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드디어 우리 대표팀의 준결승 경기가 열립니다.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전은 어찌보면 가장 조심해야 할 대목이기도 합니다.

예선라운드까지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최근 가장 뜨거운 스포츠 이슈로 자리한 2015 아시안컵, 이번 아시안컵을 대하는 미디어들의 접근법과 사람들의 여론은 과거와 다른 점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과거 국가 대항전에서 반복되던 형태의 아쉬움은 덜하고 조금은 달라진 모습이 많았습니다.

▲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8강전 한국 대 우즈베키스탄 경기. 연장 후반 차두리가 드리블 돌파 뒤 손흥민에게 공을 찔러주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무관심했던 대회에 대한 관심을 불러온 효과도 있고 성적 자체보다 먼 안목을 강조한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절정이라 할 대목은 지난 우즈벡과의 8강전 이후에 이뤄졌던 다양한 관심 포인트입니다.

2골이나 득점에 성공한 손홍민의 가치와 활약에 대한 주목도 당연히 가득했습니다만 과정에 대한 언급과 우리 대표팀 스타일이 어떤 변화와 강점을 보였는지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베테랑으로 폭풍질주의 활약을 보인 차두리에게 모두 열광했습니다. 미디어는 물론 많은 팬들까지 그의 활약을 득점 선수만큼 주목했습니다. 지난 월드컵의 아쉬움을 언급하며 그의 존재 가치와 이번 대회의 성과에 대한 다른 접근을 보여줬습니다.

분명한 활약이 있었기에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르겠지만 보통 우리 대표팀과 관련된 기사들 사이에 흔한 법칙인 득점 선수 - 스타 선수 - 감독의 흐름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 대한 가치를 다시 점검하는 목소리도 있었고 고참 선수들의 가치를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11명의 모든 선수들을 한 번씩, 저마다의 가치로 주목하는 성숙한 접근이 과거와 달랐습니다. 당연하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이런 성숙함과 보편적 가치는 우리 축구에겐 참 쉽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대회 초반부터 그때그때의 성적에 따라 비난을 이어가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쿠웨이트전 이후에는 심지어 감독이 가장 큰 쓴소리를 하며 비판 여론의 불을 지폈습니다.- 그리고 호주전과 우즈벡과의 8강 이후에는 우승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들뜬 분위기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이런 예측과 대책 없는 비난은 분명 줄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대단한건 이번 대회에선 우리 팀에 대한 접근만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을 보여줬다는 점입니다.

▲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준결승 상대인 이라크 축구대표팀이 25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공식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동 축구에 단순하게 침대 축구, 매너 없는 경기, 경기력 외에 요소가 많은 축구라는 식의 접근이 아닌 진짜 각 나라별로 어떤 스타일의 변화와 방향성이 있는지, 자국 상황과 어우러진 축구팀의 사정은 어떤 지를 다룬다는 것, 또한 시청 패턴에서도 우리 대표팀 경기가 아닌 중동팀들의 경기나 다른 팀의 주요 경기에도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아시안컵에서는 여지껏 보기 힘들었던 반응이자 분위기입니다.

8강전에서 일본이 UAE에 무릎을 꿇었을 때는 숨길 수 없는 통쾌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만 타국의 경기에도 고급스럽고 성숙한 축구의 접근법을 보였다는 건 이번 대회의 가장 큰 다름 가운데 하나입니다. 조금 다른 이같은 접근에는 분명 품격이 있고 이번 대회를 즐기는 이들이 계속 느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오늘 펼쳐지는 준결승, 이라크전이 그 어떤 결과를 나타낸다 하더라도 이런 우리의 성숙함이 함께할 수 있을까요? 넓은 마음으로 펼치는 응원과 좀 더 품격있는 시선의 접근이 이뤄지는 기사와 보도를 이 대회 끝까지 기대합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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