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의 노림수는 통했다. 지난 25일 방영된 MBC <일밤-진짜사나이>(이하 <진짜사나이-여군특집2>) 가 17.2%(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방송 직후 ‘강예원 눈물’, ‘엠버 말실수’ 등은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며 이번 시즌2의 돌풍을 예고했다. 식상하다는 비판에 직면한 <진짜사나이>가 다시 한 번 여군특집2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여군특집2 첫 방송이 안겨준 기대, 재미와는 별개로 이날 방송은 현재 <진짜사나이>가 가진 한계와 문제점을 고스란히 노출했다는 점에서 그리 긍정적으로만 해석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제부터인가 설 자리를 잃은 추억과 공감은 둘째치더라도 이제는 여군특집에서마저 한국 문화에 서툰 외국인을 앞세워 프로그램의 재미를 뽑아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현재 여군특집2와 관련해 가장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엠버의 “잊으시오” 발언은 사실 여군 멤버로 에프엑스의 엠버가 합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그림이다. 맨 처음 샘헤밍턴이 등장해 구멍 병사의 캐릭터를 만들고 이어 헨리가 바통을 이어받아 군대 무식자로 활약했던 것처럼 한국말에 서툰 엠버라면 언어 문제 혹은 문화적 차이로 인해 상당한 고충을 겪게 될 것이 뻔한 상황이었다.

물론 제작진 역시 그녀가 단 1회 만에 “잊으시오”를 통해 빵 터트릴 줄은 몰랐겠지만 멤버들 가운데 군대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낮은 엠버가 어떤 식으로든 주목받게 될 거란 사실은 분명한 일이었다. 아마 여군특집2가 진행되는 내내 제작진은 엠버가 당황하고 실수하는 장면들을 아주 재미있게 포장하려 애쓸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야 말로 지금의 <진짜사나이>를 지탱하는 거의 유일한 웃음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제작진의 이런 속내는 <진짜 사나이> 남자편에 샘 오취리가 새로운 멤버로 합류하게 됐다는 소식에서도 드러난다. 사실상 오취리는 약 2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전역을 하게 된 샘 헤밍턴의 대체재이며 다른 외국인 출연자들이 그렇듯 서툰 이미지로 군 생활을 시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흑인 특유의 유연성과 체력을 앞세워 어떤 활약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역시 오취리가 가진 외국인이라는 특수성에서 발생하는 시청 포인트일뿐 애초 이 프로그램이 내세웠던 리얼 입대 프로젝트의 성격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쯤 되면 <진짜사나이>는 이제 그렇고 그런 평범한 외국인 예능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한국 문화에 서툰 이들을 모아 놓고 토론을 진행하면 <비정상 회담>이 되고 한 집에 모여 살게 하면 <헬로 이방인>이 되듯 이들에게 군복을 입히면 <진짜사나이>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예능의 관점에서 보자면 샘헤밍턴 – 헨리 - 엠버로 이어지는 외국인 멤버들의 활약은 분명 평타 이상의 재미를 뽑아내며 성공적인 섭외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넘쳐나는 외국인 예능에서 “왜 하필 군대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과연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청춘의 2년을 보내야만 하는 그곳이 단지 외국인들의 실수를 유도하기 위한 웃음의 공간으로만 전락하게 된다면 <진짜사나이>가 늘 강조하는 그 진정성은 결코 시청자의 마음을 울리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엠버의 말실수를 “대박” 혹은 “신의 한 수”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비록 예전만큼의 아련한 추억과 향수 그리고 공감을 담아내진 못하더라도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한 공간일 수밖에 없는 군대라는 조직을 단순한 웃음의 도구로 접근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또 여군특집이나 외국인 멤버의 활약과 같은 잠깐의 성공에 취하지 말고 원래 이 프로그램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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