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돌발영상>의 비상한 돌발사태’라는 토론회가 20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문화연대 주최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YTN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 33명이 해임 등 중징계로 <돌발영상> 제작과 방영이 중단된 상태에서 열려 눈길을 끌었다. <돌발영상>은 담당자들의 해임과 정직으로 인해 지난 8일 ‘YTN 사태 진상조사위’ 구성에 대한 문방위 국정감사를 다룬 ‘블랙코미디’ 편을 마지막으로 방송이 중단됐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전규찬 소장은 “재치발랄한 방식의 ‘돌발적 영상’ ‘영상의 돌출’이 낙하산 인사를 중심으로 한 관료적 경영진에게는 불편했던 것 같다”며 “이처럼 ‘불편한 영상’을 제압하려고 하는 움직임과, 새로운 영상코드로 386과는 다른, 가벼움 속의 진지함이라는 세련된 방식으로 재현된 <돌발영상>을 문화·정치적으로 해석해보고자 한다”고 토론회 취지를 설명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동북미디어문화연구소 이영주 선임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탄압을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 빗대어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장미의 이름>에서는 늙은 수도사 호르세가 수도사들이 읽어서는 안되는 책을 독점한 채, 그 책에 독약을 묻혀 책을 읽으려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이명박 정부는) 다르게 해석하거나 말하고자 하는 수많은 매체들에 독약을 발라나가는 현대판 호르세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예술가들이나 문화생산자들의 풍자를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며 “이러한 공적 태도를 갖추지 못한다면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이번 사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기영 경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권력은 왜 <돌발영상>을 혐오하고 두려워하는가’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돌발영상>은 YTN의 간판”이라며 “짧지만 보고나면 뭔가 생각하게 만드는 영상”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돌발영상>을 비롯해 정치적인 감성을 발휘하고 대안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사투나잇> <지식채널e> <PD수첩>을 두려워하는 권력은 무언가 켕기는 게 많을 것”이라며 “상식이 도전받고 신권위적인 통제와 압박이 일상화된 사회에 산다는 것이 꿈을 꾸는 듯하다”고 암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세 번째 발제에 나선 YTN <돌발영상>팀 임장혁 기자는 “정통보도에서는 내보낼 수 없는 것들을 풍자와 유머, 웃음을 수단으로 활용해 궁극적인 목적인 정치적 이면의 현실을 짚어보고 싶었다”고 <돌발영상>의 처음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임 기자는 “<돌발영상> 제작에 간섭이나 압력이 들어온 적이 없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변화가 생겼다”며 “민주사회의 목소리를 억누르려는 것을 넘어서 공간 자체를 탄압하는 효과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권력은 프로그램 내용이 아닌 시청자들이 반응을 두려워하는 것”이라며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운동이 일어나야 제작자들도 견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기자는 “<돌발영상>을 여러분들이 꼭 살려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이상길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정치는 공적인 권위의 세계이고 일상생활과 동떨어져 있으면서 일반사람들이 접하기 어려운 곳”이라며 “<돌발영상>은 실제 정치과정의 일부이지만 미디어가 보여주지 않았던 정치의 뒷무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돌발영상>은 한국사회에서 ‘정치 및 경제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과 ‘젊은 세대들의 정치사회화 기능’을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지식채널e> ‘17년 후’ 편을 제작한 EBS 김진혁 PD가 토론자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MBC 김재용 기자, SBS 양만희 기자, 김영찬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이동후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참석해 토론을 펼쳤다. SBS 양만희 기자는 “YTN이 신뢰받는 언론사로 자리잡는데 <돌발영상>의 역할이 컸다”며 “공영방송의 막내로, 윤택남으로 싸움을 계속할 수 있는 데도 <돌발영상>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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