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4년 차 PD가 해고됐다. 해고의 이유는 자신의 인사발령을 ‘유배’로 표현한 내용의 웹툰을 제작한 것이지만 사실상 사건의 발단은 ‘엠병신’이란 표현이었다.

해고된 권성민 PD는 지난해 커뮤니티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 세월호 참사 보도를 반성하는 내용의 ‘엠병신 PD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후 복귀와 함께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 수원총국으로 발령을 받은 권PD는 이러한 본인의 처지를 ‘유배’라고 표현하며 예능국으로 복귀하고 싶다는 심경을 담은 웹툰 <예능국 이야기>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리고 MBC는 이 웹툰을 이유로 지난 21일 권PD를 해고했다.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이며 취업규칙 제3조 (준수의무)와 제4조(품위유지)는 물론 MBC 소셜미디어가이드라인에 명시된 공정성과 품격유지를 위반한 사항이라는 것이 MBC의 주장이다.

m사, 마봉춘, 엠병신, 모두 MBC를 지칭하는 말들이다. 자신이 속한 조직을 가장 속된말로 지칭하면서 권PD가 하고자 했던 말은 그 이름에 담긴 자사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소통하겠다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런 속된 표현에 담긴 행간의 의미는 무시한 채, MBC는 단순히 표현만을 문제 삼아 권PD를 회사 밖으로 쫓아냄으로서 사실상 조직을 비판하는 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데 성공했다. 해고라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 내부의 비판적 목소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조직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조직원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오늘날의 MBC의 모습에서 전체주의의 잔상이 언뜻 떠오르는 건 왜일까. 1930년대 후반 이탈리아의 파시즘, 독일의 나치즘 등을 가리키는 용어로 등장한 전체주의는 개인의 이익보다 집단의 이익을 강조하며 집단을 위해서 개인의 정치생활은 물론, 경제, 사회, 문화생활 등 모든 영역에 걸쳐서 개인의 생활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조직에 대한 비판 따윈 허용되지 않고 개인의 자유보단 획일화된 조직적 사고만이 강요되며 그렇게 전체주의는 더욱 확고해진다.

심지어 다른 집단이나 조직도 아니고 언론 자유를 수호해야하는 공영방송에서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야하는 공영방송에서 회사를 비판할 자유가 없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면서 씁쓸하다. 촛불집회 보도, 광우병 보도 등으로 언론의 기능을 다하던 MBC를 믿고 mb씨를 부탁하던 시절도 있었는데(그랬다. 지금도 내 책장에 자리하고 있는 한 도서의 이름은 <MBC, mb씨를 부탁해>였다), 아련하게 그 시절을 추억해본다.

임연미 _ 공공미디어 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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