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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슴·팔·다리·배로 걷는다, “쌍용차 해고자를 해결하라”[현장] 쌍용차 해고자의 굴뚝농성과 길바닥투쟁… 늦었지만 지금이 마지막 적기다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01.07 16:41

열 걸음을 걷는 새 예닐곱 번의 입김이 터져 나왔다. 쌍용자동차 구로정비사업소 앞에서 시작한 행진은 열 걸음마다 멈췄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이게 뭐야’ 하는 표정이었지만 평소와 다른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시민들은 ‘데모꾼’ 대열을 가로지르지 않았다. 평소라면 교통체증에 경적을 울리던 자동차들도 조용히 행진을 지켜봤다. ‘가장 처절한 행진’이었다.

오체투지(五體投地). 머리, 가슴, 팔, 다리, 배… 이 다섯 부분을 땅에 붙이고 올리는 절을 뜻한다. 7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사회운동 활동가, 종교계‧학계 인사들 40여 명은 우리사회에 있는 가장 밑바닥을 걸었다. 담배꽁초 같은 온갖 쓰레기가 있는 거리에 얼굴을 대고 걸었다. 기자들도 카메라를 땅에 붙이고, 무릎을 숙이고, 거리에 엎드려 이 행진을 취재했다.

   
▲(사진=미디어스)

쌍용차 싸움은 2009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쌍용차는 ‘2646명 정리해고’를 통보했고, 노동자들은 옥쇄파업을 벌였다. 곤봉을 들고 테이저건을 쏘는 경찰특공대와 대치한 77일은 ‘전쟁’이었다. 싸움은 6년 동안 계속됐다. 그 동안 쌍용차의 회계조작 사실이 드러났고 고등법원은 정리해고가 부당하고 판결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하루아침에 거짓말처럼 뒤집었다.

지금까지 무려 26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이 명을 달리했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구호가 사회운동에 퍼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돌이킬 방법이 없다. 대법 판결로 끝이 났다. 유일한 해법은 ‘노사대화’뿐이다. 그래서 해고노동자 이창근 김정욱씨는 지난달 13일 평택공장 안에 있는 굴뚝에 기어올랐다. 두 사람은 오늘로 26일째 70미터 상공에서 먹고 자고 있다.

굴뚝에 있는 노동자들이 추위에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는 시각, 동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다시 싸우는 것뿐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은 오체투지 시작 전 기자회견에서 지난 6년의 싸움을 회고하면서 “이제는 권력과 자본에 읍소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를 다시 알리고, 당당하게 해결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굴뚝농성과 함께 언론은 다시 쌍용차를 다루기 시작했다. 배우 김의성, 가수 이효리씨가 공개적으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할 정도로 여론은 노동자에게 긍정적이다. 쌍용차가 6일 두 노동자를 상대로 법원에 퇴거단행 가처분 신청을 내고, 1인당 하루 백만 원을 물리도록 요청할 만큼 여론은 뜨겁다. 법적 판단이 끝난 상황에서 복직을 결정하는 건 결국 여론뿐이다.

   
▲(사진=미디어스)

노동자들이 ‘오체투지’를 한 이유도 “절박함을 몸으로 표현”해 이 문제를 다시 알려내기 위해서다. 언론도 ‘붙는 중’이다. MBC <시사매거진2580>도 취재 중이고, 한겨레21은 오체투지를 4박5일 동안 함께 한다. 기자회견에 온 기자만 해도 20여 명이 훌쩍 넘었다. 십여 개 진보매체 기자들도 한데 모여 <굴뚝신문>(발행인 신학림 미디어오늘 대표이사)을 펴냈다.

마지막 ‘적기’다.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아난드 회장은 신차 ‘티볼리’ 출시에 맞춰 방한하는데, 그는 2013년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과 만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복직 여부를)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복직 우선순위와 규모를 저울질할 가능성이 있지만 어떤 내용이든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유흥희 분회장은 “10년 동안 비정규직법과 정리해고제도를 없애기 위해, 살기 위해 투쟁했지만 정부와 법원 어느 곳에서도 자신의 잘못은 없다고 한다”며 “우리를 해고한 사람들은 이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쌍용차가 해고자 복직 없이 신차를 발매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최종진 수석부위원장은 기자들에게 “꼭 노동자의 관점에서 이 싸움을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다시 쌍용차 싸움에 나선 모습이다. 노동자가 하늘에 오르고, 바닥을 엎드리니 언론도 더 낮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장의 한 기자는 ‘연민’을 얘기했고, 또 다른 기자는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쌍용차가 연민과 책임을 느낄 일만 남았다.

   
▲(사진=미디어스)
   
▲(사진=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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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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