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KBS 시사기획 ‘쌈’은 김을동 국회의원의 특혜 의혹을 추문했다. 그녀가, 배우 신분인 아들 송일국의 매니저와 운전기사를 자신의 보좌진으로 등록해 국민이 낸 세금으로 해당 임금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벌써 6년이나 된 해묵은 사건이 최초 유포 이후보다 더 화제가 된 까닭은 김을동 모자에게 하사된 새 수식어 때문이다. ‘삼둥이 아빠’라는. 국회의원 김을동, 배우 김을동 혹은 배우 송일국보다 더 존재감이 큰 그 이름.
그러니 잠잠히 내버려두던 해당 사건에 네티즌이 새삼스레 노여워한 건 송일국이 국민의 혈세로 임금을 지불했을까? 라는 의혹 그 자체가 아니었다. 분노를 동원한 사건의 본질은 뜻밖에 지엽적이어서 그건 김을동도 송일국 본인도 아닌 그의 아내 정승연 판사가 남긴 SNS 하소연에 쓰인 ‘갑질하는 말투’가 문제였던 것이다.
정승연 판사의 글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친구 공개’로 올린 것이라 친분이 없는 사람은 접근할 수 없는 영역에 있었다. 이 글이 확산된 것은 친구 임윤선 변호사의 캡처로부터였다. "정승연 씨의 친구로서,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이미 몇 해 전 해명된 사실이었다" 그녀는 정승연 판사의 친구이기에 해당 의혹이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거리낌 없이 캡처본을 공개했노라고 밝혔다.
나는 글을 쓴 장본인인 정승연 판사는 물론 해당 글을 검수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온 임윤선 변호사까지, 이것이 대중의 상처가 될 만한 단어 사용으로 점철된 문구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 애석했다. 이토록 오만하며 독선적인 단어 나열이 그녀들의 눈엔 문제될 것이 없음으로 비추어졌다니. 게다가 이제는 상처 받았다 항변하는 대중을 정승연 판사의 안티나 음해세력으로 몰아가며 사소하고 말초적인 부분에 심취하는 악플러라 매도한다. 도대체 이 ‘로열패밀리’들은 어떤 시선으로 서민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
정승연 판사의 어법은 사용된 단어 하나하나에 묻어나 그녀의 사상을 의심하게 했다. ‘정말 이따위로 자기들 좋을 대로만 편집해서 비난하는 것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인턴에 불과해 공무원이 아니고 겸직 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알바생에 불과했으니 4대 보험 따위 물론 내주지 않았다.’ 아아, 이토록 서슬 퍼런 현실 자각 타임이라니.
손님의 품에 안긴 아기가 예뻐 눈으로 어르는데 느닷없이 계산대로 집어던져진 돈을 주어 담는 기분이랄까. 치료비가 무서워 아픈 이를 부여잡고 끙끙대면서도 연예인 자식이 영구치 난 사실에 기뻐하고, 뽁뽁이 붙여진 너덜너덜한 방구석에 앉아 대궐 같은 연예인 자식의 사소한 슬픔에 울고 웃는 우리가 새삼 처량해진다.
그토록 사랑스러웠던 삼둥이 가족의 일원인 어머니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었다. 분명 삼둥이네 일가는 국회의원과 연예인, 그리고 판검사 출신의 신흥 귀족으로 이루어진 로열패밀리 집단이다. 하지만 TV를 보는 그 순간만큼은 친근했고 그들 또한 우리를 을로서 대우하지 않길 바랐던 것이다. 서민의 꿈은 참 사소한 순간에 무참히도 짓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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