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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정치 전복’ 기지에서 ‘네티즌 반응’ 생산 공장까지[2014년 결산] 박근혜 정부 2년차, 종편 3년차 SNS 풍경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12.31 09:19

돌이켜보면 한국 사회에서 한때 새로운 정치참여의 매체로 환호 받았던 트위터의 정치적 영향력의 전성기는 2011년이었다.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 최문순 지사의 승리(2011년 4월 27일)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의 승리(2011년 10월 26일)는 SNS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든 지역 선거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2012년의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야당 정치인들은 트위터에 큰 신경을 쏟았다. 총선이 멀지 않은 2012년 3월 8일 제주도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폭파 건이 조간신문에 등장하게 된 건을 돌이켜보자.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문제제기 된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여론이 신문 1면에 진출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트위터 여론이었다. 
 
2012년 3월 7일 새벽부터  현장에서 보내오는 트위터와 사진을 통해 형성된 SNS 여론이 정치인과 언론에게 압력을 넣고, 실시간 중계가 가능한 인터넷 매체가 보도를 통해 다시 한번 SNS여론을 규합하며, 일종의 ‘공굴리기’를 통해 커진 이 막강한 여론에 정치인들이 반응하면서 주류언론이 보도할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의원과 통합진보당 이정희 의원이 곧바로 제주도에 날아갔고 급기야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내려왔다. 이들이 내려오지 않았다면 제주도에서 43톤의 화약이 터지든 말든 우리는 대부분의 조간신문 1면에서 이 소식을 듣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현장에 내려간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참여정부 당시 결정한 정책사안을 뒤집어야 하는 난감한 지경에 처했다. 
 
물론 돌이켜 보면 이 상황은 ‘트위터의 힘’을 논하기 전에 미묘한 정치적 상황의 산물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이 여론에 민감한 상황,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를 이룬 상황에서, 통합진보당 정치인이 반응하고 민주통합당의 진보적 정치인이 반응하자 당대표까지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이에 <조선일보>는 2012년 3월 9일자에서 당시 통합진보당 청년 비례대표 예비후보 김지윤씨의 “제주 해군기지는 해적 기지”라는 발언을 1면 탑으로 올려 김 후보를 ‘이런 사람’이라고 칭하고 “그런 사람이 국회의원 예비 후보”라며 통진당을 ‘이런 진보당’이라고 힐난한 뒤 “표 때문에 그런 정당에 끌려 다니는” ‘이런 민주당’이라며 현란한 ‘쓰리 쿠션’ 때리기를 선보였다. 어쩌면 <조선일보>는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읽고 있었던 것이다. 
 
   
▲ 2012년 3월 9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현재의 상황과 당시를 비교해보면 지금은 작은 영역의 여론을 그렇게 큰 영역으로 진입시킬 수 있는 통로 자체가 닫혀 있다. 통합진보당은 여러 사건을 계기로 장렬하게 산화했고 민주통합당은 어떤 영역의 여론은 무시하는 게 더 낫다는 ‘사실’을 ‘학습’하게 됐다. 2012년 선거에서 국가정보원은 인터넷 각 게시판과 트위터 등 SNS에서 여론조작을 감행했다는 정황히 포착되었고 인터넷에 올라온 글의 신뢰성이 상실되는 상황은 대선 이후 일 년 여 지난 2013년 겨울 철지난 매체로 여겨졌던 ‘손자보’를 매개로 한(물론 페이스북의 영향력이 함께 개입하긴 했지만) “안녕들하십니까” 현상으로 돌아왔다. 
 
박근혜 정부 2년차, 종편 3년차의 SNS를 둘러싼 언론환경은 SNS가 ‘유리한 여론’을 받아쓰기 위한 장 이상의 역할을 하기를 어렵게 한다. 종편 방송은 이석기 내란음모사건 국면에서부터 통합진보당 해산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주장에 우호적인 반응을 ‘SNS 반응’이라고 소개했다. 인터넷에선 주류 보수언론도 정부에 비판적인 SNS 여론을 기사화해서 조회수를 채간 후 이를 지면에선 반영하지 않는 일을 반복했다. 
 
2014년에도 선거는 있었다. 6월 4일에 지방선거가 있었고 7월 30일엔 꽤 규모가 큰 재보궐선거가 있었다. 그러나 이 선거들에선 진보정당과의 야권연대에서 생긴 ‘공굴리기’ 방식의 여론투입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았다. 2012년 이후 통합진보당은 스스로 만들어낸 추문으로 자멸의 길에 들어섰고 여기서 이탈했거나 애초부터 합류하지 않았던 이들도 함께 부수적 피해를 받아야 했다. 
 
대선 이후 민주당 역시 ‘을지로 위원회’를 만들고 구체적인 활동을 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보여주었지만 상이한 대선 패배 책임론과 당내 계파 싸움에 제1야당 역시 여론의 흐름을 투입하는 길을 만드는데 실패했다. 바깥에 있던 ‘안철수 세력’이 제1야당에 합류하여 새정치민주연합이 출범했으나 그러한 관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 12월 25일 'TV조선'의 'SNS리포트'는 통합진보당 해산에 따른 국회 퇴거 결정에 대한 누리꾼의 반응을 다뤘다. (방송화면 캡쳐 사진)
 
2013년 11월 28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주최한 <제19대 국회의원 인터넷·SNS 이용 현황 및 소통 전략의 모색>에 출연한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는 트위터가 차단되어 있는 중국의 사례를 제시하며 “좋은 SNS를 원한다면 좋은 정치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선거에서 트위터가 선거에 미친 영향력을 분석하여 일각에서 ‘트위터 예찬론자’라고 분류되기도 했었던 장덕진 교수는 <SNS를 묻지 말고 정치를 묻자>라는 제목의 토론문에서 “전세계에 올라오는 중국어 트윗을 간자와 번자로 구분하면 90% 이상이 간자를 쓰고 있다”면서, 간자를 쓰는 나라가 중국 본토와 싱가폴 밖에 없다는 걸 감안하면 정부의 트위터 차단에도 불구하고 “중국어 트위터 이용자 대부분이 중국 본토에서 오고 있다는 뜻”이라 지적한다. 
 
그런데 이 중국어 간자 트위터 이용자들의 활동 패턴은 매우 특이하다고 한다. 주로 해외에 거주하는 반체제 인사들로 구성된,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고 거침없이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소수의 웅변가들이 있다. 이들의 팔로워는 흔히 1천만명을 넘는데, 나머지 절대 다수 계정은 프로필 사진도 없는 ‘계란’ 계정들로,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숨죽여 듣기만 한다. 
 
장덕진 교수는 이 사례를 분석하며 “중국어 트위트 네트워크가 이와 같은 형태를 띠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몰래, 익명으로, 전통매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정치적 정보를 갈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원인을 SNS에서 찾는 것은 별로 소득없는 작업이 될 가능성이 많다. 원인은 오프라인 정치에 있다. 좋은 SNS를 원한다면 좋은 정치를 할 일이다”라고 지적한다. 
 
한국 정치의 민주성과 역동성은 물론 중국에 비교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극단적인 사례에서부터, SNS란 특정한 매체의 쓰임을 규정하는 것도 전반적인 정치상황과 언론환경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2014년에 보인 SNS의 무력은 그 매체의 책임은 아니며, 현재 시점에서 충분히 이해갈 만한 일이었다 볼 수 있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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