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모욕적이다. (권성민 PD는) 2012년 입사자로서 그야말로 초년생인데 선배들이 이뤄놓은 일에 대해 엠병신이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 김현종 경인지사장, 전 시사제작국장

23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 서관 308호에서는 MBC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노조)에 제기한 손해배상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에는 김재철 사장 당시 시사교양3부장과 시사제작국장을 맡았던 김현종 현 경인지사장이 출석했다.

이틀 전 해고 통보를 받은 권성민 PD에 해고에 대해 소속 부서장인 김현종 전 국장은 ‘엠병신’이라는 표현에 몹시 민감해 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권성민 PD ‘엠병신’ 반성에 “너무 모욕적”

권성민 PD는 지난해 커뮤니티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 세월호 보도참사를 반성하고 MBC의 정상화를 기원하는 내용이 담긴 <엠병신 PD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고, 지난해 말 복귀해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 수원총국으로 갔다. 권성민 PD는 예능국으로 복귀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심경을 포함한 ‘유배생활’을 그린 웹툰 <예능국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이유로 21일 해고 통보를 받았다.

▲ 권성민 PD가 <오늘의 유머>에 올린 <엠병신 PD입니다> 글 (사진=<오늘의 유머> 캡처)

김현종 전 국장은 해고 사유가 된 권성민 PD의 웹툰 <예능국 이야기>를 보았다고 답했다. “개인 페이스북에 그림 올린 것으로 PD가 해고되는 상황에서 공영방송 MBC 정상화가 가능하겠나”라는 신인수 변호사의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 페이스북이 아니고 블로그였고 취업규칙, 소셜미디어가이드라인 등 사규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오유 때와 동일한 잘못을 반복했기 때문에 해고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적절한 조치였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인사위에서 결정한 것이니 제가 말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오늘의 유머>에 올린 <엠병신 PD입니다>라는 글이 세월호 참사 당시 MBC 대형오보와 파업 이후 공정성 무너진 것에 대한 반성과 사과의 글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런 취지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박철 변호사가 권성민 PD가 MBC를 엠병신이라고 부른 것을 어떻게 보는지 묻자 김현종 전 국장은 “너무 모욕적이다. (권성민 PD는) 2012년 입사자로서 그야말로 초년생인데 선배들이 이뤄놓은 일에 대해 엠병신이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승호 PD의 저널리즘 원칙, 매우 위험”

김현종 전 국장은 이날 공판에서 MBC노조와 언론노조의 ‘정치적 편향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2011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교체된 후 2012년 파업 때 해고된 최승호 PD를 두고는 ‘정치색이 과하다’고 평가했다.

“검사나 판사나 법률 지식적으로 굉장히 우수한 사람이라고 칩시다. 그런데 공직에 대한 철학이 적절치 않으면 그 사람은 좋은 판사나 검사는 아닌 거죠?”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들도 다 마찬가지죠. 자, 방송인은 어떻습니까. 프로그램 제작에서는 아주 유능한 사람이라고 칩시다. 그런데 방송에서 공정성이나 정치적 중립성이라든지 진실 확인 임무에 대한 소홀, 이런 방송인으로서의 철학에 문제가 있으면 이 사람은 프로그램 잘 만드는 사람이라서 좋은 방송인입니까. 아니면 문제가 있는 방송인입니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승호 PD에 대해서 그런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최승호 PD가 실제로 만든 프로그램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그것을) 분석해 봤더니 증인 생각으로는 특정한 의도를 갖고 끌어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봤고 양쪽에게 공정한 반론의 기회를 줘서 공정한 방송을 해야 한다는 철학은 부족해 보인다고 판단한 거죠?”
“그렇습니다”

김현종 전 국장은 “당시 <PD수첩> 제작진 중심인물이었다. 언론노조 MBC본부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진보정치세력과 연대한 조직에 가담한 사람”이라며 “그 신분을 유지한 채 정치 중립성이 필수적인 시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봤다. <4대강 수심 6M의 비밀>도 편향성을 확인해서 방송보류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2012년 170일 파업을 벌일 당시 제작했던 <파워업 피디수첩 2탄> 캡처. 김현종 전 국장이 평PD협의회 자리에서 최승호 PD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모습 (사진=<파워업 피디수첩 2탄> 캡처)

김현종 전 국장은 최승호 PD의 저널리즘 철학이 ‘위험하다’고 밝혔다.

“최승호 PD가 일간지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의 저널리즘 원칙을 밝힌 적이 있는데 기계적 균형, 50:50 균형을 얘기하면 시청자가 무엇이 옳은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판단을 시청자에게 맡기기보다는 제작진인 PD가 판단해서 제시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것은 선동으로 흐르기 쉬운 매우 위험한 철학이다. 그런 지점을 제가 말씀드렸다.

50:50의 기계적 균형은 균형의 초보적 내용이고 이렇게 보도하게 되면 사회 기득권층에 유리하게 되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 배려를 위해서 사회적 약자 배려라는 프레임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사회적 약자 위주로 가게 되면 균형성이 무너지기 때문에 둘 사이에서 언론인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어느 것이 공정이고 균형인지 고민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 저널리스트의 사명이다.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에는 논지가 있어야 되는 것이다. 이 논지는 논쟁적 사안에서 한쪽 편을 드는 것을 논지라고 하지 않는다. 그 아이템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 내게 된 배경, 이유를 충분한 취재와 균형 있는 제시를 통해서 충분히 설명해 내는 합리적인 설명 취재, 이것을 논지라고 하지 한쪽 편을 드는 것을 논지라고 하지 않는다”

원고 측 박철 변호사는 “최승호 PD가 ‘시청자들은 어느 것이 옳은지를 모르기 때문에 방송 제작하는 사람이 시청자를 가르쳐야 된다는 뉘앙스로 말했기 때문에, 공영방송 시사PD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취지 아니냐”라고 물었고, 김현종 전 국장은 “그렇다. 판단은 시청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최승호 PD가 공개적인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내가 시청자를 가르쳐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하거나 인터뷰한 적이 있나”는 피고 측 신인수 변호사 질문에는 “시청자를 가르쳐야 한다는 취지의 인터뷰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현종 전 국장이 언급한 일간지 인터뷰는 2011년 3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다.

‘PD수첩’서 전격교체된 최승호PD “비판정신에 대한 거세”

▲ 한 차례 방송보류된 끝에 2010년 8월 24일에 방송된 MBC - 4대강 수심 6M의 비밀 (사진= - 4대강 수심 6M의 비밀 캡처)

- 미국에서 탐사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돌아왔다. 탐사 저널리즘이 한국사회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언론은 사건이 발생하면 대체로 양측을 공정성을 기한다고 하면서 양측의 발언을 동등하게 소개한다. 아니면 정치적 편향성에 의해서 한 쪽을 많이 소개한다. 이처럼 기계적 균형성 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탐사 저널리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이 옳으냐다. 정부가 4대강을 홍보하면서 물 부족과 홍수방지를 내세우는데 정부 주장 50%, 비판단체 50% 소개하면 기계적 균형은 취할 수 있지만 진실을 알 수 없다. 기계적 균형성을 취하려고 하는 것. 물론 기계적 균형도 중요하지만 그렇게만 보도하면 국민들이 어느 쪽이 맞는 말인지 알 수가 없다. 탐사 저널리즘은 정말 4대강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물부족 현상이 완전히 해소가 되느냐를 치밀하게 파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4대강 프로젝트가 완성되더라도 물 부족은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거든. 정부의 홍보내용이 실상하고 틀리다. 정부정책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게 탐사 저널리즘의 본질이다. 탐사 저널리즘이 제대로 발현될 때 정부 정책을 정확하게 비판하고 수정하면서 사회가 좀 더 발전한다. 팩트를 추구하지만 나열하기보다는 그 배후에 숨어 있는 진실을 뿌리까지 보여주는 것이다”

“<PD수첩> 신뢰도 하락은 PD들 책임도 있다… 사장이 원하면 ‘사전시사’ 가능”

김현종 전 국장은 <PD수첩>의 신뢰도와 시청률이 하락한 데에는 <PD수첩> PD들의 잘못도 있다고 주장했다. <시사IN> 신뢰도 조사 결과 <PD수첩> 신뢰도는 2010년 11.8%에서 2012년 2.3%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대해 김현종 전 국장은 “제작진 교체에 따라 공영성이 말살됐다는 언론플레이가 많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청률이 떨어진 영향도 있다. 윤길용 국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PD수첩을 음해하고 방해하는 여론전을 한 PD도 문제”라면서도 “누군가를 특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언론노조에 대해서도 “언론노조가 공정보도를 제1의 가치로 삼고 있다는 주장은 오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상황이 보수, 진보 대립하고 있는데 한쪽 편의 정치세력과 연대하고 실천하고 있는 언론노조가 제1의 가치로 삼고 있다는 것은 ‘구두선’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언론노조가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을 포함한 제반정당과 함께 언론 정책을 협의하고 입법안을 건의하는 사실은 모른다고 답했고, △언론악법 개선 및 종편사업자 규제 △인터넷실명제 폐지 △미디어균형발전기금 조성 등 통합진보당과 맺은 정책협약에 대해서는 “통진당과 맺은 정책협약 내용은 진보정치세력에 유리한 내용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반면, 2012년 170일 파업의 원인이 된 김재철 사장 대해서는 대부분 김 전 사장을 옹호하는 답변을 했다. 제작진과 담당 국장조차 반대한 가운데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을 사전시사하려고 한 행동을 두고는 “국장의 요구가 없다고 하더라도 사장이 시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해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MBC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최종 편집본을 시사하고 수정, 보완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가 프로그램 담당 팀장, CP, 에디터로 돼 있는 조항이 있다고 지적하자 “(사장이 시사)하지 못한다는 조항은 어디에 있느냐”며 “(사장의 사전시사) 금지조항도 없다”고 강조했다. MBC 사장이 모든 프로그램을 사전시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재차 묻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같은 답변을 했다.

또한 170일 파업 당시 MBC노조가 MBC 건물에 소금을 뿌리거나, 2년 동안 김재철 전 사장이 법인카드를 7억원 가량 사용해 배임, 횡령의혹을 받았을 때 “김재철을 구속하라”는 포스터를 붙인 것에 대해서도 “노조가 어떤 목적에서 사장님 사진을 붙여놨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용납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음달 13일 오후 3시에 같은 법정에서 열리는 다음 공판에는 피고(MBC노조) 측 증인으로 최승호 PD가 출석한다. 3월 13일 오전 11시에는 최일구 전 MBC <뉴스데스크> 앵커 반대심문이, 4월 8일 오전 10시에는 마지막 공판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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