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비판 웹툰을 SNS에 올렸다는 이유로 권성민 PD를 해고한 MBC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다음 아고라 청원글 서명인원이 1200명을 돌파했다.

자신을 ‘MBC에서 해고된 권성민 PD의 고등학교 때 국어교사’라고 밝힌 작성자 ‘인호’는 22일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MBC 권성민 PD의 해고 철회를 청원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26일 오전 현재 청원에 서명한 인원은 1275명이다.

오늘 오전 제자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 1,2위에 오르는 것을 보며 참담한 심정입니다.

고등학교 수능이 끝난 후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서 뮤지컬을 연출하여 공연하는 것을 보고 받았던 감동, 군 생활을 하는 동안 주고받았던 편지, 같이 공연을 보고 읽은 책을 얘기하며 차를 마시던 시간, 제가 지도하는 연극반 아이들과 어울려 작품을 다듬어 주던 대학시절의 모습, 아프리카 어린이을 위한 우물파주기 프로젝트를 할 때 기금 마련 물품판매를 같이 하던 일,

권 군의 MBC 예능피디 합격 수기를 학생들과 읽으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공유하던 특별수업 시간, <오늘의 유머>에 올린 언론인으로서의 양심과 사랑 받는 MBC로 거듭나길 소망하는 글이 문제가 되어 6개월 정직과 수원지사 좌천 발령 소식을 듣고 안타깝던 일, <예능국 이야기>를 소소하게 그려내며 다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 소망이 숨어 있는 웹툰을 재미있게 보다 그것이 문제가 되어 해고된 일 등등. 참으로 많은 일들이 떠오릅니다.

제자라기보다 젊은 벗으로 함께 했던 권성민 PD와의 시간들이 떠올라 그의 해고 소식에 어찌할 바를 모르며 하루를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이렇게 청원서명이라도 하지 않고는 잠들 수 없을 것 같아 뜻있는 분들의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더 공부하고 싶기도 하고 암울한 언론 현실에서 자신의 역할을 고뇌하면서도, 그나마 서민들에게 웃음과 벗이 되어주는 TV의 예능프로를 위해 밤잠을 설치며 옛날의 ‘만나면 좋은 친구 MBC'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던 권성민 PD입니다.

국민과의 소통이 소중한 공영방송에 몸담은 언론인으로 바쁜 시간을 쪼개 ’오늘의 유머‘나 SNS를 통해 글과 웹툰을 올려 공감대를 넓힌 것은 오히려 권장해야할 것입니다. 저는 그 글과 웹툰을 보며 그나마 기레기라 폄하되던 언론인에 대한 실망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굳이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 26분의 자살을 말하지 않아도 해고는 살인이라는 말을 많은 분들이 피부로 느끼는 상황입니다. 영화 <제보자>의 주인공이 스케이트장 관리를 하거나 뉴스타파를 만들 수밖에 없게 내몬 것을 저처럼 평범한 국민도 알고 있습니다.

권성민 PD의 원직복직과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여 국민의 사랑을 받는 MBC로 거듭날 것을 간곡히 바랍니다.

언론사 입사 준비생, 전현직 언론인이 대다수인 다음 카페 언론인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임 ‘아랑’에서도 권성민 PD 해고 관련글이 올라왔다. 한 이용자는 “누구나 다 오르고 싶던 그런 자리에 올랐던 사람이 옳은 소리를 했다는 대가로 이런 결과를 통보받는 걸 보니.. 괜히 제 마음이 더 싱숭생숭해지네요”라며 “다른 사람의 인정만을 받기위해 PD라는 목표를 이루고 싶어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다른 이용자들 역시 “권성민 피디님 저도 응원합니다”, “응원합니다. 힘든 싸움 잘 이겨내시길 바라요”, “권성민 피디님 응원합니다. 현직에서 뵐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도하겠습니다” , “권성민 PD 웹툰이나 공개반성문은 토씨하나 틀린 말 하나 없었습니다. 기죽지 마시길. 그냥 시대가 하수상할 뿐이지 당신 잘못은 하나도 없습니다. 죽지 않아 권피디 파이팅!!” 등 권성민 PD를 응원하는 댓글을 올리고 있다.

<뉴스타파>, ‘유배’ 표현 문제 삼은 MBC 비판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도 23일 <“언론의 기능을 상실한 예능은 마약일 뿐…”>을 통해 권성민 PD를 해곤 MBC를 비판했다. <뉴스타파>는 권성민 PD가 페이스북 등 자신의 SNS에 올린 <예능국 이야기>를 한 컷 한 컷 소개하며 정말로 ‘회사의 명예를 훼손’해 ‘해사행위’를 한 것인지를 짚었다.

특히 유배문화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유배’라는 표현을 문제 삼은 MBC에 일침을 가했다. 유배문화 전문가인 양진건 제주대 교수는 이번 해고 사태에 대한 일련의 상황을 두고 “(권성민 PD에 대한 조치는) 심리적인 유배”라며 “외딴 섬에 가두어 두는 것만이 유배가 아니라 이렇게 업무적으로 소외되고 격리되어 있을 때 본인이 유배란 표현을 충분히 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23일 올라온 <뉴스타파> “언론의 기능을 상실한 예능은 마약일 뿐…”

<뉴스타파>는 권성민 PD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인용하며 영상을 마무리했다.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방송사의 예능은, 사람들 눈에서 불의를 가린 채 무통의 저주 속에 서서히 죽어가게 만드는 마약일 뿐입니다. 저는 좋은 예능PD가 되기 위해 이곳에 들어왔지, 마약제조업자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21일 저녁 자사를 비판하는 웹툰을 게시했다며 권성민 PD에게 최고 징계인 ‘해고’ 통보를 내린 MBC를 질타하는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현 경영진의 반민주적 광기 말고는 설명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폭력”이라고 말했고, 한국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한국아나운서연합회·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한국방송카메라감독연합회·방송기자연합회로 이루어져 있는 방송인총연합회서는 “우리가 권성민”이라며 “MBC 경영진이 SNS에 올린 만화를 두고 권 PD를 해고한 것은 명백하게 표현의 자유를 침해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언론자유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가 스스로 말의 자유를 죽이는 꼴이요, 미운털 박힌 사람에 대한 저열한 표적징계이자 권한남용 행위”라고며 “과연, 언론 자유의 보루 노릇을 할 언론기관이라고 어느 누가 인정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국일보>는 “어찌나 얼토당토않은지 ‘창조해고’란 비아냥이 나오는 마당에, MBC는 도리어 ‘해사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며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다”고 지적했다.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해고된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는 “MBC가 권성민피디를 해고한 사태가 BBC중국어판에 실렸네요. BBC입장에서는 ‘저런 공영방송도 있나’ 싶을 겁니다. 안광한 사장이 나라 망신 톡톡히 시키는군요”라고 전했고, 주진우 <시사IN> 기자는 “MBC 권성민 PD가 해고됐습니다. 그처럼 열정있고 재능있는 후배는 드물었습니다. 능력있는 인재들을 유배 보내고, 해고하고.... MBC는 진정 엠빙신이 되려 하십니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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