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대란’을 둘러싸고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일부 보수언론 등은 복지를 축소해 세수결손을 메꿔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증세를 통한 정공법을 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26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나라는 여러 복지지출 확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전국민이 다같이 세금을 내고 복지혜택을 더 받는 식으로 틀을 바꿔야 하는데 자꾸 세금 걷으면 안 된다, 나쁘다는 말을 하면서 꼼수로 필요한 세금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하준 교수는 “이번 정부가 절대 세금을 올리지 않는다고 했지만 어떤 방법을 썼든 세금을 올려버렸다”라면서 “국민들과 합의과정이라도 있었으면 모르지만 갑자기 (세제를) 바꿔버렸기 때문에 국민들이 화를 내는 건 당연하다”고 짚었다.

장하준 교수는 “우리나라가 복지 지출이 GDP 대비해서 10% 선인데 선진국 중에 복지가 작다는 미국도 GDP 대비 20% 복지 지출하고 있고 유럽은 25%에서 많은 나라는 30%, 35%까지 지출하고 있다”면서 “꼭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을 본따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복지지출을 2배는 늘려야 하는 것인데 불필요한 씀씀이를 줄이고 조세감면을 줄여서 그 잔돈으로 하겠다는 식의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하준 교수는 “유럽에서 하는 식으로 복지국가를 하려면 전국민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면서 “요즘 신자유주의적 사고 때문에 부자들 세금을 깎아줘야 경제가 성장한다고들 생각하는데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지난 30여년 동안 그렇게 했는데도 투자도 경제성장도 잘 안 됐다”고 지적했다.

▲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 (연합뉴스)

장하준 교수는 일각에서 법인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 법인세가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다”라면서 “미국의 경우 조세 회피가 많지만 세율 자체는 법인세율이 최고 39%까지 돼있고 독일도 30%, 중국 25%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25%에서 22%로 깎았다”고 설명했다.

장하준 교수는 법인세를 낮춰야 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 “불가리아, 파라과이 이런 나라들 중 법인세 10%인 경우가 있는데 기업들이 그런 나라 가서 투자하지 않는다”면서 “우즈베키스탄 같이 8%인 나라도 있는데 그런 나라와 경쟁하자는 건가, 그건 아니다”라고 재차 주장했다.

장하준 교수는 정부가 고용시장 유연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비정규직 많이 늘리는 게 잠깐은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그게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 체질을 약화시킨다”면서 “우리나라는 조선, 철강 산업을 이미 중국에게 1등 빼앗겼고 휴대전화, 자동차 빼고는 현상 유지하기도 힘들다. 당장은 힘들더라도 생산성을 높이면서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고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하준 교수는 “네덜란드나 핀란드 등의 경우 비정규직 비율이 꽤 높은데 큰 문제가 안 되는 게 복지제도가 잘 돼있어 비정규직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계가 보장이 된다”면서 “우리는 그런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자꾸 비정규직을 늘린다고 하니까 저항이 세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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