신문 많이 봐야 될 것 같다”

Q : 왜 사람들은 종이신문을 보지 않을까?

알베르토 “온라인에서 공짜로 볼 수 있는데 돈을 낼 필요가 있을까. 또 바쁘게 살다 보니 (스마트폰으로) 기사 한 두 개만 보는 것 같다. 예전에는 신문을 여러 개 보는 사람도 있었다. 저희 할아버지는 좌파 신문, 우파 신문 다 봤다. 그런데 저희는 제목만 보고 재미없으면 보고 없으면 넘어가고…”

다니엘 “귀찮아서 안 보는 것도 있다. 출근길에 스마트폰만 봐도 쉽게 볼 수 있는데 신문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장위안 “대학생들이 좋아하는 건 연애, 학원, 대기업 어떻게 들어가야 되는지 이런 거라 신문에 나오는 일과는 상관이 없다. 지금 신문기사 쓰는 기자들 거의 다 30~40대고 관리자는 50대 아저씨들인데 젊은 사람들은 관심이 없어서 왜 봐야 되는지 잘 모른다. 봐도 별로 도움이 안 되고”

▲ 왼쪽부터 JTBC <비정상회담> 패널 장위안, 알베르토, 다니엘, 정강현 <중앙일보> 청춘리포트팀장 (사진=미디어스)

Q. 평소에도 한국 신문을 읽었나? 읽기 어렵지 않은가?

다니엘 “언어 공부할 때는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모르는 게 있어도 전체적인 흐름을 볼 수 있고 발음 연습도 할 수 있어서”

알베르토 “강원대학교 다녔을 때 대학신문을 많이 봤다. 그게 더 어렵더라. 딱 한 페이지 보기 위해서 2~3시간 걸렸다. 다 모르는 단어니까 찾아보고. <강대신문>으로 어려운 단어도 많이 배웠다. (장위안 : 신문에서 배운 제일 어려운 단어가 뭔가?) 독재자. 정부 얘기할 때 야당, 여당 이런 거…”

Q. <중앙일보>에 ‘비정상의 눈’이라는 칼럼 쓰는데 보면 문장이 반듯반듯하더라.

알베르토 “처음에 (쓸 때는) 거의 4~5시간 걸렸다. 계속 물어 보다가 와이프와 싸웠다. 계속 물어보니까 ‘네가 하기로 했으니까 너 혼자 해’라고 하더라. 요즘은 3시간 정도 걸린다. 가장 답답한 건 저는 괜찮은데 (이걸 보는) 한국 사람들은 재미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다니엘 “항상 벼락치기로 한다. 맨날 까먹다가 기자가 리마인드 메시지 계속 보내주셔서 안다. 1시간 반~2시간 안에 쓰는데 노력 안 해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 친구들한테 들어보니까 <중앙일보>에서 칼럼 쓰는 건 기자생활을 10년 정도는 해야 된다던데 저희 입장에선 정말 큰 영광이다”

장위안 “저한테 칼럼을 맡기다니… 처음에 그런 생각 했어요. <중앙일보> 진짜 용감하다! (저의) 한국어 이런 수준인데… 다음 질문이 그거였어요. 제가 (칼럼을) 한국어로 써야 될까요? 그러니까 부담 되시면 번역사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이거 비밀이라고 했는데… (웃음) 미안해요, <중앙일보>. (…) 다들 재미있게 쓰는데 저만 교육, 정치 이런 것 쓰고 있네요. 중국 사람이 한국 신문에서 자기 마음대로 글을 쓰는 건 처음이 아닐까. 그래서 저한테는 진짜 영광스럽다”

“경제면 부실한 것 같다” “노동, 환경 기사 없다”

2부에서는 청춘리포트팀의 기자들이 나와 <중앙일보>에 대한 칭찬과 불만에 대해 가감 없이 듣고 답변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중앙일보> 독자 혹은 <중앙일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던 만큼, 솔직한 평들이 오갔다.

어떤 독자는 왜 ‘강남 통신’이라는 섹션이 강남 지역에만 배달되는지를 물었고, 다른 독자는 별도로 나오는 경제 섹션이 부실한 것 같다고 지적했으며, 또 다른 독자는 논조가 합리적 중도로 돌아온 것은 기쁘지만 여전히 노동, 환경 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정강현 청춘리포트팀장은 독자들의 평에 “아픈 지적”이라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는 “저도 ‘강남 통신’이라는 이름으로 섹션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의문을 가졌었다. 아무래도 (강남이) 가장 트렌드가 빨리 돌고 관심이 집중되는 곳이라 그렇게 이름 붙인 것 같다. (강남 통신이) 강남에 국한된 기사는 아닌데 사실 그쪽의 구독률이 높긴 하다”며 “현실적인 배달 문제도 같이 있다고 본다. 저희도 지평을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강남에서 강북으로 넓혀야 하지 않나 하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는 “부실하게 만들었으면 책임을 져야죠. 저도 개인적으로 조금 더 깊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주부, 초등학생들도 쉽게 볼 수 있는 쪽으로 만들고 있다”며 독자 옴부즈만 등을 통해 아쉬운 점을 제보해주시면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중앙일보>의 기획기사에 대한 비평도 나왔다. 한 독자는 <이젠 시민이다> 기획에 대해 ‘선행’ 사례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정강현 팀장은 “굉장히 따끔하다. 너무 아프다. 제가 독자 입장이었어도 그 이야기를 했을 것 같다”며 “매일 매일 아이템을 준비해서 올리고 까이고 올리고 까이고 하는데도 좋은 아이템을 발견하기 힘들더라. <이젠 시민이다> 아이템을 저희도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한 독자는 “<청춘리포트>는 저희에 대해 쓰는 건데, <비정상회담> 패널들에게는 펜을 쉽게 쥐어주면서 정작 저희에게는 펜을 안 쥐어준다”며 “과감하게 (지면을) 저희에게 할당할 수 없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정강현 팀장은 “저희도 하려고 한 적이 있지만 실패했다. 어떤 주제를 던져놓고 세 문장씩 독자들한테 쓰게 하는 ‘릴레이 기사쓰기’를 해 보려고 했다. 그런데 글이 안 됐다”며 “저희도 활짝 열어놓고 여러분들에게 지면을 주는 파격도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인디밴드 피콕, 가수 소찬휘, 힙합 듀오 슈퍼쾌남의 개성 넘치는 공연까지 곁들여졌던 <신문콘서트>는 2시간 반만에 끝이 났다. <신문콘서트>에 참석하게 되면 오는 9월, 중앙일보 50주년을 맞아 열리는 <미디어 컨퍼런스>의 ‘영 패널’ 자격이 자동으로 주어진다. 첫 <신문콘서트>에서 ‘신문’이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총론에 가까운 이야기를 펼쳤다면, 앞으로는 보다 세부적인 주제를 선정해 ‘각론’을 파고든다는 것이 청춘리포트팀의 설명이다. 다음 <신문콘서트>는 2월 16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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