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토토가의 열풍은 마치 없었던 일처럼 평상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사실상 방송 시점은 다소 맞지 않았다. 본래는 크리스마스에 맞춰 방송하려던 것이 토토가의 열풍 때문에 살짝 뒤로 밀린 듯한 인상을 받게 했다. 크리스마스 때에 맞춰서 방영됐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은 없었다. 오랜만에 무한도전의 풍자의 맛을 만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무한도전의 이번 주제는 ‘나 홀로 집에’다. 크리스마스 때면 참 지겨울 정도로 재방영되는 인기영화. 그러나 같은 제목이라 할지라도 무한도전의 나 홀로 집에는 내용이야 어떻든 재방영 따위는 아니다. 거기서 명절이나 무슨 날만 되면 판에 박힌 영화들을 재방영하는 방송사들에 대한 시청자들을 대신한 꾸지람과 반성을 발견할 수 있다.

게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장난꾸러기 캐빈이 바로 서장훈이었다는 것이 참 발칙한 반전이었다. 근래 서장훈이 부쩍 무한도전에 자주 얼굴을 내비치고 있어, 제6의 멤버 간보기가 아니냐는 의심도 들리지만 그거야 김태호 PD가 알아서 할 일이다. 다만 음성변조를 하고 멤버들을 골려먹던 캐빈이 하필이면 한눈으로 보기에도 부담스러운 서장훈이었다는 것 자체가 나 홀로 집에 편의 풍자의도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도 아니라면 블랙코미디에 충실한 것이거나.

물론 풍자의 의도 없이 무한도전 멤버들이 텅 빈 여의도 MBC사옥에서 도둑으로 들어가서 혼찌검을 당하는 내용이니 단순하게 나 홀로 집에라는 제목을 붙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후에 전개된 내용을 보면 아무래도 이번 특집은 풍자에 무게를 둔 것으로 봐야만 할 것 같다.

멤버들이 텅 빈 여의도 사옥에 들어가서 수행해야 될 미션 중 두 번째가 특히 그랬다. 뉴스데스크 스튜디오에 앉아 뉴스를 진행하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참 의미심장했다. 얼마 후면 철거가 된다는 여의도 MBC에 얽힌 추억 중 가장 아련한 것이 아마도 뉴스가 아닐까 싶은 탓이다. 한때는 시청률과는 별개로 가장 신뢰받던 뉴스였던 시절이 거짓말인가 싶게 기억에서 아른거린다. 특히 세월호 참사 당시 뉴스데스크의 보도 자세는 국민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비단 MBC만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지만 방송사들은 거의 보도기능이 퇴화되고 오락기능만 비대해진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커져버렸다. 아나운서들이 너도 나도 직장을 버리고 프리를 선언하고 있다. 설마 그것이 나가서 프리로 뉴스를 진행하겠다는 뜻이겠는가. 뉴스의 퇴보와 함께 아나운서들 역시 존재 의미와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세태의 반영일 것이다.

그래서 요즘 뉴스는 그저 틀어놓은 김에 혼자서 떠드는 일종의 BGM 같은 것으로 전락해버렸는데, 그럼에도 주요 뉴스에서는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을 때면 정말로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무한도전이 그것을 코미디로 승화시켰다. 퍽치기에 대한 뉴스를 읽는 동안 실제로 뒤에서 짐볼 같이 커다란 공이 내려와 유재석과 정준하의 뒤를 강타했다.

사실 유재석과 정준하의 연기는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이미 이번 특집이 여름에나 할 법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그에 맞는 리액션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알았으니 그럴 수밖에는 없었다. 그렇지만 멤버들의 다소 어색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이 뉴스데스크에 보낸 따끔한 경고만으로도 이 시간들은 무게감이 넘쳤다. 무도에게서 뉴스데스크에게로, 아니 과거 채널을 고정했던 기억과 그리움으로부터 뉴스데스크에게 보낸 한편으로는 슬픈 메시지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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