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방송정책은 ‘제7홈쇼핑’이다. 지난해 11월 말 공청회와 토론회를 거쳐 12월 말까지 사업자 신청 접수도 완료했다. 중소기업유통센터, 농협경제지주,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컨소시엄을 구성, ‘주식회사 공영홈쇼핑’이라는 이름으로 신청했다. 정부는 1월 중 승인신청서 검토와 보정 서류 접수부터 관계기관 의견 조회, 시청자 의견 청취, 심사위원회 심사(구성은 2014년 12월 완료), 신청법인 대상 의견 청취, 심사결과 발표까지 모두 절차를 끝낼 계획이다.

돌아보자. 지난해 3월 말 미래부와 중소기업청 간 정책협의회에서는 ‘TV홈쇼핑사의 중기제품 지원 강화를 위한 관련제도 개선 방안 협의’가 있었고, 그해 5월 중기청은 미래부에 공영TV홈쇼핑 도입을 건의했다. 직후 기획재정부는 ‘중기제품 전용 TV홈쇼핑 신설’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후 기재부, 미래부, 농림부, 중기청 등 관련 정부부처는 제7홈쇼핑 추진을 본격화했고, 8월 정부는 제6차 무역투자회의에서 중기제품·농수산물 전용 공영 TV홈쇼핑 채널을 신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제7홈쇼핑 목적으로 △창의·혁신 기업의 시장 진출 촉진 △중기제품·농축수산물 판로 확대 △TV홈쇼핑 산업의 혁신 등을 들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월12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 최경환 경제부총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왜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걸까. 애초 미래창조과학부 내에는 제7홈쇼핑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까닭에 미래부가 등쌀에 못 이겨 ‘울며 겨자 먹기’로 홈쇼핑 신설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공공미디어연구소 박상호 연구2팀장은 “홈쇼핑 신설로 인한 영향평가나 청사진 없이 ‘출범하고 나서 보자’는 식으로,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홈쇼핑 역사를 잠깐 톺아보자. 정부는 1995년 GS홈쇼핑과 CJ오쇼핑을 시작으로 2001년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구 우리홈쇼핑) NS홈쇼핑(구 농수산물홈쇼핑)을 승인했다. 2011년에는 홈앤쇼핑이 나왔다. 보통 집권 2년차 때 ‘말’이 나오고, 3년차 때 본격 추진하는 게 ‘홈쇼핑 만들기’ 공식이다. 이번 제7홈쇼핑도 똑같다. 홈쇼핑 정책결정에 참여한 바 있는 한 관계자는 “홈쇼핑은 뒷돈을 만들기 가장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실제 TV홈쇼핑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미래부에 따르면, 6개 사업자의 2013년도 전체 매출규모(TV와 인터넷 등 포함)는 4조6천억 원으로 2009년 2조6천억 원에 비해 2배 가까이 성장했다. CJ나 KT 같은 플랫폼사업자에게 주는 송출수수료가 2009년 4100억 원에서 2013년 9700억 원으로 2배 이상 늘었지만 성장세는 여전하다. 홈쇼핑사업자의 연평균성장률은 15.5%에 이른다. 영업이익만 하더라도 6800억 원이고, 영업이익률도 15% 안팎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온라인 등으로 넘어가고 이용자도 많지만 홈쇼핑회사는 이미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실적을 기록하는 이유는 높은 판매수수료율 때문이다. 업체들은 홈쇼핑에 진출하기 위해 줄을 섰다. 2013년 기준 홈쇼핑 6개사의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32.1%(보험매출 등 제외)에 이른다. 6개사는 중소기업 제품을 63.0%(2009년 대비 6.5%P 증가)나 편성하지만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구체적인 라인업은 제각각이지만 사업자들의 판매수수료율 편차는 30.7~34.3%로 크지 않다. 홈앤쇼핑은 중기제품을 80% 이상, NS홈쇼핑은 농축수산물을 60% 이상 편성하도록 ‘규제’를 받고 있지만 ‘간판’을 막론하고 수익구조는 이미 안정적인 상태라는 이야기다.

홈쇼핑이 이 같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는 ‘황금채널’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TV홈쇼핑사는 “상품공급업체로부터 판매수수료를 받고 플랫폼 사업자에게 송출수수료를 지불”하는데 이 비용이 만만찮다. TV홈쇼핑사는 시청자 선호채널인 지상파 3사 인접 번호대를 확보하기 위해 높은 송출수수료를 지출하고 있다. 2013년 기준 전체매출액의 약 21.3%, 방송매출액의 약 28.6%가 송출수수료다.

▲TV홈쇼핑 시장 구조. (이미지=미래창조과학부.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홈쇼핑 수익성은 결국 ‘황금채널’이 결정한다. 미래부 설명대로 송출수수료는 “지상파 방송사 채널 사이에 홈쇼핑 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과도한 입찰경쟁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박상호 연구팀장은 “2011년 홈앤쇼핑이 들어오고 송출수수료가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미래부 PP정책팀 손지윤 팀장은 5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송출수수료 경쟁을 지양하자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정부가 판매수수료율을 통제하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는 적자를 보지 않기 위해 송출수수료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논리가 ‘빈약’한 것은 이 대목이다. 박상호 팀장은 “홈쇼핑 수익성을 결정하는 것은 채널, 송출수수료, 판매수수료”라고 설명했다. 정책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좋은 채널을 받아야 하고,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 인접채널을 배정받기 위해서는 다른 사업자보다 많은 송출수수료를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줘야 한다. 이럴 경우, 판매수수료 상승은 불을 보듯 빤하다. 그런데 정부는 공영홈쇼핑의 공영성을 확보, 유지할 목적으로 “운영 수익의 출자자 배당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판매수수료율도 “평균 방송취급고의 20% 수준으로 책정”했다.

미래부는 초기 제7홈쇼핑의 번호가 ‘50번대’라는 말을 흘렸지만 지금은 말이 조금 다르다. 손지윤 팀장은 “플랫폼사업자에 지급할 송출수수료로 결정될 문제”라면서도 “50번대 아래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상호 연구팀장은 “선호채널이 50번대에 있는 시청자가 아니고서는 실효성이 없지만, 문제는 송출수수료와 판매수수료”라고 지적했다. 유명무실한 홈쇼핑채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낮은 번호는 필수다. 송출수수료와 판매수수료율 상승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 같은 ‘실효성’ 비판이 정책 변화의 ‘알리바이’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7홈쇼핑이 ‘윗번호대’에서 ‘낮은 판매수수료율’로 2~3년을 버티는 것은 어렵다고 전망한다. 정부 입장에서도 정책 효과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승인기간을 최대 5년이 아닌 3년 정도로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손지윤 팀장은 “승인기간은 5년이지만 사업계획서 평가에 따라 2년까지 단축할 수 있고, 승인기간을 3년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제7홈쇼핑 실효성 비판’에도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싼값에 종합편성채널과 tvN 채널 사이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도 있다. 1위 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SO) CJ헬로비전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제공사업자(IPTV사업자) SK브로드밴드에는 그룹 차원의 ‘오너 리스크’가 있다. ‘주인 없는 회사’ KT도 사실상 정부의 통제 안에 있다고 봐야 한다.

CJ와 KT를 흔들어 ‘6개 사업자의 반발을 통제할 수 있는 채널’에 들어갈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움직임은 ‘찍어 내리기’에 가까워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이명박 정부가 종편을 황금채널에 ‘낙하’한 점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종편 입장에서도 중간에 홈쇼핑채널이 들어오는 것이 꼭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홈쇼핑 효과로 시청률이 오를 수도 있고, 이런 효과가 없을 경우에도 ‘채널 양보’에 대한 대가로 방발기금 면제와 의무전송채널 유지 등 정책 특혜를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정책변화를 이끌어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만약 윗번호대에 있는 공영홈쇼핑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적자’를 기록한다면 중기제품과 농수산축산물에 대한 편성시간 규제도 완화할 요구가 나오고 홈앤쇼핑과 NS홈쇼핑의 경우처럼 ‘규제완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NS홈쇼핑은 2004년 ‘매출 부진’을 이유로 농수축임산물 편성 비율 80%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했고, 2004년 정부는 재승인시 이 비율을 60%로 하향 조정했다. 2003년 NS홈쇼핑의 매출은 966억 원에서 2004년 1407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적자’를 이유로 추가적인 공적 자금을 투입할 필요성이 제기될 때의 문제다. 우리홈쇼핑이 롯데에 넘어간 사례를 볼 때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박상호 연구팀장은 “결국 7홈쇼핑을 못 살리게 되면 차후, 마지막 선택은 민간에 파는 방법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애초 공언한 대로 판매수수료율을 올릴 수는 없겠지만, 편성비율 제한 등 핵심규제를 남기고 ‘효율적인 민간기업’에 사업권을 넘기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미래부는 이 같은 가능성을 일축했다. 손지윤 팀장은 ‘3년 뒤 민간기업 매각 가능성’에 대해 “출자기업을 제한한 이유가 있다”며 “정부가 정책방향을 바꾸지 않는 한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황금채널이 아니더라도) 공영홈쇼핑의 목적은 판로 확보와 홍보 효과”라며 “업체들에게 홈쇼핑 노출 자체가 홍보 수단이 있기 때문에 꼭 S대역 채널에 가지 않더라도 정책 목표는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영홈쇼핑이 과다 경쟁을 해) 송출수수료만 올려놓는다면 그만큼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비리 사건이 터진 롯데홈쇼핑의 재승인 탈락이나, 3년 뒤 제7홈쇼핑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홈쇼핑만 빼고 수직계열화에 성공한 ‘신세계’에 주목하는 관계자들도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홈쇼핑 채널이 차고 넘치고, 시청자들이 지상파 인접채널을 홈쇼핑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점, 정부가 앞장서서 홈쇼핑을 런칭하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홈쇼핑의 경쟁자인 ‘T커머스’가 대거 런칭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홈쇼핑 7개사와 T커머스 2개사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부는 공영홈쇼핑에 대해 “경쟁사업자 수준을 고려한 인센티브 시행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영업 개시 시점부터 3년간은 사업 초기 경영 어려움을 고려해 기존 TV홈쇼핑사 직전 연도 평균 판매수수료율 70% 범위(2013년도 6개사 판매수수요율은 방송취급고의 32.1%)에서 정부와 협의해 운영”하도록 했다. 전년도 영업이익의 13%를 납부해야 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도 최소화할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이런 규제와 특혜 하나씩 바뀔 가능성이 크다. 미래부가 언제 정책방향을 틀어 ‘효율성’ 논리를 꺼내들지 주목해야 한다. 시청자에게는 지핑재핑해야 할 채널이 하나 늘어나지만, 제7홈쇼핑에 대한 비판이 거셀수록, 정부와 사업자는 웃고 있다.

▲ 공영홈쇼핑의 정책목표, 추진방향, 추진방안. (이미지=미래창조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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