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사가 해고자 복직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21일 합의했다. 그 동안 ‘정상화 이후 단계적 복직’ 입장을 고수해 온 쌍용차는 “노동조합과 대화를 통해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기 위해 한 발 더 양보해 실무교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1일 쌍용차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지부장 김득중)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이유일 사장, 김규한 쌍용차 노조위원장(기업노조), 김득중 지부장은 면담을 통해 3자 실무교섭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의제는 4가지로 △해고자 복직 △손배가압류 △쌍용차 정상화 △26명 희생자 유가족 지원 대책 등이다.

2009년 쌍용차는 대규모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정리해고 이후 6년 동안 총 26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특히 해고자 152명은 고등법원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으나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정리해고는 정당했다’는 취지로 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이를 고법에 돌려보냈다. 이에 해고자 이창근 김정욱씨는 12월 13일 평택공장 내 높이 70미터 굴뚝에 올라 굴뚝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의 굴뚝농성이 시작되면서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는 사회적 여론은 고조됐다.

대법 판결로 복직 가능성이 낮아졌으나, 신차 ‘티볼리’ 출시하는 과정에서 해고자들을 복직시켜야 한다는 여론 압박이 거세졌다.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은 지난 14일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을 만나 복직 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 지난 13일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쌍용차의 티볼리 신차발표 행사가 열리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앞에서 해고자 복직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범대위는 쌍용차의 모회사인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의 방문에 맞춰 희생자 26명의 신발을 늘어놓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교섭은 지난 2009년 8월 이후 5년 5개월 만의 노사간 첫 공식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쌍용차 곽용섭 홍보팀장은 이날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2013년부터 쌍용차지부를 만나왔고 ‘회사가 정상화해야 순차적으로 복직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번 실무교섭에 나선 것은 회사가 한발 더 양보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곽용섭 팀장은 이어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으로 해석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굴뚝농성 문제도 있고, (쌍용차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티볼리를 정상적으로 팔기 위해서 실무협의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방향으로 풀기 위해 대화를 시작하고 협의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쌍용차 노사 교섭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은 ‘복직 규모 및 시기’다. 그 동안 지부는 정규직, 비정규직 해고자에 대한 원직 복직을 요구해왔다. 회사가 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한 금액도 백억 원을 훌쩍 넘는다. 한겨레는 “114억 원”이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정리해고 이후 숨진 노동자가족에 대한 지원 수준과 규모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쌍용차지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구체적 실무교섭 일자와 주기, 교섭위원 등은 쌍용자동차지부와 쌍용자동차 회사, 쌍용자동차노동조합이 별도 협의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부는 이날로 40일째를 맞은 굴뚝농성자 이창근 김정욱씨가 여드레째 굴뚝 밑에서 올려보내는 밥을 거부해 왔고, 이날 오후 4시 밥과 방한용품 등을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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