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이 나오면 집값이 오른다” “지하철 개통 등 개발 이슈는 부동산 호재다”

아파트에 관한 오래된 믿음들이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부동산 실거래를 분석한 결과 “거짓말”이었다. <뉴스타파>는 “당장 집값이 오르더라도 중요한 건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17번의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8번의 부동산 대책 이후 집값이 오른 기간은 딱 2개월이라는 것이 <뉴스타파>의 분석이다. 지하철 개통 등 개발 이슈 또한 집값을 ‘반짝’ 올려놓을 수는 있어도 완공 이후 집값은 오히려 하락했다고 <뉴스타파>는 설명했다. 집값이 영향을 받는 것은 “거시경제”라고 분석한 <뉴스타파>는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집값은 지속적으로 하락세였다고 결론 내렸다.

▲ '뉴스타파' 신년기획 화면 캡처

비영리독립언론 <뉴스타파>가 6일 신년기획 ‘이게 아파트 가격이다’ 대담(▷링크)을 선보였다. <뉴스타파> 최승호 앵커의 사회로 진행된 대담에는 최경영·홍여진 기자와 선대인 경제연구소장이 참여했다. 2015년 신년계획을 ‘내집마련’으로 세웠다면 필히 그리고 ‘정부가 전세가를 못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안 떨어뜨리는 것’이라는 의심을 갖고 있다면 꼭 시청해보길 권한다.

“네이버 부동산 매매정보는 광고”

<뉴스타파>가 먼저 의문을 제기한 건, 네이버 부동산 매매정보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뉴스타파>는 “네이버 매물을 다 광고”라고 평했다. 네이버에 게시된 부동산 ‘매물’은 실존하는지조차 검증되지 않고 있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뉴스타파> 홍여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2014년 5월 1일부터 직접 매물 등록서비스를 하지 않고 키소(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부설 부동산매물검증센터)를 통해서 하기 때문에 그쪽에 문의를 하라”고 책임을 KISO로 돌렸다. KISO 관계자는 “외주로 하고 있다”면서 외주업체 연락처를 묻자 “그냥 외주에서 하고 있다고만 해달라”고 답했다.

▲ '뉴스타파' 신년기획 화면 캡처

최경영 기자는 “네이버 부동산에 개인을 매물을 등록할 수 없다”며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그러면 누군가는 이것을 ‘진짜 있는 매물인지 혹은 적절한 금액인지’ 검증해야하는 것이 아니냐. 그런데 취재 결과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최 기자는 “(네이버에)서울만 하루에 천 건 정도의 매물이 올라오는데 영세 외주 업체에서 어떻게 다 확인을 하겠느냐.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패널로 출연한 선대인 경제연구소장은 “네이버에서 위탁받아 매물을 확인하는 외주 업체 중 한 사장님을 안다”면서 “그 업체 직원이 3~4명으로, 그 사장 말은 ‘어떻게 다 확인을 하겠느냐’라고 하더라. 그것이 네이버 부동산 매매정보의 실상”이라고 비판했다.

“부동산 언론보도도 광고”…중요한 건 ‘실거래가’이지만

<뉴스타파> 부동산 실거래가격을 분석한 결과, 집값은 꾸준히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실체는 무엇이며 그에 따른 ‘부동산 가격 들썩’, ‘꿈틀’, ‘호재’ 등 언론보도는 또 뭘까. 이에 대해 <뉴스타파>는 “최근 7년 동안 언론들은 신년에 부동산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내놓고 있다”며 “양치기소년처럼 되풀이되는 기사들에 속지 말라”고 경고했다.

<뉴스타파>가 말하는 ‘정부정책에 따른 부동산 호재’의 실상은 이렇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내놓으면 부동산 소유자들은 매물 가격을 5000만 원~1억 정도 높게 내놓는다. 언론이 분위기를 유도해 ‘그 정도 올려도 되겠다’는 판단을 유도한단 것이다. 그러면 매물 가격이 오른 것만 보고 중개업소들은 “집값이 많이 상승했다”고 보도자료를 뿌리고, 언론들은 다시 그것을 보도한다는 게 <뉴스타파>의 설명이다. ‘부동산 정책 발표 후 하루 만에 3000만원이 올랐다’는 TV조선의 보도에 대해서도 “실제 거래가 일어나지 않아도 집주인이 매물 가격을 6억8천으로 올리면 3000만원 올라갔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에서 자주 사용되는 ‘시세’라는 표현이 이를 에둘려 표현하는 용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 '뉴스타파' 신년기획 화면 캡처

분양 관련된 의혹도 많았다. 2013년 H언론사에서 개최한 주거문화대상에서 심사위원들은 ‘실사’를 거치지 않고 시상 아파트를 선정했고, 당시 선정된 아파트(반포 아크로리버 파크)는 완공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최승호 앵커는 “기사를 보고 분양을 받았다면 상당 부분 손해를 봤을 것”이라며 "분양가가 7~8억 원이던 아파트는 현재 1억5000만원 할인된 가격으로 매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홍여진 기자는 “동탄 신도시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실제 그곳에서 살 사람이 아닌 언론사 기자단이 초청됐다”며 “그리고 ‘고맙다’면서 봉투를 돌렸다고 하더라. 그 후, 2시간 뒤 B건설사 명의의 똑같은 기사들이 쏟아졌다”고 사례를 설명했다. 선대인 소장 또한 “부동산 광고가 신문의 매출 비중이 높다. 25~30%에 육박한 적도 있었는데 지금도 높은 편”이라면서 언론보도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부동산 관련 언론보도는 ‘광고’라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시세’가 아니라 ‘실거래가’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것을 쉽게 알기도 어려는 구조라는 게 <뉴스타파>의 지적이다. 국토해양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실거래가를 공개하고 있지만 보기 불편해 널리 이용되지 않고 있다. 이렇듯 ‘보기 불편하게 공개하는 이유’와 관련해 이들은 “실거래가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더 이상 사기를 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의심했다.

선대인 소장은 “사람들이 실거래가를 몰라야 실 가격은 5억임에도 불구하고 매물 가격으로 6억으로 부를 수 있고, 언론보도나 부동산은 ‘오르고 있다’, ‘보합세’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며 “그러니 실거래가 정보를 만들어 놓고도 가능하면 보기 불편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타파>의 취재결과 국토해양부의 실거래에서 일부 오류가 발견되기도 했다.

빚을 내서 집을 사야할까?…“토끼몰이에 당하지 말라”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명확하다. 전세난에 허덕이지 말고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진 돈도 별로 없고 저소득에 시달리는 2030세대는 정부가 말하는 대로 일단 집부터 사고 봐야할까. <뉴스타파>는 이에 “정부의 토끼몰이에 당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선대인 소장은 “올해 미국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고, 이는 한국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무리하게 빚내서 집을 사면 위험해질 수 있다. 불안하다면 전세 보증보험 등을 활용해 위험을 회피하고 전세로 잠시 버티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 소장은 이어 “한국에서 주택시장 구조를 보면 공급자인 건설업자들에 비해 소비자인 국민들의 지위가 너무 약하다”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선분양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살아가면서 가장 비싼 물건(집)을 사는데 완성된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 '뉴스타파' 신년기획 화면 캡처

<뉴스타파>가 2015년 신년기획으로 ‘부동산’을 선택한 것과 관련해 최경영 기자는 부동산에 “정치와 경제, 세대 등 한국사회 문제가 응축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 기자는 “정부가 5060세대를 위한다는 이유로 아파트 가격을 떨어뜨리지 않는 (강남특혜)정책을 펴고 있지만, 미래에는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30세대들이 집을 살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출 수 있는 정책을 펴야 선순환 구조가 완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뉴스타파> 앞서 김진혁 PD가 미니다큐 ‘부동산 불패 신화와 아이 안 낳는 나라’ 편을 선보이기도 했다.(▷링크)

이날 부동산 대책의 하나로 선대인 소장은 ‘공공임대주택’을 꼽았다. 그는 “OECD국가들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10~35% 수준”이라며 “우리나라는 수요가 없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5%”라고 지적했다. 선 소장은 “독일이 2000년 부동산 광풍이 불고도 2008년 경제위기 때에도 가장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부동산 거품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독일은 건설업자들이 민간임대업자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팔고 끝내는 게 아니라 유지관리 및 임대료로 먹고 살기 때문에 부실 공사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타파> 신년기획 ‘이게 아파트 가격이다’ 편은 “악착같이 빚 갚으며 살았는데 점점 서울 외곽으로 밀려나는 기분”이라는 한 카페의 글을 인용한다. 그러고는 ‘월 소득 300~400만 원 가구가 저축해서 서울 평균가 아파트를 사려면 64년이 걸린다’는 문구로 끝을 맺었다. 64년, 이래저래 살기 힘든 한국사회의 2015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정부와 언론은 집을 사라고 권하고 있다.

▲ '뉴스타파' 신년기획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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