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민 PD를 어제 만났다.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권 PD는) 입사 3년차다. 3년차.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하는 PD다. 어제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 ‘억울하다, 힘들다’ 이런 얘기를 할 줄 알았다. 아니었다. ‘우리나라 방송환경에도 넷플릭스나 거대 자본이 몰려오고 있는데, PD들이나 방송 제작진들은 이제 어디에 서야 되나. 우리는 무엇을 갖고 살아야 하나’ 이런 고민을 하는 친구였다. 예능 프로그램을 어떻게 하면 재밌게, 감동을 주면서 시청자들에게 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앳된, 아주 순한 친구다. 그런 PD를 해고했다”
- 한국PD연합회 김광선 정책국장

세월호 참사 당시 MBC 보도에 대한 ‘반성문’ 격의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정직 6개월을 받고 비제작부서 경인지사로 쫓겨나, ‘유배기’ 웹툰을 그린 권성민 PD가 21일 해고됐다. 박근혜 정부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해고 사태에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인총연합회 등 언론계에서 “부당해고”라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한국일보>에서는 ‘창조해고’라는 말로 MBC의 징계를 꼬집은 바 있다.

23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가 주최한 <권성민 PD 부당해고 즉각 철회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중징계에서부터 보복성 인사, 해고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한 MBC의 행태는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는 질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 23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가 주최한 <권성민 PD 부당해고 즉각 철회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미디어스)

전국언론노동조합 강성남 위원장은 “MBC 내부에서 경영진이 하는 행태는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그걸 지적하는 사원들에 대한 그들의 반응 또한 폭력적이고 비정상적”이라며 “경영진 행위를 규탄하고 시정을 촉구한 것이 벌써 100여 회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 이게 어디 방송사고 이게 어디 언론사인가”라고 반문했다.

강성남 위원장은 “하루속히 경인지사로 성남으로 보직도 없이 귀양 보낸 언론노동자들을 제자리에 갖다 놓으라”며 “MBC는 (경영진) 너희들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것이다. MBC와 언론노동자는 국민을 위해 일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언론인이라는 이름으로 MBC 사옥에 서 있는 게 부끄럽다”고 말문을 연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우수한 전문성을 가진 PD가 세월호 참사 관련 MBC 보도를 자기 반성했다고 해서 비제작부서로 보내고, 유배생활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고 한 사실만으로 해고한 것은 만화까지도 간접적으로 탄압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표현의 자유도 없고 인권도 없고 언론인의 생존권조차 하루아침에 말살해버리는 이런 언론사를 과연 공영방송사라고 할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박석운 MBC공대위 공동대표는 “저들이 지금 저렇게 칼춤을 추면서 노리는 게 무엇이겠나. 찍소리라도 하면, 아니 찍소리하는 시늉이라도 하면 마구잡이로 해고와 징계와 불이익과 유배와 이런 엄청난 탄압을 받게 되니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라며 “공포를 조성해서 MBC 내부를 기레기가 아니라 그냥 쓰레기로 만드는 공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규찬 MBC공대위 공동대표는 “(MBC가) 부끄러워서 부끄럽다고 하고 유배돼서 유배됐다고 하는데 뭐가 그렇게 잘못된 것인가”라며 “여기 와서 기자회견하는 우리가 잘못됐나. 그렇게 카메라 갖다 대는 너희들이 잘못했나”라고 말했다.

22일 오전 MBC 건물 내부에서 이루어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성주, 이하 MBC노조)의 피케팅 당시 채증전문요원을 두고 채증카메라를 2~3대씩 가동한 MBC는 건물 밖에서 열린 MBC공대위 기자회견 때에도 카메라를 세웠다. 기자회견 전, 전규찬 대표가 이를 지적해서 치우는 척하다가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다시 카메라를 돌렸다. 최정기 언론노조 조직쟁의부장이 “MBC 사옥 앞은 언론노조가 1달 동안 합법적인 집회 신고를 해 둔 곳이다. 채증카메라를 치우지 않으면 기자회견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하자 MBC는 그제야 카메라를 치웠다.

전규찬 대표는 “(권성민 PD) 모가지를 싹둑 자른 그 칼날이 오직 권성민 한 개인뿐만 아니라 MBC 노조와 MBC 안에 있는 언론인 노동자들을 향하고 있고, 시청자 시민들과 여기 있는 우리들의 심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런 능멸에 뚜껑이 열려서 나온 것”이라며 “이렇게 막나가고 있는 너희들과 그렇게는 절대로 허락할 수 없는 우리가 한번 끝까지 가 보자”고 말했다.

▲ MBC 보안요원이 채증카메라로 MBC공대위 기자회견을 채증하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웹툰 하나 그렸다고 해고하는 MBC, 정상인가?”

한국PD연합회 김광선 정책국장은 “6개월 정직도 모자라서 유배를 보냈다. 유배 보내자마자 웹툰 하나 그렸다고 해고를 시켰다. 이게 정상인가. 이런 MBC가 정상인가”라고 규탄했다.

김광선 정책국장은 “MBC는 웹툰으로 김재철 전 사장을 ‘비방’했다고 한다. 그런데 김재철이 지금 언론인인가. 김해시장에 출마한 정치인이다. 언론인이 정치인을 풍자했다고 그걸 비방이라고 말하는 게 MBC다. 언론인이 정치인을 풍자도 못하나. 그만한 표현의 자유도 없나”라고 반박했다.

‘유배’라는 표현을 문제 삼은 것을 두고는 “유배 맞다. 한학수 PD가 2011년 비제작부서로 발령 났을 때 법원은 한학수 PD 손을 들어줬다”며 “PD연합회, 방송인총연합회는 끝을 볼 것이다. 우리가 권성민이다. 어디 언제까지 어떻게 가는지 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MBC노조 이성주 본부장은 “정말 참담한 심정이다. 기본적인 상식을 넘어서 인간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며 “경영진들은 국민을 위한 경영이 아니라 사심경영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제는 우리나라에 헌법마저 무시하고 유린하고 우리의 이 민주국가가 서있을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토대, 자유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성민 PD, 제가 여러 번 만났지만 어린 연차에 비해서 정말 성숙하고 또 정말 착하고 그리고 예의바르고 이렇게 훌륭한 친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그런 PD다. 근데 왜 그는, 글을 올렸을까. 그가 바보가 아니라면 그에게 닥칠 여러 어려움들과 고통 괴로움을 알면서도 왜 글을 올렸을까. 이유는 그거 하나였을 거다. ‘양심’.

그리고 이번에 웹툰이 문제가 되면서 제가 간간히 봐 왔던 그 웹툰을 10번이고 20번이고 다시 보았다. 왜 웹툰을 그렸을까. 거기서 제가 본 것은 이 회사에 대한 사랑. 자기가 몸담았던 예능국 선배들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 그리고 이 MBC가 다시 제대로 국민 앞에 서길 바라는 열망, 안타까움, 그것이었다. 그거 외에 다른 말로 그 웹툰을 묘사하고 요약할 수가 있겠나. 그런데 참담하게도 만화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이유로 회사는 사람 한 명을 그냥 해고했다. 언론노동자에게 살인이나 다름없는 해고를 그냥 그렇게 쉽게 한 것이다”

이성주 본부장은 “경영진의 해사행위는 이제 권성민 PD의 해고를 기점으로 도를 넘었다. 방송인총연합회, PD연합회에서 PD들은 나를 해고하라고 하고, 기자들은 나를 고소하라고 하는 외침을 내고 있다. 이 문제는 지금 이제, 시작됐다”며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계속 이 싸움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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