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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26편만 지원? 영진위의 독립영화 흔들기극장 지원 사업 개선방안 연구보고서 보니… “예술영화인정 편수 급증이 시장 왜곡”?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01.27 16:39

예술영화가 난립해 지원이 어렵다? 같은 보고서의 숫자를 두고도 해석은 이렇게 왜곡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올해부터 독립·예술영화 극장지원 사업과 개봉지원 사업을 하나로 통합하고, 외부 위탁 위원회가 선정한 26편을 상영하는 지역 멀티플렉스와 전용관에 지원하기로 했다. 영진위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다양성영화를 살리겠다는 입장이나 독립영화판에 있는 사람들의 평가는 정반대다. 영진위의 사업 개편 방향은 독립·예술영화 제작과 배급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전용관의 편성 자율성도 무시할 뿐더러 독립영화와 전용관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영진위가 사업 개편을 위해 진행하고, 지난해 말 나온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자. 다양성영화 편수는 늘었지만 관객은 오히려 줄고 있다. 2013년 기준 극장은 332개, 스크린은 2183개, 총 좌석수는 34만9319개다. 이중 예술영화전용관은 24개, 스크린은 25개, 좌석은 4297개다. 다양성영화 개봉 편수는 2008년 130편에서 2013년 333편으로 늘었으나, 같은 기간 전체 개봉편수가 379개에서 905개로 늘어 전체 개봉 영화에서 다양성영화가 자치하는 비율은 34.30%에서 36.79%로 제자리다. 대기업 배급사와 멀티플렉스가 ‘팔리는 대중영화’를 위주로 편성한 탓이다.

   
▲ 서울 메가박스 이수점에 있는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의 모습. (사진=미디어스)

실제 2008년 다양성영화 관객은 407만7763명에서 2013년 363만3730명으로 줄었다. 전체 관객수에서 다양성영화가 차지하는 비율도 2.70%에서 1.70%로 줄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다양성영화 제작, 배급, 그리고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을 지원하지만 오히려 다양성영화에 대한 접근성은 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2011년 상업영화의 편당 개봉 스크린수는 223개인 반면 다양성영화는 22개였다. 이후 조금씩 격차는 줄었지만 2013년도 135개 대 29개로 거의 5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개봉 영화가 많아졌지만 그만큼 공적 지원이 뒷받침하지 못해, 다양성영화에 대한 관심은 더욱 줄어들었다고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영진위는 엉뚱한 해법을 내놓는다. 영진위는 예술영화 인정편수가 늘어 예술영화전용관의 교차상영이 증가하고, 이것이 관객 확대를 방해한다고 해석했다. 영진위는 “예술영화 자동인정 제도를 폐지하고 예술영화 인정 범위를 축소”할 계획이다. 예술영화를 △애니메이션/가족영화 △익스트림 무비(실험영화) △젊은 세대 △발굴과 유산 등 4가지로 분류하고 매년 26편을 선정, 제작과 배급을 지원하겠다는 게 영진위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영진위는 배급 지원과 극장 지원 사업을 통합해 미리 선정한 26편을 상영하는 전용관과 지역 멀티플렉스 및 단관극장 35개 스크린, 배급사에 지원금을 나눠주는 방향으로 지원 사업을 개편한다. 이제 예술영화전용관은 26편에 대한 상영 횟수 등을 기준으로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용관은 보통 스크린이 하나뿐인데,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하루 6회씩 총 104일(624회) 동안 26편의 영화를 상영해야만 지원금 3556만8천만 원을 신청할 수 있다(좌석점유율 15% 기준). 지역멀티플렉스의 경우 토요일 하루 6회 상영을 하면 1778만4천 원을 지원금으로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2013년 기준 다양성영화의 좌석점유율이 금요일 9.77%, 토요일 10.78%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 전용관이 받는 지원금 규모는 연간 2천만 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멀티플렉스 또한 토요일 좌석점유율은 10.54%로 낮으나, 대형멀티플렉스는 스크린이 남을뿐더러, 접근성과 마케팅 효과를 고려하면 지원금을 무난하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전용관은 지금까지와 달리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26편을 편성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영진위 개편안의 핵심이 된 연구용역 보고서 <예술영화 유통 활성화를 위한 예술영화전용관 운영 지원 사업 개선 방안 연구>에서 갈무리. (자료=미디어오늘.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영진위가 지난 23일 업계 관계자 30여 명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개편 방향을 설명했지만 반발에 부딪힌 것도 이 때문이다. 간담회 참석한 한 지역 독립영화전용관 프로그래머는 <미디어스>에 “지금까지 영진위는 비정상적인 독점시장인 한국 영화산업에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독립영화와 전용극장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를 지원했지만, 영진위가 설명한 새로운 사업계획은 특정 영화를 상영하게끔 유도하고, 또 다른 영화를 상영하지 못하게 유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원대상 영화 선정과 배급 과정에서 사전검열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진위가 지원 정책을 바꾼 것은 최근 <다이빙벨> 상영 중단 논란 등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흐름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원승환 이사는 26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최근 부산시가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해 사퇴를 종용한 맥락에서 정부 차원의 프로젝트가 여러 곳에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영진위 개편안은) 더욱 다양하고 자유롭게 선정하고, 제작·배급·프로그래밍해야 할 독립영화를 훼손할 것”이라며 “정부 비판 영화를 만들고 상영하는 움직임에 손을 보겠다는 프로젝트”라고 꼬집었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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