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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호갱’된 단통법 3개월, 이용자 지금도 ‘마루타’방통위·미래부의 아전인수 해석… 가입자당 매출은 왜 비공개 하나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01.06 14:23

기자는 2013년 하반기 아이폰5S가 나왔을 때, KT로 옮겨탔다. 가입한 요금제는 LTE67이다. 할인 전 부가세 8489원과 부가서비스 캐치콜 요금 500원을 더하고 할인요금 2만2천 원을 빼면 통신서비스 요금은 5만3989원이 된다. 여기에 단말기 할부금 1만8710원을 더하면 7만2699원이다. 소액결제나 정체 모를 인터넷이용료를 제외하면 이 금액이 기자가 이동통신사에 매월 고정적 내는 휴대폰 요금이다.

   
▲ (사진=연합뉴스)

뜬금없이 통신비를 공개한 이유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약칭 단말기유통법) 때문이다. 단말기유통법은 지난해 10월1일자로 시행됐다. 보조금을 투명화해 가입자 간 차별을 없애자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시행 한 달도 안 돼 ‘20일 평가’ 기획기사가 나올 만큼 논란이 많았다. 삼성전자가 이 법을 만드는 과정에 미래창조과학부 최양희 장관과 관료들을 만나 ‘주무른’ 사실도 공개됐다.

미래부 윤종록 차관 표현대로 한국 이용자는 “삼성전자의 방패막이가 됐고 또 실험실의 마루타”였다. 제조사와 이통사는 스마트폰 교체주기를 16개월로 만들고, 2G·3G 이용자를 ‘고가’의 LTE요금제로 전환했다. 제조사는 출시 15개월 이상 단말기 재고를 처리해야 했고, 이통사는 보조금을 얼리고 싶었다. 이렇게 탄생한 게 단말기유통법이다. 그리고 이 법은 ‘소비욕구’를 억제하면서 효과를 드러냈다.

단통법 시행 이후 제조사들은 구형 단말기를 중심으로 출고가를 낮췄고, 이통사는 보조금 상한선을 충실히 지켰다. 이들이 양산한 대리점과 유통점 단통법 시행과 동시에 벼랑 끝에 몰렸다. 그래도 아이폰 대란 같은 ‘분란’은 있었다. 이통사들은 충성도 높은 아이폰 이용자들을 LTE요금제에 올려태우기 위해 경쟁했다. 이 대란이 보여준 딱 하나의 사실은 ‘사업자들이 이용자를 완전히 장악했다’는 것이다.

   
▲ (사진=SK텔레콤)

6일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부가 배포한 ‘단말기유통법 3개월 성과’ 자료를 보자.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자료와 법 시행 이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자료를 비교하면 “번호이동 비중은 감소(38.9%→29.7%)하고, 기기변경 비중이 증가(26.2%→41.0%)”했다. 정부는 이를 이용자 차별 감소와 합리적 소비 증가로 해석하지만, 번호이동이 줄었다는 것은 시장에 풀린 보조금이 줄었다는 이야기다.

방통위와 미래부는 고가요금제 비중이 줄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단통법 시행 전후 가입 요금제 현황 자료를 보면, 6만 원대 이상 고가요금제(2년 약정, 부가세 제외) 비중은 9월까지 33.9%였다가 10월 이후 14.8%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중·저가요금제 비중은 66.1%에서 85.2%로 크게 늘었다. 특히 3만 원대 이하 저가요금제 비중은 9월까지 45.0%에서 64.4%(10월), 49.9%(11월), 54.6%(12월)로 커졌다.

이걸 합리적 소비라고 볼 수 있을까. 단언컨대 아니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은 데이터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 중이다. 이통사들이 수백분에서 수백분, 그리고 아예 무료화한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는 크게 줄고 있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추세다. 이제 이용자들은 내는 고가의 통신서비스 요금은 데이터 값만을 따진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호갱님이 줄었다는 정부의 해석은 아전인수다.

   
▲ (자료=방송통신위원회)

최초가입 요금제의 평균요금이 4만5천 원(2014년 7월부터 9월까지)에서 3만9천 원(2014년 12월)으로 6448원 떨어졌다는 분석도 마찬가지다. 판매점에서는 여전히 유통구조는 단통법 시행 전과 같고 고가요금제를 권유한다. 디지털타임스가 6일 “단통법을 통한 정부의 인위적 시장 개입이 이용자 후생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라고 보도한 이유도 여깄다.

디지털타임스가 인터뷰한 유통점 관계자는 “단통법 이후에도 판매유형 또는 요금제에 따른 이통사들의 리베이트 지원정책은 변화가 거의 없다”며 “마진을 위해 가입유형에 따라 소비자를 차별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제 10만 원대 최고요금제에 가입해야만 70만 원대에 최신 스마트폰을 쓸 수 있다. 정부가 “리베이트와 요금 위주로 움직이는 시장구조와 현실을 면밀히 살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초 ‘삼성 없는 단통법’에 반대 제스처를 취하던 이통사가 단통법 맞춤형 요금제를 꺼내들며 법을 환영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정부가 사업자에게 영업자료를 받고도 가입자당 매출(ARPU) 자료는 쏙 빼놓은 것은 또 어떻게 봐야 할까. 이용자는 여전히 ‘마루타’다. 최근 기자는 여러 차례 믿을 만한 이동통신사 관계자에게 기기변경 시점을 물었다. 대답은 이랬다. “지금은 안 돼요. 호갱님 됩니다.”

   
▲ (자료=방송통신위원회)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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