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녹화까지 마친 가수 이수가 결국 나는 가수다3에 얼굴을 비치지 못하게 됐다. MBC는 22일 보도 자료를 통해 “시청자 여러분의 의견을 존중해 나는 가수다 3에 출연 예정이던 가수 이수씨를 출연시키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프로그램을 아껴주시는 시청자 여러분의 많은 양해바라며 늘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알렸다.

갑작스런 소식에 이수의 나는 가수다3 출연에 반대하던 대중조차 당황스러운 기색이다. 물론 당사자인 이수가 시쳇말로 멘붕에 빠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수는 녹화도 잘 마쳤고 객석 호응도 좋았다며 MBC의 일방적인 행위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수의 입장만 놓고 본다면 화가 날만했지만 대중의 호응을 얻을지는 의문이다. MBC가 극단적인 태도를 취한 이유는 대중의 거센 반발 때문이었다. 그것은 이수의 하차를 알린 보도 자료에도 드러난 사실이다. 그렇지만 공식 출연 계약 하루 전날 출연자에게 알리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하차를 발표한 것은 소위 갑질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이 갑질에는 뭐라 반대하고픈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수가 무엇을 하건 상관할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티비에 출연하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연예인들이 잘못을 저지르고 얼마간의 기간이 지나면 다시 티비로 돌아오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수에게 그런 복귀를 허용하기는 힘들다. 6년이라는 시간도 결코 길거나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이수가 과거에 범한 미성년자 성매수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질이 나쁜 범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대중의 감정이 이수의 출연설이 나돌 때부터 너무도 분명하고 강력하게 MBC에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가수다3 제작진은 이수의 출연을 강행했고 제작발표회까지 자리했다. 그리고 녹화를 했지만 제작진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수의 하차 소식이 전해졌다.

나는 가수다3 제작진조차 몰랐다는 이수의 하차는 이수뿐만 아니라 제작진에 대한 MBC 고위층의 갑질이었다. 사실 이수의 캐스팅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노이즈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통하지 않을 전략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노이즈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논란과 함께 그것을 덮을 만한 강력한 무엇이 있어야 하지만 나는 가수다3 라인업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MBC는 부담스러운 이수를 첫 방송부터 안고 갈 이유가 사실상 없다고 판단하여 부랴부랴 하차소식을 전했지만 그렇다고 없던 일이 될 수는 없다. 그나마 늦게라도 대중의 의사를 받아들인 정도를 인정할까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그래서 방송사 고위층에 고유의 권한을 침해받은 나는 가수다3 제작진이 전혀 동정을 받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고위층의 갑질보다 나는 가수다3 제작진의 잘못된 판단과 고집에 대한 반감이 그만큼 컸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나는 가수다3의 문제가 모두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단지 이수를 통편집하는 것으로 이번의 사태가 매듭지어질 것은 아닌 탓이다. 애초에 잘못 꿴 단추를 억지로 뜯어낸 꼴이다. 이수를 떠나서 이번 나는 가수다3 라인업은 대중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이수 덕분에 그 부분이 가려진 효과를 얻었을 뿐이다. 결국 이수의 하차로 결정된 이상 다시 나는 가수다3의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과연 이 매력적이지 못한 라인업으로 나는 가수다의 영광을 되찾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과욕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는 가수다3 제작진만 모르는 것일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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