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혼자 할 수 있는 만큼 만들고 매일 다양한 종류를 랜덤으로 바꿔서 내놓아요. 아무거나 대충 싸게 드시고 싶으신 분들은 다른 곳으로 가세요. 아무렇게나 만든 아무거나가 없거든요 ^^’

화제의 그녀, 조민아의 블로그가 결국 문을 닫았다. 위생, 가격, 임금으로 폭리를 취한 것이 아니냐는 네티즌의 질문에 답하다 못해 끝내는 소통의 창구를 폐쇄한 것이다. ‘밖에서 드셨던 거 첨가물 전혀 없이 모든 재료가 유기농에 국산이셨을까?’ ‘하겐다즈 녹차 아이스크림 좋아하시는 분들은 여기여기 붙으셔요~~~~ 그건 몸에 안 좋지만 이건 몸에도 좋은데 심지어 더 맛있어욥 !!!! *^^*’ 자아도취와 오만. 걸그룹 주얼리의 멤버에서 ‘우주여신 조민아 베이커리’의 파티시에로, 자랑과 자만으로 넘쳐났던 그녀의 블로그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말끔히 초기화됐다.

‘언제라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왜 하필 지금이었을까?’ 싶어 속 터지는 케이스가 있다. 그녀의 사건 또한 그랬다. 위생과 실력으로 조롱당하고 있지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주여신 조민아 베이커리 논란의 원인은 어느 연예인의 슈퍼 갑질 마인드가 부른 폐해에서 비롯되었으니까. 운영 중인 베이커리 숍의 일손이 부족한데 함부로 사람을 들일 수 없어, 믿고 맡길 수 있는 쥬얼리 시절 팬클럽 회원들에게 S.O.S를 날린 조민아. ‘*일손부족!! 우주여신님을 도와주세요~*’ 그녀 자신뿐만이 아니라 팬카페 스텝진까지 나서서 급하게 일꾼을 찾는 이 글엔 당연하다는 듯이 임금 지불에 대한 어떤 코멘트도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남양 사태 이후 자각하게 된 슈퍼갑을 향한 공분이 잦아들기는커녕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요즘이다. 덧붙여 우리는 감정이 있는 미생임을 깨달았다. 연예 기사란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면까지, 대중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사건 또한 ‘땅콩회항’ ‘700만원의 백화점 모녀’ ‘삼둥이 엄마의 슈퍼 갑질 말투’ 등 로열패밀리의 “나 이런 사람이야.”를 향한 서민의 외침이 아니었나.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나! (王侯將相 寧有種乎)”

‘까페를 비울 수 없어 나가진 못해도 제가 맛난 밥 사드릴께요 ㅎㅎ’ 조민아가 팬심을 이용해 무보수로 일을 시킨다는 제보가 각 커뮤니티에 쏟아지던 그 시점은 마침 소셜커머스 위메프가 수습직원 11명에게 고강도의 노동을 시킨 이후 집단 해고시켜 비난을 받던 무렵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아름다운 문장 뒤에 숨은 치졸한 본심. ‘나는 네 노동력을 헐값에 부리고 싶다.’는 서슬 퍼런 꼰대들의 이중 잣대에 더 이상 속지 않는 2015년이다. ‘열정과 꿈만 가지고 오십시오.’라는 ‘열정페이’에 치를 떠는 최근에 ‘여신 조민아와 밥 한 끼’를 보수로 책정했던 그녀의 행동은 ‘팬심페이’라고 명명해도 될까.

팬과 연예인. 사무적으로 단어의 본심을 밝히자면 소비자와 판매자의 관계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부의 팬은 갑에 놓이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소비하면(좋아하면) 더 소비할수록(좋아할수록) 그렇다. 일반적인 소비 행위에 판매자를 사랑하는 감정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팬질이란 곧 감정을 사는 행위다. 그놈의 팬심 때문에 소비자임에도 팬은 슈퍼갑이 될 수 없다. 어떤 형태이든 연애란 더 좋아하는 쪽이 약자이기 때문이다. 일부의 연예인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을로서 자신을 포장하지만, 갑의 권리를 태연하게 휘두른다.

최근 가수 아이유가 팬에게 바친 러브레터가 화제가 됐다. 한 기자는 이제 막 데뷔를 꿈꾸는 신인이라면 아이유의 편지를 프린팅하여 연습실 가장 가까운 곳에 두고 보기를 권유하기도 했다.

‘내가 내 존재도 모르는 사람한테 혼자만 일방적으로 시간 낭비했구나, 쓸데없는 짓 했구나’ 하면서 후회하지는 않게 해주고 싶어요. 적어도 완전히 일방적 관계는 아니었다, 내 덕분에 아이유가 더 반짝반짝할 수 있었고 행복해했다는 정도의 확신은 가질 수 있도록 저도 나름의 방식으로 여러분을 행복하게 해줄게요. 그러니까 그냥 여러분이 짐작하는 것보다도 아주 약간 더 제가 여러분을 생각하면서 산다는 거 정도는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슈퍼 아이돌인 아이유, 얼마든지 슈퍼갑이 될 수도 있을 그녀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 달콤한 권리를 포기했다. ’을의 연애‘를 작사했을 때 그녀가 떠올린 것은 단순 남과 여의 연애 감정만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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