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는 아들을 둔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의 눈에는 아들과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이 많기는 하지만 아들에게 있어 진정한 친구라고 느낄 만한 이는 보이지 않았다. 하루는 아들을 불러 나와 너의 친구들 중에서 누가 진정한 친구가 있는지를 시험해 보자고 제안을 했고, 이런 아버지의 제안에 아들은 찬성했다.

아버지는 가죽 부대에 갓 잡은 돼지를 집어넣고는 아들이 짊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아들이 친구의 집을 방문해서 “내가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였는데 숨길 곳이 없으니 숨겨 달라”고 이야기하라고 했다. 아들로서는 이런 아버지의 제안에, 친구가 많으니 가짜 살인자 역을 하는 자신을 숨겨줄 친구 하나 없을까 하고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정작 아들의 수많은 친구들은 아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는 문을 걸어 잠그거나 모른 체 하기 바빴다. 하지만 아버지의 친구는 가짜 살인자 역할을 한 아버지를 보고는 어서 몸을 숨기라고 집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아버지는 친구의 집에 들어가서 가죽 부대 안에 있는 죽은 돼지로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그리고는 아들에게 친구가 많은 것과 진정한 친구가 있는 건 다른 것이라는 교훈을 남겼다. 친구는 많았지만 쭉정이 친구들만 가득하던 우화 속 아들의 모습은 <유아 낫 유> 속 피아니스트 케이트(힐러리 스웽크 분)의 모습이다. 케이트가 피아니스트로 잘 나갈 때 주변에 있던 친구들은 평생 우정을 나눌 만한 친구였다. 하지만 루게릭병에 걸린 케이트가 실수로 안고 있던 아이를 떨어뜨릴 뻔하자 케이트의 친구는 “부르지 말자니까!” 하며 몸이 불편한 케이트를 냉대한다. 케이트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영화 속 친구의 모습은, 어려울 때 만나는 친구야말로 진정한 친구라는 진리를 새삼 되새기게끔 만들어준다.

케이트의 간호를 위해 잠을 설치는 건 예사고 화장실 수발과 온갖 궂은일을 하는 벡(에미 로섬 분)은, 처음에는 돈을 버는 심정으로 케이트의 간병을 하다가 나중에는 남편 이상의 헌신으로 케이트를 돌보면서 고용주와 간병인 이상의 우정을 키워나간다. 육체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우정을 키운다는 설정은 <언터처블: 1%의 우정>과 유사성을 보인다.

<유아 낫 유>가 <언터처블: 1%의 우정>과 유사성을 갖는 이유는 경제적인 신분을 뛰어넘는 우정이지만 두 사람의 우정을 맺어주는 배경에는 ‘돈’이 자리잡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유어 낫 유>의 케이트, <언터처블: 1%의 우정> 속 필립(프랑수아 클루제 분)에게 돈이 없었다면 벡 또는 드리스(오마 사이 분)를 고용할 수 없었을 것이기에 말이다.

만에 하나 케이트와 필립이 이들을 고용하지 못했다면 케이트와 벡, 필립과 드리스의 우정은 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유아 낫 유>와 <언터처블: 1%의 우정>에서 고용주와 간병인 사이에 우정이 꽃필 수 있던 배경은, 두 사람 사이의 소통 이전에 고용주에게 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경제적인 계급을 뛰어넘는 우정이 꽃을 피우려면 가장 먼저 금전적인 배경이 있어야 한다는 역설은 <유아 낫 유> 및 <언터처블: 1%의 우정>에서 읽을 수 있는 코드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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