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이정협이 결승으로 직행하는 결승골을 넣었습니다. 전문가들조차 의아해했던 슈틸리케의 이정협 선발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확실하게 증명되었습니다. 이정협의 성공 시대는 인맥과 학맥에 의존하는 한국 축구에 슈틸리케만의 진짜 축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이정협 상상도 못한 슈틸리케호의 해결사

▲ 2015 AFC 아시안컵 준결승 한국 대 이라크 경기. 이정협이 선제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상무 소속의 이정협은 단 한 차례도 연령별 국가대표에 뽑힌 적이 없는 무명의 선수였습니다. 그런 선수를 슈틸리케는 아시안컵을 앞두고 국가대표로 선발했습니다. 누구도 상상하지 않았던 이정협의 선택은 잘되면 슈틸리케호의 큰 힘이 될 수 있지만 역으로 이른 위기에 처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의 활약은 중요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슈틸리케의 눈은 정확했고 이정협은 제2의 박지성과 같은 존재감을 획득하게 되었습니다. A매치에 데뷔하자마자 3골을 몰아넣고 있는 이정협은 스트라이커들의 부상으로 진퇴양난에 빠져있던 대한민국 대표팀의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큰 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이정협의 타점 높은 공격은 이라크와의 준결승에서 다시 빛을 발했습니다.

아시안컵이 시작되기 전 많은 이들은 전형적인 스트라이커 둘이 빠진 상황에서 약점이 많은 한국 대표팀이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홍명호호의 몰락으로 인해 믿음이 많이 사라진 대표팀을 단기간에 슈틸리케의 팀으로 만들어가기에는 시간도 자원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예선전 과정에서 주력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에이스 역할을 기대한 손흥민까지 몸살로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시작부터 위기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의 비판적인 기사들이 쏟아졌고 슈틸리케 감독 역시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었습니다.

선수 관리도 되지 않는 상황이 모두 감독의 역량 문제라고 비난을 가하는 언론들에 대해 몸살이 걸린 선수를 출전시켜야 하느냐는 말로 대항하던 슈틸리케는 상대 팀과의 경기만이 아니라 국내 언론과도 경쟁을 해야만 했었습니다. 비록 폭발적인 득점력을 내놓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늪 축구라는 호평을 받으며 한국 대표팀은 무실점 행진으로 승승장구했습니다.

▲ 2015 AFC 아시안컵 준결승 한국 대 이라크 경기. 슈틸리케 감독이 경기시작 전 애국가 제창이 끝나자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시안컵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실점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여주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축구팬들이 열광을 한 슈틸리케 식의 한국 늪 축구는 허망하게 무너지던 기존의 한국 대표팀과는 달랐습니다. 뒷문이 단단해지고 포백 수비가 안정을 찾으며 공격력이 급격하게 무너진 대표팀에 최소한 지지는 않는다는 확신을 심어준 것은 큰 힘이었습니다.

이라크와의 4강전은 대한민국 대표팀의 힘이 강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 한 판 승부였습니다.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공격수들이 대거 빠진 상황에서 완벽한 팀워크로 움직이는 대표팀에게 중동은 더는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전반부터 이라크를 몰아붙이는 한국 대표팀의 강력함은 자연스럽게 전반 선취점으로 앞서나가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세트플레이에서 이정협을 적극 활용했고 이라크 수비수마저 농락하며 솟구친 그는 멋진 헤딩으로 첫 골이자 결승골을 만들어냈습니다. 팀이 강해지려면 세트플레이가 좋아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하고는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라크와의 준결승 첫 골은 한국 대표팀이 결코 약팀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했습니다.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활용하고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한 슈틸리케의 용병술은 이번 경기에서도 완벽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른쪽 윙어에 한교원을 내보낸 슈틸리케는 강하고 빠른 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차두리까지 선발로 내세운 상황에서 이라크의 강점은 약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교원을 후반전 이근호로 교체해 지속적으로 이라크를 공략한 한국은 그렇게 그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습니다.

후반 5분 시작과 함께 터진 김영권의 추가골은 안정적으로 결승에 올라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전반 선취골과 함께 추가골이 터진 후에도 한국 대표팀은 마지막 순간까지 압박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이라크의 반격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격이라는 점에서 한국 대표팀은 결승에 올라설 자격을 충분히 보여주었습니다.

한국 대표팀은 6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대표팀의 황금 세대들조차 하지 못한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27년 만에 결승에 올라갔고 55년 만에 우승을 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호주와 UAE의 경기 승자와 결승을 치르게 될 한국 대표팀은 그 어느 해보다 우승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입니다.

예선전에서 호주와 상대해 승리를 했다고 결승에서도 호주와 만나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는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서있다고 보는 UAE가 올라온다고 해도 쉽게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 대표팀이 평가전부터 이라크 전까지 무실점으로 경기를 이겨왔지만 수비 조직의 아쉬움은 큰 게 사실입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백패스가 중간에 상대 팀에 막히며 역습에 빠지는 상황들이 나왔습니다. 골키퍼의 볼 패스는 선수와의 호흡이 맞지 않았고 골 에어리어 근처에서 상대 선수에게 역습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 2015 AFC 아시안컵 준결승 한국 대 이라크 경기에서 한국의 김영권이 후반 팀의 두번 째 골을 성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 대표팀이 무실점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완벽한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수비 조직력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곽태희-김영권이나 김주영-장현수 혹은 김영권과 장현수의 조합 중 가장 합리적인 수비 조합을 고민해야 할 듯합니다. 수비 조직이 쉽게 무너지게 되면 실점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골키퍼가 존재한다고 해도 수비 조직이 강력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니 말입니다.

수비 조직과 미드필더 간의 간격 문제도 많이 지적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에 따라 더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할 듯합니다. 분명한 사실은 한국 대표팀이 수많은 부상자로 인해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아시안컵 우승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되었습니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성과를 올리고 있는 슈틸리케호는 강력한 팀워크로 한국 대표팀의 진짜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가장 부정적인 문화중 하나로 불리는 인맥과 학맥을 파괴하고 진짜 실력자에게 기회를 주는 슈틸리케의 용병술은 이번 아시안컵 경기에서 제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체질 개선을 통해 진짜 선수들이 대접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인맥도 학맥도 필요 없이 오직 실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승승장구를 기대합니다.

야구와 축구, 그리고 격투기를 오가며 스포츠 본연의 즐거움과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전반에 관한 이미 있는 분석보다는 그 내면에 드러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포츠에 관한 색다른 시선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http://sportor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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