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페이스북에 <예능국이야기> ‘유배툰’을 올린 것을 문제삼아 권성민 PD를 해고한 MBC의 조치에 대해 언론계 안팎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회사를 비판한 것에 대한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성주)는 21일 권성민 PD의 해고 소식이 전해지자 “김재철 시절의 악령이 되살아나고 말았다”고 일갈했다. MBC(사장 안광한)은 19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권 PD에 대해 ‘취업규칙’ 및 ‘MBC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해고를 통보한 바 있다. MBC는 권 PD가 페이스북에 올린 <예능국이야기> ‘유배툰’을 빌미로 삼았다. 특히, MBC 경영진은 웹툰에서 ‘유배’라는 표현과 함께 ‘김재철 전 사장을 소재로 썼다’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22일 오전 8시부터 권성민 PD 해고 반대 피케팅을 벌였다(사진=미디어스)

MBC본부는 ‘유배’라는 표현에 대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권성민 PD는 지난해 5월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세월호 보도 참사와 관련한 개인적 사과를 담은 글을 올렸다가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며 “개인의 양심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부당 징계였고, 정직 기간이 끝난 이후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 수원총국으로 전보조치됐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유배’라고 볼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MBC본부는 ‘김재철 전 사장 발언 인용’에 대해서도 “‘공정방송 못하면 한강물에 내던지라’는 것은 유명한 발언”이라며 “프로그램 편집의 효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사례로 인용된 것인데, 이 정도의 표현에 해고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권성민 PD에 대한 MBC의 ‘해고’ 조치는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크다. MBC는 ‘SNS는 사실상 개인적인 공간으로 한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공적인 공간이라고 규정할 수도 없다. 또한 권 PD의 <예능국이야기> 웹툰 정도를 문제 삼는 것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MBC본부는 “이번 징계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억압이자 도발”이라며 “권성민 PD의 문제의식과 표현방식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판단은 다를 수 있지만, 징계와 처벌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다양성을 기초로 한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상식일 뿐 아니라, 다양한 여론의 공론장 역할을 해야 할 언론사 내부에서 ‘표현’을 문제 삼아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한국PD연합회(회장 박건식) 또한 같은 날 성명을 내고 “권성민 PD 당사자가 ‘유배’라고 느끼고 있고,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유배’라고 생각하는데 MBC 경영진만이 정당한 인사라고 우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MBC 경영진이 문제 삼은 것은 웹툰 즉 만평”이라며 “일반적으로 만평은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받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명백한 보복이자 표현의 자유에 대한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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